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5,2018

인류 농경문화, 빵 아닌 맥주가 촉발?

곡물재배 수천년 전 돌절구서 맥주 양조 흔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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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곡물을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전에 이미 야생 곡물을 이용해 맥주를 만들어 마셨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발견됐다. 곡물 재배가 빵이 아닌 맥주를 위해 시작됐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고고학자 류리(劉莉)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스라엘 카르멜 산의 선사시대 동굴에서 발견된 1만3천년 전 돌절구의 용도와 이에 남아있는 성분 등을 분석한 결과, 맥주 양조 흔적을 발견했다고 학술지 ‘고고과학저널 리포트(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Reports)’ 최신호에 밝혔다.

라케펫 위치와 분석 대상이 된 돌절구. ⓒ 고고과학저널 리포트/드로르 마얀/아나트 레게브-기기스

라케펫 위치와 분석 대상이 된 돌절구. ⓒ 고고과학저널 리포트/드로르 마얀/아나트 레게브-기기스

이는 중국 북부에서 발견된 맥주 제조 흔적보다 5천년 이상 앞선 것이다.

맥주잔이나 맥주 제조법이 직접 발견된 것은 아니나 밀이나 보리를 이용해 맥주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들이 돌절구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고됐다.

류 박사는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과의 공동 연구에서 라케펫 동굴의 돌절구 3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돌절구 2개는 밀과 보리 엿기름을 비롯한 식물로 된 식량을 보관하는 용기로 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식량은 식물 외피 안의 인피(靭皮)섬유로 싸 절구 안에 넣고 돌로 만든 뚜껑을 덮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기반암 돌절구는 곡물을 빻고 맥아를 발효해 맥주를 만드는 등의 다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 사이에 수렵과 채집으로 반(半) 정착생활을 하며 이 동굴을 이용한 나투프인들이 보리와 밀을 물에 넣어 발아시킨 뒤 말려 엿기름을 만들고, 이를 짓이겨 끓인 뒤 공기 중의 야생효모로 발효하는 과정을 거쳐 맥주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런 고대 양조과정에 맞춰 실험실에서 맥주를 제조한 결과, 동굴의 돌절구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녹말 알갱이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류 박사는 “이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알코올 양조 기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나투프인들이 장례나 의식용으로 맥주를 양조해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맥주 양조가 원시 공동체를 유지하는 의식과 축제의 한 부분으로 통합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맥주 양조가 본격적인 곡물 재배보다 수천년 앞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맥주 양조가 농경문화를 촉발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고고학계에서는 이미 60여년 전에 이런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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