September 17,2019

신화 속 공주부터 역사의 한 장면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로켓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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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원고에서는 미국의 로켓 이름들을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다른 나라의 로켓 이름들을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로켓의 어원은 실을 감아놓은 도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왔다.  ⓒ 위키백과 자료

로켓의 어원은 실을 감아놓은 도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왔다. ⓒ 위키백과 자료

먼저 로켓이란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로켓(rocket)의 어원은 실을 감아놓는 실패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rocca에서 왔다. 작은 rocca를 뜻하는 rochetto 가 프랑스어 rocquete으로, 이것이 지금 우리가 쓰는 rocket 으로 발전했다.

rocca → rochetto → rocquete → rocket

미국이든 소련이든 로켓 기술은 폰 브라운의 V-2 로켓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프랑스, 일본, 미국도 비밀리에 로켓을 개발하긴 했지만 실용화되어 전장에서 쓰인 것은 폰 브라운의 V-2이었다.

V-1 로켓. 시애틀항공박물관.  ⓒ 박지욱 / ScienceTimes

V-1 로켓. 시애틀항공박물관. ⓒ 박지욱 / ScienceTimes

나치 독일의 야심작이자 현대 로켓의 원조인 V-2는 미국의 레드스톤(Redsone)을 낳았고, 나중에 쥬피터(Jupiter)-C 를 거쳐 주노(Juno) 그리고 새턴(Saturn)로켓으로 이어졌다.

이런 V-2의 전신은 V-1로켓이다. 여기서 V는 승리를 뜻하는 영어 Victory의 첫 글자가 아니라 ‘보복무기’를 뜻하는 독일어 ‘Vergeltungswaffe’에서 딴 것이다.

V-2 로켓. 제주항공우주박물관 ⓒ 박지욱 / ScienceTimes

V-2 로켓. 제주항공우주박물관 ⓒ 박지욱 / ScienceTimes

종전 직전 V-2의 연구 시설이 소련군에게 점령당할 처지에 이르자 폰 브라운은 150명의 일급 기술자들을 이끌고 소련군의 포위망을 빠져나가 미군에게 투항했다. 나머지 잔류 인력과 시설은 소련군에게 점령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주에 먼저 로켓을 쏘아 올린 것은 폰 브라운이 남기고 간 잔여 인력들이었다. 덕분에 지구 최초의 위성은 1957년에 발사한 스투트니크 1호(Sputnik-1)가 되었다.

스푸트니크는 ‘위성’을 뜻하는 러시아어고, 이것을 실어 보낸 소련 로켓의 이름은 R-7 세미오르카(Semyorka)다. Semyorka는 러시아어로 숫자 7을 뜻한다.

R-7 로켓은 하나가 아니었다. 조금씩 개량되면서 일종의 시리즈를 이뤘는데, 이를 R-7족(family)으로 불렀다.

소련 R-7족(family) 로켓. ⓒ 위키백과 자료

소련 R-7족(family) 로켓. ⓒ 위키백과 자료

R-7족 로켓은 다양한 우주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특이한 것은 로켓의 이름에 쏘아 올린 탐사선의 이름을 그대로 썼다는 점이다.

이 로켓과 탐사선의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를테면 스푸트니크, 루나, 몰리야, 보스톡, 보스호트, 소유즈 등등이다.

스푸트니크(Sputnik) 로켓;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 로켓으로 스푸트니크는 러시아어로 ‘위성’

루나(Luna) 로켓; 달 탐사선 루나를 쏘아 올린 로켓으로 루나는 러시아어로 ‘달’을 의미한다. 루나2는 1959년에 처음으로 달표면에 추락하는데(!) 성공했다.

몰리야(Molniya) 로켓; 군사 위성인 몰리야와 달 탐사선 루나를 쏘아 올린 로켓으로 몰리야는 러시아어로 ‘번개’

보스토크(Vostock) 로켓;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선인 보스토크를 쏘아 올린 로켓으로 보스토크는 러시아어로 ‘동쪽’

보스호트(Voshod) 로켓; 유인 우주선인 보스호트와 정찰 위성 제니트를 쏘아 올린 로켓으로 보스호트는 러시아어로 ‘새벽’

소유즈(Soyuz) 로켓; 인간을 달에 보내려던 소유즈 우주선을 실어 보낸 로켓으로 소유즈는 러시아어로 ‘연합’.

