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6,2019

바다생물 DNA 정보 소유권은 누구에게?

UN, 공해 생물 DNA정보 소유권 놓고 국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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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종합화학회사 BASF가 해양생물로부터 수집한 약 1만3000종의 DNA 염기서열 중 약 절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특허권을 취득해 놓았다는 것.

지금 이 통계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정 국가의 연안이 아닌 공해(high sea) 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런 사업적인 활동을 방치해도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찬반 여부다.

4일 ‘사이언스’ 지는 UN이 공해에서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협정(안)을 상정했으며, 4일(현지 시간)부터 17일까지 이를 놓고 토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은 공해에서 수집한 생물 DNA정보 소유권 문제를 놓고 4일(현지 시간) UN에서 회원국들 간에 다자간 협의가 시작됐다. 결정 여하에 따라 과학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weforum.org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은 공해에서 수집한 생물 DNA정보 소유권 문제를 놓고 4일(현지 시간) UN에서 회원국들 간에 다자간 협의가 시작됐다. 결정 여하에 따라 과학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weforum.org

개도국, 선진국의 DNA 정보 ‘수탈행위’에 반발

공해는 지구상의 바다 가운데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UN이 상정한 협정(안)은 이러한 공해에 서식하는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공해에 보호구역(protected zones)를 지정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협의를 통해 공해 해양생물 유전자 정보수집 행위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협의에 참여하는 국가 간 입장 차이는 확고하다.

많은 선진국들과 산업 관계자들은 ‘화학제품이나 화장품, 농작물 등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해양생물 유전자정보 특허 취득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많은 개도국들은 대부분 선진국과 일부 기업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공유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규제로 인해 연구에 지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연구기관인 스톡홀름 복원력 센터(SRC)의 해양정책전문가 로버트 블라시아크(Robert Blasiak) 박사는 “비상업적 해양연구를 막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생물 유전자정보에 대한 협의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0년 UN 회원국은 나고야 의정서(Nagoya Protocol)를 통해 선진국 식품·의약품 기업들이 개도국 등 다른 나라에서 생물정보를 빼나가는 이른바 ‘수탈행위(biopiracy)’를 금하는 규약에 합의한 바 있다.

생물자원 수탈행위란 특정 국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대가를 보상하지 않는 가운데 동‧식물을 수집해 DNA 자료를 빼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해안으로부터 12해리(1해리는 1852m) 떨어진 특정 국가 해역이 아닌 공해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이에 BASF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DNA 관련 정보를 장악하면서 선진국, 개도국 간의 이해관계를 상충시키고 있다.

이는 또한 순수한 과학연구에 심각하게 지장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중이다.

‘공동재산’ 해석 놓고 선진국‧개도국 갈등

블라시아크 박사 연구팀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생물 DNA 정보에 대해 최초의 특허 취득이 이루어진 것은 1988년이다. 유럽 뱀장어(European eel) DNA 염기서열이 완료돼 해양기구로부터 특허가 주어졌다.

이후 300여개의 대학, 기업, 개인단체 등에서 작성한 862개의 해양생물 DNA 염기서열에 대한 특허 신청이 이어졌다.

그중에는 갖가지 희귀 동‧식물에 대한 특허 신청이 있었다. 국제극지미생물학회(Extremophiles)는 심해 열수분출공(Hydrothermal vents)에서 수집한 희귀 벌레들에 대한 특허를 신청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BASF는 열수분출공 근처에 서식하는 또 다른 벌레 DNA 정보를 수집해 특허를 신청했다. BASF에서는 이들 벌레들의 유전정보를 활용할 경우 농작물 수확에 큰 도움을 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블라시아크 박사는 “이들 학술단체나 기업들이 DNA 유전정보를 수집해 특허를 취득하는 과정에 어떤 장애도 없었다”고 말했다. 모든 과정이 합법적이었다는 것.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특허신청이 늘어나고, BASF와 같은 특정 기업이 대다수의 특허를 선점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들 기업, 단체들이 공해로부터 취득한 특허로부터 이익이 발생할 경우 그 이익을 어떻게 공유하느냐는 것이다.

UN 주재로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됐지만 결론에 도달하기는 수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 지는 협약이 완료되기까지 적어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난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이익 배분을 놓고 벌이는 갈등이다.

호주 울런공 대학의 정책 전문가 해리엣 데이비스(Harriet Harden-Davies) 교수는 “대다수개도국들은 1982년 해양법과 관련 UN 총회에서 채택한 ‘공동재산(common heritage)’ 철학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해저에서 발견된 미네랄과 같은 자원들이 인류가 공유해야할 재산이라는 것이다. 이번 회의의 참여한 남아프리카의 협상팀은 “‘공동재산’ 원칙을 적용할 경우 인류가 물려받은 유산을 확실히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양자원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나라, 기업, 단체들이 그 대가를 기금으로 보상하고, 또 다른 연구 및 보존사업을 통해 공통의 이익을 추구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남아프리카 협상팀의 주장. 그러나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선진국들은 ‘공동재산’의 개념을 확대해석하는데 반발하고 있다.

생명공학이 발전한 이들 국가들은 이른바 ‘공해에서의 자유(freedom of the high seas)’란 개념을 제시하며, 공해에 서식하는 생물 유전자정보를 취득하는 권한이 모든 나라에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EU 등 또 다른 진영에서는 향후 해양생물자원탐사(marine bioprospecting)에 있어 잠재적인 불공정성이 우려된다며, ‘공동재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공해에서 생물 DNA 정보를 취득할 경우 그 염기서열을 일반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의 입장은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비상업적인 차원의 과학 연구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또 ‘DNA 정보를 특정 사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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