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9,2018

‘땅’의 축복, ‘제철음식’으로 여름나기

도시 농부의 여름철 건강 식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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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자 펄 벅이 쓴 소설 ‘대지’에 등장하는 주인공 왕룽에게 ‘대지’는 그의 목숨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기근이 들어 농작물 경작이 어렵게 되자 그는 땅을 파 그릇에 흙을 담고 물을 부어 휘휘 저어 아이들에게 먹인다. 그는 땅에서 모든 힘이 나오고 물에다 흙을 타서 마시면 땅의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를 올 2월 영화화한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흙에서 수확한 농작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흙에서 수확한 농작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 영화사 수박

박경리의 소설 ‘토지’ 또한 그러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지’는 여전히 생명을 가져다주는 ‘원천’이다. 2018년 2월에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2018)’에서는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젊은이들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도 ‘땅’과 함께 하는 방법이 있다. 주변 텃밭이나 화분 등을 이용해 ‘도시농부’로 변신하는 것이다.

병약한 몸 일깨운 친환경 농작물, 도시농부로 변신한 푸드스타일리스트    

집을 벗어난 텃밭에서 8년째 호박, 아스파라거스, 가지, 수박 등 다양한 유기농 식재료를 직접 키우고 있는 박선홍 씨도 ‘도시농부’이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텃밭을 방문한다. 하루 종일 걸리는 밭일이지만 직접 키운 농작물은 그에게 건강을 선물했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박선홍 씨는 8년째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K 트렌드쇼에서 자신의 도시농부 체험기를 공유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푸드스타일리스트 박선홍 씨는 8년째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푸드스타일리스트인 그는 직접 텃밭을 가꾸고 수확한 농작물로 요리를 했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있던 몸은 날이 갈수록 건강하게 변해갔다. 그는 지난 7월 서울 양재동 AT 센터에서 열린 ‘K 라이프 트렌드쇼’에 나와 자신의 도시농부 체험기를 공유하며 여름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식생활 방법을 조언했다.

그녀가 도시농부가 되어 8년이나 같은 일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 백화점에서 분양하는 작은 텃밭을 신청하면서였다. 그렇게 흙에서 나오는 농작물들은 벌레를 먹어 잎이 너덜너덜하고 못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농약을 주지 않고 자란 농작물들은 그에게 새로운 생명을 가져다주었다.

박 씨는 대학을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외식 횟수가 늘고 식사시간이 불규칙해졌다. 어쩌다 집에서 밥을 먹어도 빨리 해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몸은 쉬어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감기도 자주 찾아왔다. 학창 시절 어머니가 해주던 밥상을 멀리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였다.

“예전에는 병원에도 잘 안 갔는데 몸이 안 좋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겠더라고요. 고기 없이는 못 사는 체질이었는데 고기를 안 먹으니 오히려 소화가 잘 되고 속도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박 씨는 일주일에 5일은 고기를 먹던 ‘고기 마니아’였다. 하지만 그에게 고기는 체질상 맞지 않았다. 더욱 심해진 비염은 고기를 끊고 건강식으로 바꾸자 회복되기 시작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그에 따라 음식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벌레 먹은 못생긴 농작물에 기겁하기도    

처음 텃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은 벌레가 점령했다. 수확하던 날 가보니 전주에는 멀쩡했던 열무의 잎이 너덜너덜했다. 그동안 마트에서 사서 먹던 열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꾸물꾸물 기어가는 벌레를 보고 기겁을 했다. 박 씨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벌레는 자연의 선물이기도 했다. 벌레가 먹은 것은 우리 몸에도 좋다는 신호였기 때문이었다. 벌레를 먹어 볼 품 없었던 열무는 오히려 맛과 향이 좋았다. 그래, 농약 없이 한번 해보자. 박 씨는 EM발효액을 물에 희석해서 주는 정도 외에는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동안 마트에서 만난 열무와 채소들의 푸른 잎은 농약의 힘이었다. 박 씨는 잎이 깨끗하고 푸른 채소가 건강한 채소라고 믿었던 믿음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순간이라고 고백했다. ⓒ ScienceTimes

그동안 마트에서 만난 열무와 채소들의 푸른 잎은 농약의 힘이었다. ⓒ ScienceTimes

오이꽃은 노란색이었다. 가지 꽃은 보라색이었다. 아스파라거스는 3년간 정성껏 키워야 수확이 가능했다. 고추, 토마토, 호박, 오이, 마늘, 아스파라거스, 그린빌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우며 교과서나 책에서가 아닌 자연 그대로를 지켜보며 자연과 함께 몸도 마음도 커나갔다.

그녀는 제철음식 먹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텃밭 가꾸기의 ‘하이라이트’는 김장배추와 무를 수확한 후 그 땅에 양파와 마늘을 심는 일이었다. 양파와 마늘은 긴 겨울을 땅에서 지내며 봄에 얼굴을 내민다. 5월만 되도 수확이 가능하다.

박 씨는 “양파와 마늘은 이처럼 겨울을 나야하는 작물이다. 그들처럼 모든 작물에는 씨앗에 필요한 시기와 환경, 조건이 필요한데 그 시절에 맞는 작물을 먹으면 우리 몸도 자연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봄이 되면 봄나물을 먹는 이유와 같다. 봄나물은 긴 겨울 힘들었던 땅의 어둠을 이겨내고 싹을 움튼 승리자이다. 그래서 봄동, 달래, 냉이, 쑥, 두릅 등 봄나물에는 겨울에 춘곤증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박 씨는 “우리 몸은 계절에 맞는 음식으로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며 계절에 맞는 적정한 밥상 차리기를 권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깻잎, 부추, 오이, 수박, 열무 등의 제철음식이 우리 몸에 이롭다고 전한다. ⓒ ScienceTimes

동의보감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깻잎, 부추, 오이, 수박, 열무 등의 제철음식이 우리 몸에 이롭다고 전한다. ⓒ ScienceTimes

동의보감에서도 제철음식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제철음식은 그 식물의 영양분이 가장 무르익었을 때 먹는다는 의미가 있다. 또 사계절 자연의 변화에 우리 몸이 따라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름은 활짝 피어난 잎의 계절이다. 깻잎, 풋고추, 열무, 가지, 오이, 애호박, 부추, 수박, 매실 등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

그녀는 오이를 가지고 오이롤 초밥을 만든다. 마늘과 브로콜리로 밥을 짓기도 한다. 그린빈은 살짝 데쳐 자색감자 등과 함께 샐러드를 해서 먹기도 한다. 비트는 구워서 먹는다. 구워먹으면 단맛이 응축되어 더욱 맛이 돈다.

밥을 할 때 처음부터 마늘, 콩나물, 무, 감자 등을 넣어 양념간장 등과 함께 먹으면 반찬을 따로 만드는 수고 없이도 건강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가장 건강한 밥상은 트렌드에 쫓기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먹는 밥상이다. 땅의 기운에 맞게 먹고 자연에 맞게 살려 노력하는 것.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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