이중 소유즈 로켓은 달에 가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사람과 보급품을 쏘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씨도 소유즈 로켓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갔다.

(좌) 보스토크 로켓. 시애틀항공박물관. (우) 소유즈 로켓. 제주항공우주박물관.  ⓒ 박지욱 / ScienceTimes

(좌) 보스토크 로켓. 시애틀항공박물관. (우) 소유즈 로켓. 제주항공우주박물관. ⓒ 박지욱 / ScienceTimes

그런데 러시아 로켓들이라고 해서 모두 R-7족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R-7족이 아닌 다른 로켓들도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폴리요트(Polyot) 로켓; 러시아어로 ‘비행’

치클론(Tsyklon) 로켓; 러시아어로 ‘태풍’,’사이클론’

프로톤(Proton) 로켓; 러시아어로도 ‘양성자’

에네르기아(Energia) 로켓; 러시아어로도 ‘에너지’

제니트(Zenit) 로켓; 러시아어로 ‘꼭대기’

로콧(Rokot) 로켓; 러시아어로 ‘우르릉’

안가라(Angara) 로켓; 우리 KSLV 1의 1단계 발사체로 쓰인 로켓으로 러시아의 ‘안가라’강이름에서 따왔다. 바이칼 호수로 유입되는 강이다.

드네프르(Dnepr) 로켓; 러시아의 강 이름에서 따왔다.

미국과 소련 외에도 로켓을 쏘아 올린 나라는 많다. 몇 나라의 로켓 이름을 알아보자.

프랑스의 디아망(Diamant) 로켓; 프랑스어로 ‘다이아몬드’

이탈리아의 베가(Vega) 로켓; 별자리인 거문고자리(Lyra)에서 가장 밝은 별의 이름을 따왔다. 우리는 베가를 직녀성으로 부른다.

영국의 블랙애로우(Black Arrow) 로켓과 블랙나이트(Black Knight) 로켓; 각각 ‘검은 화살’과 ‘흑기사’를 뜻한다.

스페인의 카프리코르니오(Capricornio) 로켓; 별자리인 염소자리(Capricorn)에서 온 이름이다.

유럽우주국(ESA)의 유로파(Europa) 로켓과 아리안(Ariane) 로켓;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인명으로 최초의 유럽인인 에우로페(Europe) 공주와 그녀의 딸인 아리아드네(Ariadne) 공주의 이름을 따왔다.

이란의 사피르(Safir) 로켓과 시모르그(Simorgh) 로켓; 사피르는 페르시아어로 ‘대사(大使)’다. 시모르그는 페르시아 전설에 나오는 불사조의 이름이다.

이스라엘 샤빗(Shavit) 로켓; 히브리어로 ‘혜성’

한편 일본은 그리스 알파벳을 로켓 이름에 붙였다. 카파(Kappa; Κ), 람다(Lamda; Λ), 뮤(Mu; Μ), 엡실론(Epsilon; Ε) 등의 명칭을 로켓에서 발견할 수 있다.

중국에는 창정(長征) 로켓이 있다. 창정은 1934년에 중국 공산당 군대가 국민당 군대의 포위를 뚫고 9,600킬로미터를 걸어서 탈출한 사건을 뜻하는 ‘대장정(大長程)’에서 따왔다.

영어로는 ‘Changzheng’ 혹은 그 뜻을 살린 이름인 ‘Long March’로 표기한다. ‘Long March’의 유래가 궁금해 찾아보는 외국인들은 본의 아니게 중국 현대사를 알게 될 것이다.

ESA의 아리안 로켓. 제주항공우주박물관.  ⓒ 박지욱 / ScienceTimes

ESA의 아리안 로켓. 제주항공우주박물관. ⓒ 박지욱 / ScienceTimes

우리의 KSLV-2는 ‘누리’로 정해졌다. 영어로는 ‘Nuri’가 될 듯한데, 아쉽게도 수단과 이란에 이미 ‘Nuri’ 라는 이름의 지명이 있다.

우리의 누리 로켓에도 그 뜻을 살리는 공식적인 영어 명칭이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 어느 외국인이 누리가 무슨 뜻이냐고 물을 때 어떤 답을 내놓을지 미리 정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NURI = Cosmos? Univers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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