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2019

생명 위협하는 ‘열파’, 노약자 특히 위험

자연친화적 도시계획으로 해결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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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찜통더위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건강이다. 27일 ‘와이어드(Wired)’ 지에 따르면 폭염이 다양한 질환을 불러일으켜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유럽에 기록적인 더위가 몰아친 적이 있다. 폭염 당시에는 약 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후속 조사를 통해 최대 7만 명이 숨진 것으로 밝혀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었다.

장기간 더위가 이어지는 열파로 인해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체온조절에 실패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과학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CDC

장기간 더위가 이어지는 열파로 인해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체온조절에 실패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과학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CDC

피부 약하면 체온 조절에 실패할 수 있어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전문의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던 알렉산더 쿠마르(Alexander Kumar)  교수는 “열파로 인해 수많은 지역에서 농작물이 타들어 갔고,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2003년 미 국방성은 안보 관점에서 열파(heatwaves)를 연구하고 있었다.  열파는 장기간에 걸쳐 더위가 맹렬하게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미 국방성은 열파 현상으로 인해 전력 등 사회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산불이 발생하며, 사람과 동물이 사망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 것은 체온 때문이다. 사람 등 항온동물의 체온은 다소의 변동이 있을 수는 있으나 얼마 안 있어 정상적인 상태로 복구된다. 체내에서 온열이 발생하지만 체온의 방산(放散)이 함께 이루어지면서 평형 상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외부 온도변화에 관계없이 섭씨 37도의 체온을 유지하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체온조절이 뇌 안에 있는 시상하부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시상의 아래쪽에서 뇌하수체로 이어지는 이 부위는 체온 감지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일종의 온도조절 장치다.

인체는 체온이 과도하게 올라가면 몸을 통해 올라간 열을 내리는 활동을 하게 된다. 그중의 하나가 땀(sweat)이다. 수분은 열을 흡수한다. 체내에서 열을 흡수한 땀을 배출하면 올라갔던 체온이 다시 내려가게 된다.

그러나 노인, 만성 환자들, 어린아이 등과 같이 땀을 배출하는 능력이 취약한 계층이 있다. 쿠마르 교수는 “취약한 피부를 갖고 있는 이들은 열파가 이어질 경우 보통 사람들처럼 정상적으로 땀을 배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심한 고통을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쿠마르 교수는 “특히 이뇨제, 혈압강화제 등의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시계획 시 미래 열파현상 감안해야

체온조절에 실패해 섭씨 40도를 넘어서게 되면 생리현상이 불균해지면서 열사병(heatstroke)이 발생한다. 심장 부위 체온이 올라가고, 중추신경계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며 무기력, 발작 등을 유발하는 고체온 상태를 말한다.

쿠마르 교수는 “서둘러 서늘한 그늘로 옮겨 휴식을 취하지 않을 경우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열사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영국보건국(PHE)에 따르면 지난 2003년 8월 4~13일까지 열흘간 2000여 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주목할 점은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이 더위가 시작되기 전 며칠간 특히 집중됐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의 독특한 습성 때문이다. 여름이 시작되고 온도가 올라가면 사람들은 이 초기의 더위를 감지한 후 이보다 낮은 온도에는 둔감해지게 된다.

그러나 열파로 인해 장기간 폭염이 지속될 경우 신체 전반에 긴장이 이어지게 된다. 결국 신체 전반에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잦은 사망사고를 유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최근 열파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열파의 정도와 발생 건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오는 2040년까지 심각한 열파가 계속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유럽을 강타한 열파보다 더 장기적이고 더 강력한 열파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틴델 기후변화 연구센터의 코린 르 케레(Corinne Le Quéré) 소장은 “섭씨 30도가 넘으면 일을 하기 어려워지고, 섭씨 40도가 넘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파는 단시일 내에 해결이 어려운 만큼 삶을 위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케레 소장은 대처 방안 중 하나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도시계획을 지목했다.

케레 소장은 “일반적으로 도시 지역이 도시 외곽지역보다 온도가 높다”고 말했다. 높이 솟아오른 빌딩들이 한곳에 다수가 모여 있으면서 그 안에 열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도시계획 시점부터 이런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케레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빌딩 지붕과 벽면에 절연처리를 하거나, 빌딩과 빌딩 간의 공기순환 구조를 살피는 등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케레 소장은 “열파의 공격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도시 공간을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 및 지자체, 그리고 건설 관계자들에게 더위를 감안한 도시를 건설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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