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4,2018

온난화 심해지면 돼지고기 못 먹는다?

지구온난화가 전 세계 식량위기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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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우리나라는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을 경험했다. 환경부는 이번 폭염이 기후변화의 영향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밝혔으며, 세계기후특성(WWA) 연구진 역시 기후변화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정상보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돼지고기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최근 미국 과학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됐다. 그에 의하면, 더운 날씨가 돼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년 전부터다.

더운 여름철에 돼지의 체중이 줄어드는 이유는 열량이 많은 돼지가 대사열 생산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먹는 양을 줄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과학자들은 그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발견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정상보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돼지고기 생산량이 급속히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Public Domain

지구온난화로 인해 정상보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돼지고기 생산량이 급속히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Public Domain

열 스트레스가 돼지의 면역계를 자극해 인슐린을 과다하게 분출시킨다는 것. 그렇게 되면 근육 성장이 저하되고 돼지는 단백질을 덜 저장하게 된다. 즉, 그만큼 돼지고기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다른 가축에 비해 돼지는 땀샘이 비효율적이어서 특히 고온에 취약하다. 미국돈육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이후 매년 여름마다 열 스트레스로 인해 양돈 업체의 생산성이 약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온은 돼지의 출산율도 떨어뜨린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여름에 돼지의 출산율은 5~10% 감소한다.

그뿐 아니라 열 스트레스의 영향은 대를 이어 새끼들에게까지 전해진다. 열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의 경우 단백질이 16%나 적게 축적된다.

폭염에 노출되면 출산율도 떨어져

또한 열 스트레스를 받은 멧돼지에게서 태어난 수컷 새끼는 정자 수가 훨씬 적으며, 암컷 새끼는 난자를 적게 생산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 같은 선진국의 경우 고급 냉각 기술에 투자해 적응할 수 있지만, 열대기후의 가난한 국가들에게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돼지고기 생산량의 저하가 자칫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 농무부 연구진은 열 스트레스가 돼지 태아의 두뇌 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까지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사병을 겪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의 머리는 그렇지 않은 새끼보다 모두 약 5% 더 짧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양돈 산업은 돼지가 더 적은 지방과 더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고 더 빨리 성장하게끔 발전해왔다. 그러나 이렇게 개량된 돼지들은 거의 땀을 흘리지 않으므로 재래종 돼지에 비해 고온에 더 취약하다.

따라서 지구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돼지 품종의 유전자 연구가 필수다. 재래 품종들 중에서 내열성 유전자를 발견해 개량종에 접목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비단 돼지고기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고온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농지의 상당 부분이 빠르게 사막화되고 급속한 도시화로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경작지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해수 온난화에 따른 수위 상승으로 저지대가 물에 잠기는 것도 문제다. 한때 로마인들까지 먹여 살릴 만큼 많은 밀이 생산돼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렸던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의 경우 2050년경에 짠 바닷물을 머금어 경작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로 이산화탄소가 늘면 작물 생산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했던 기존의 연구결과다. 하지만 최근 이와 정반대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6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채소 및 콩과 작물의 생산량이 현재보다 31.5%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2℃ 상승하면 후진국 76% 식량 사정 악화

지구온난화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옥수수의 작황에도 큰 타격을 준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지구 평균 기온이 4℃ 오르면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약 90%를 생산하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 4개국이 동시에 흉년을 겪게 되어 약 8억 명의 인구가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게다가 해충들이 먹어치우는 작물의 양도 더욱 많아진다. 기온이 오르면 해충들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워싱턴대학 연구진에 의하면 온도가 1.5℃ 오르면 해충이 먹는 작물의 양이 최대 25% 증가하게 된다. 그로 인해 미국의 경우 밀과 쌀, 옥수수 등의 수확량이 800만 톤 감소하는데, 현재 병충해로 인한 피해량보다 36% 늘어나는 셈이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지원을 크게 늘리고 식량안보를 헌법이나 법률에 반영할 만큼 중시하는 추세다.

영국 엑세터대학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 세계 식량안보가 기존 추정보다 가까운 시일 내 닥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최근에 발표했다. 개발도상국 및 최빈국 122개국의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온이 2℃ 상승하면 분석 대상 국가의 76%가 식량 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식량 부족은 후진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8.9%다. 더욱이 곡물자급률은 23.4%에 불과하고 옥수수, 보리, 밀 등의 주요 곡물 자급률은 겨우 13%대다.

이는 전 세계 국가의 평균 곡물자급률 102.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구대국인 중국도 곡물 자급률이 97%를 넘는다. 지금부터라도 지구온난화에 대응한 체계적인 농업 지원 시스템과 폭염에 강한 신품종 개발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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