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9,2019

“R&D 정책, 기초연구 중심으로 재편돼야”

기초연구 축적, 신기술 개발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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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초연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토양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5일 ‘대한민국 기초연구의 새로운 도약, 어떠한 변화가 요구되는가?’라는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8 국가 R&D 정책 포럼에서 이 같은 기초연구자들의 입장이 제기됐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김승환 기초연구연합회 회장은 “내년도 R&D 예산이 20조원을 넘어서게 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기초연구의 가치는 축적에 있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기초연구가 제 궤도에 올라갈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기초연구연합회 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기초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김승환 기초연구연합회 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기초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기초연구 성과, 수십 년 축적의 시간 필요해

주제발표를 맡은 송지준 KAIST 교수는 먼저 기초연구에 대해 “현상의 근본 원리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실험이나 이론적인 작업”이라고 정의하며 “기초연구를 통한 지식의 축적은 기술개발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기초연구가 뿌리를 내려서 개발연구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적어도 20~50년이라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고온성장 박테리아연구가 20년 만에 인슐린 등 단백질 약을 개발해 냈고, 박테리아감염 바이러스 연구는 50년 만에 유전자 교정 치료기술을 개발했다. 형광 바다 생물 연구가 빛을 이용한 유전자 조절 기술로 이어지는 데는 80년이 걸렸다.

송 교수는 “축적된 기초연구 성과들이 새로운 기술개발의 보고(寶庫)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유전자 편집 기술, 일본의 줄기세포 기술 등 기초연구에 강한 국가들이 그 결과를 이용한 기술개발을 선점하고 있다”며 “기초연구의 강화 없이는 기술개발 선도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송지준 교수가 '대한민국 기초연구의 새로운 도약, 어떠한 변화가 요구되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송지준 교수가 ‘대한민국 기초연구의 새로운 도약, 어떠한 변화가 요구되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문제는 우리나라 연구개발에서 기초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점이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학 연구분야 투자 비율 중 기초연구가 35%, 개발연구가 65%다”라며  “기초연구와 개발연구의 비율이 7:3인 미국이나 6:4인 일본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국가연구개발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구개발비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예산은 2012년 34조7천242억 원에서 2016년 42조6천974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기초연구의 비중은 2012년 18.3%에서 2016년 16.0%로 줄었다.

연구과제당 연구비도 선진국과 차이가 난다.

송 교수는 “미국과학재단(NSF) 2억 원, 미국국립보건원(NIH) 3억5천만~5억 원에 비해 한국연구재단(NRF)이 지원하는 연구비는 7천만 원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안정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한편 공정하고 심도있는 연구 평가 및 관리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2018 국가 R&D 정책포럼' 현장의 모습.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2018 국가 R&D 정책포럼’ 현장의 모습. ⓒ 김순강 / ScienceTimes

“R&D 성과 평가, 장기적 관점으로 바꿔야”

이번 포럼에는 국회의원들도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내년도 R&D 예산이 20조가 넘어서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이 된다”며 “기재부의 감시가 심해질 것이고, 연구 개발에만 계속 예산을 쏟아 붓는다는 불만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그렇기에 정부는 R&D 사업과 관련, 연구관리와 성과관리, 감사제도 등 평가방식의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재정을 투입하고 바로 성과를 평가하는 지금의 잣대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 의원은 “오랜 시간 축적이 필요한 기초연구는 당장 국민이나 재정당국을 납득시킬만한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성과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잠재성장력을 높이기 위해 GDP의 상당한 비중을 R&D에 투자를 했지만 그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 의원은 그 이유를 R&D 예산이 순수한 기초연구에 활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찾았다.

변 의원은 “R&D 예산의 4~50% 이상이 기업체에 대한 산업지원예산으로 쓰이고 있다”며 “최근 당정회의에서 기초연구비를 2배 확대해 2022년까지 2조5,000억 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국민들에게도 기초연구의 성과사례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초연구의 중요성과 연구지원의 개선방안에 대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 김순강 / ScienceTimes

기초연구의 중요성과 연구지원의 개선방안에 대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이어 이정은 경희대 교수가 ‘천문학, 기초과학과 거대과학의 상생’,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기초에서 산업으로’란 주제로 각각 기초연구 성과사례를 발표했다.

마지막 순서는 기초연구의 중요성과 연구지원의 개선방안에 대한 패널토론이었다.

김승환 회장, 송지준 교수 외에도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 김진두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 하현준 기초과학학회협의체 회장, 이준호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윤지웅 경희대 교수, 차선신 이화여대 교수가 참여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R&D 포트폴리오를 기초연구 중심의 선진국형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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