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2019

노벨과학상 선정 기준 ‘공정성’ 논란

오늘 저녁 수상자 발표 앞두고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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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즌이다. 노벨 재단은 1일 공식 사이트(nobelprize.org)를 통해 오늘 오후부터 2018년 노벨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먼저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에서 오늘 오후 6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내일 오후 6시 35분 물리학상 수상자를, 모레 오후 6시 45분에는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각각 발표한다.

5일과 8일에는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노벨평화상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그러나 올해 문학계 ‘미투  파문’으로 인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선정하지 않았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과 증서, 그리고 약 11억여 원 상당의 상금이 수여된다.

오늘 저녁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가 연일 발표된다. 그러나 노벨과학상 선정 기준을 놓고 과학계 일부에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 nobelprize.org

오늘 저녁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가 연일 발표된다. 그러나 노벨과학상 선정 기준을 놓고 과학계 일부에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 nobelprize.org

“21세기 노벨상, 알프레드 노벨 의도 벗어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과학이다. 오늘부터 이어지는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를 놓고 수상자에 대한 갖가지 예측과 함께 수상 유력 과학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노벨과학상 선정 기준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 ‘드리뷴’, ‘미국의 소리’ 등 주요 언론들은 노벨상이 21세기 과학의 흐름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1일 ‘가디언’ 지는 과학평론가들의 말을 인용, “노벨상이 21세기 과학계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적 융합연구 방식(modern collaborative research methods)과 무관한 과학자들을 수상자로 선정해 왔다”며 개인적인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관행을 지적했다.

가디언 지는 노벨상 수상을 통해 수상자들이 신격화(defication) 돼 융합 방식의 21세기 연구 풍토를 훼손하고 있는 점 역시 크게 우려했다. 이로 인해 과학자들이 협력 연구를 기피하고, 개인적인 영달만을 추구하게 된다며 기존의 노벨상 선정 풍토에 의문을 제기했다.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우주학자인 브라이언 키팅(Brain Keating) 교수는 “지금의 노벨상은 고리타분한 전통을 고수하면서, 과학의 진보와 세계 평화를 염원한 알프레드 노벨(Alfred B. Novel)의 의도를 크게 벗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영국 왕립학회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Venkatraman Ramakrishnan) 회장 역시 불만을 표명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유전자 합성기(Gene Machine)’란 제목의 저서를 통해 “과학자들 입장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이 복권처럼 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예측 못하는 곳에서 수상자가 결정되는 명목상의 세계지도상 같다”고 비꼬았다.

“노벨상 수상한 여성 과학자 2명에 불과”

저명한 천문학자인 천문학의 마틴 리스(Martin Rees) 박사는 노벨과학상을 생리·의학, 물리, 화학 분야에서만 선정하는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수학은 물론 컴퓨팅(computing), 로보틱스(robotics),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같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과학 분야를 도외시하고 있다”며 “지금 노벨과학상은 많은 사람들이 판단하고 있는 과학에 대한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 브라이언 키팅 교수는 “이런 폐단들이 노벨상 위원회(Nobel awards committee)의 폐쇄성에 기인하고 있다”며 전근대적인 선정 방식을 지목했다.

벤카트라만 회장 역시 “폐쇄적인 선정 방식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노벨과학상이 주어져야 했던 인물들을 수상자 대상에서 탈락시켰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원소 주기율표를 만든 드미트리 멘델레예프(Dmitri Mendeleev, 1834~1907), 핵분열 연구의 창시자인 유대계 여성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Lise Meitner, 1878~1968) 이다.

벤카트라만 회장은 “나중에 추가된 선정 기준들 가운데 불공정성을 가중시키는 조항들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한 분야에서 3인 이상 노벨상을 주지 못한다’는 규정이다. 이로 인해 201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피터 힉스(Peter Higgs)와 프랑수아 엥글레르(Francois Englert) 박사가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다는 것.

이론물리학자인 이들은 우주 공간에 가득 차 있는 입자이며 소립자의 질량을 만들어 내는 ‘힉스 입자(Higgs boson)’를 발견해 세계적인 환호를 받았다. 문제는 실제 입자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가 6명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과학자들 역시 노벨과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명망 있는 과학자들이었다. 그러나 특이한 규정으로 인해 뒷전으로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은 중력파 관측에 성공한 라이너 바이스(Rainer Weiss), 배리 배리시(Barry C. Barish), 킵 손(Kip S. Thorne)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직간접적으로 이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의 수는 1000명이 넘는다.

여성 과학자들에게 인색한 풍토 역시 강한 빈축을 사고 있다. 지금까지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여성 과학자는 2명에 불과하다.

키팅 교수는 “이번에 여성 과학자가 노벨과학상을 수상한다면,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의 과학사학자인 나오미 오레스크(Naomi Oreskes) 교수는 “몇명 과학자들을 수상자로 선정해 영웅시하는 것이 과학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며 “21세기 과학은 모두가 함께 하는 과학”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개최된다. 생리·의학, 물리, 화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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