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2019

소행성 충돌 뒤 생태계는 어떻게 복원됐나

10년 이내 생물 자라고, 3만년 이내 생태계 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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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600만년 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유례 없는 대량 멸종을 촉발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공룡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지구 생명체의 75%가 사라졌다. 그러면 그 뒤 지구 생태계는 언제, 어떻게 복원되었을까?

미국 텍서스(오스틴)대가 주도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비록 소행성 충돌이 수많은 생물을 멸종시켰으나 충돌 후 생긴 커다란 구덩이(crater)에는 10년이 채 안돼 바다 생물들이 자라기 시작하고, 3만년 이내에 번성하는 생태계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의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빠른 회복이다.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는 모습 상상도. 지름 수킬로미터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핵무기 수백만 개 위력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으로 알져져 있다.  CREDIT:Fredrik / Wikimedia Commons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는 모습 상상도. 지름 수킬로미터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핵무기 수백만 개 위력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으로 알져져 있다. CREDIT:Fredrik / Wikimedia Commons

충돌 몇 년 뒤 생명체 나타나”

이론상으로 소행성이 충돌하면 그 충격에 의해 방출되는 독성 금속과 같은 환경오염물질로 인해 충돌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의 생태 복원이 가장 느릴 것으로 생각돼 왔다.

그러나  이 이론과 배치되는 연구 결과를 보고 연구팀도 놀랐다고 한다. 이 같은 증거는 전세계의 생태 복원이 주로 국부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나타내며, 오늘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기후 변화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를 주도한 텍서스대 지구물리학 연구소(UTIG) 크리스 라워리(Chris Lowery) 박사후 과정 연구원은 “우리는 소행성 충돌 구덩이 안에서 충돌 몇 년 뒤에 나타난 생명체를 발견했으며, 이것은 정말로 놀랍도록 빠른 회복”이라며, “이는 회복을 일반적으로는 잘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30일자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는 UTIG의 게일 크리스티슨( Gail Christeson), 진 걸릭(Sean Gulick) 박사와 코넬리어 라스무센(Cornelia Rasmussen) 박사후 과정 연구원이 국제연구팀과 함께 공저자로 참여했다.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지구 생명체의 75%가 절멸했으나 수년 안에 충돌 구덩이에서 수년 안에 생명체가 나타났다는 연구가 나왔다. 왼쪽은 충돌 구덩이에서 발견된 플랑크톤. 왼쪽 아래의 기하학적 형태는 말류. CREDIT: Original art by John Maisano, University of Texas Jackson School of Geosciences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지구 생명체의 75%가 절멸했으나 수년 안에 충돌 구덩이에서 생명체가 나타났다는 연구가 나왔다. 왼쪽은 충돌 구덩이에서 발견된 플랑크톤. 왼쪽 아래의 기하학적 형태는 말류. CREDIT: Original art by John Maisano, University of Texas Jackson School of Geosciences

미세화석 통해 생물군 변화 확인

생명체의 증거는 주로 말류와 플랑크톤 같은 단세포 유기체의 잔해물 미세화석(microfossils)을 비롯해 충돌 구덩이에서 추출한 암석에 있는, 좀더 큰 유기체가 살던 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암석들은 국제 해양탐사 프로그램(the International Ocean Discovery Program)과 국제 대륙시추 프로그램(International Continental Drilling Program)이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과학 시추에서 확보한 것이다.

작은 화석은 유기체들이 충돌 구덩이에서 서식했다는 확고한 증거일 뿐 아니라, 충돌 수년이 지난 환경에서 서식 가능성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지표다. 신속한 회복은 현미경으로 관찰되지 않는 다른 생명체들이 충돌 바로 직후에 이 구덩이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라워리 연구원은 “미세화석을 통해 여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공동체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석 덩어리 한 개에서 수천 개의 미세화석을 발견할 수 있고, 거기에서 높은 신뢰도로 생물군집의 변화를 살펴보는 게 가능하다”며, “우리는 이것을 대규모 유기체군의 한 대용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의 ‘국제 해양 탐사프로그램’에 의한 과학 시추 모습. CREDIT: Chris Lowery,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2016년의 ‘국제 해양 탐사프로그램’에 의한 과학 시추 모습. CREDIT: Chris Lowery,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충돌 지점 해저층 뚫어 자료 확보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 2~3년 뒤 생명체 출현의 첫 번째 증거를 발견했다. 이 증거에는 작은 새우나 벌레가 만든 구멍이 있었다. 충돌 후 3만년이 지나면서 충돌 구덩이에는 번성하는 생태계가 출현했고, 표층수와 해저의 다양한 생물 군집의 밑바탕 먹이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자라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대서양과 멕시코만의 다른 지역을 포함한 세계 여러 곳에서는 유사한 방식의 복원이 이뤄지는데 30만년이 걸렸다.

화석 증거가 담긴 시추 코어는 2016년 텍서스 지구과학대가 공동 주도한 탐사작업에서 충돌 구덩이로부터 추출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특별한 코어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충돌 후 해저 상황을 전례 없이 상세하게 포착해 낼 수 있었다. 해양의 다른 부분에서 얻은 코어 샘플은 충돌 직후에 퇴적된 몇 밀리미터의 물질만을 가지고 있었던데 비해, 이번 연구에 사용된 샘플은 그런 물질을 130미터 이상 포함하고, 상부 30인치는 탁한 물에서 천천히 침전된 것이었다. 이 자료들은 충돌 후 수일부터 수년까지의 해저 환경을 담은 기록을 제공한다.

논문 공저자인 티모시 브랄라워(Timothy Bralower)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고미생물학 교수는 “이 코어에서는 층이 진 것을 볼 수 있는 반면 다른 코어들에서는 전반적으로 재료들이 섞여있어 화석과 자료의 기록이 뒤죽박죽이 돼 작은 시간 간격을 구별해 낼 수 없다”며, “층이 진 코어를 통해 매일, 매주, 매년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기 말 대량 멸종의 여파로 등장한 최초의 새로운 플랑크톤종 가운데 하나인 Parvularugoglobigerina eugubina. 이 본은 국제 해양 탐사 프로그램 탐사 364 호에 의해 칙슬루브 (Chicxulub) 충돌 크레이터에서 뚫은 코어에서 발견됐다. CREDIT: Chris Lowery,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백악기 말 대량 멸종의 여파로 등장한 최초의 새로운 플랑크톤종 가운데 하나인 Parvularugoglobigerina eugubina. 이 표본은 국제 해양 탐사 프로그램 탐사 364 호에 의해 칙슬루브 (Chicxulub) 충돌 크레이터에서 뚫은 코어에서 발견됐다. CREDIT: Chris Lowery,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국부 요인이 특정 생태계 회복에 가장 큰 영향 미쳐”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엘런 토머스(Ellen Thomas) 예일대 지리 및 지구물리학 선임연구원은 이 논문이 소행성 충돌 후의 빠른 회복에 대한 강력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으나, 학계의 많은 과학자들도 시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머스 박사는 “내 의견으로는 특성이나 연대, 퇴적률과 미세화석 내용물… 특히 굴을 파고 사는 생물들이 소행성 충돌 수년 안에 복원될 수 있다는 추정 등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충돌 구덩이에서의 상대적으로 빠른 생명체 복원은, 소행성 충돌이 엄청난 멸종을 불러일으켰지만 복원을 저해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물 순환으로부터 유기체와 생태학적 틈새 이용가능성 간의 상호작용에 이르기까지의 국부적 요인들이 특정 생태계의 회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는 지구적 재앙 이후의 회복이 지역적 문제일 수 있음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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