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3,2019

‘잊혀질 권리’ 따라 구글에 삭제 명령

영국 고등법원 판결, 전세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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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인이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잊혀질 권리’ (Right to be Forgotten) 재판에서 승소하는 기념비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구글은 이 기업인의 과거 범죄행위에 대한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과거 비리나 행적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한 수백 만 명의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앞으로 인터넷의 정보유통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영국 고등법원(High Court)은 지난 13일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2건에 대해서 하나는 구글에게 패소를 판결했다. 다른 한 건에 대해서는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 상대 소송에서 승소한 기업인은 NT2로만 알려졌다. 그는 10여 년 전 다른 사람의 통신을 가로챈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러나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한 NT1에 대해서는 구글이 승소했다. NT1은 1990년대 말, 회계처리를 부정하게 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4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영국 고등법원은 '잊혀질 권리'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영국 고등법원은 ‘잊혀질 권리’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Pixabay

NT1과 NT2 두 사람은 자신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을 알려주는 내용들이 구글 검색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삭제를 요구한 내용은 신문과 다른 미디어에서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보도한 웹 페이지 링크를 포함한다.

구글이 두 사람의 요청을 거부하자, 두 사람은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이날 판결이 나온 것이다.

10여 년 전 6개월 징역형 받은 내용 삭제

이번 소송에서 NT2가 승소함에 따라, 웹에서 자신에 대한 당혹스러운 이야기가 삭제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내린 저스티스 와비(Justice Warby) 판사는 손해배상은 배제했다.

판사는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린 데 대해 “NT1은 지속적으로 대중들을 속여온 데 반해서 NT2는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판사는 또 “NT2의 경우 피고인의 행동이 소비자나 고객 또는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제3자에 의한 사생활 침해와 연관이 있다”고 판결했다.

NT2의 경우 범죄와 처벌 정보가 시간이 지난 것이며, 구글 검색 이용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알려주는데 필요한 법률적인 이해관계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NT1의 경우, “소송인이 자신의 범법을 인정하지 않고 대중과 법원을 오도했으며 이 같은 일에 대해서 어떤 반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NT1은 계속 사업을 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정보는 그가 계속 대중을 잘 못 인도할 위험성을 줄이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법원은 판단한 것이다.

지난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 ECJ)는 시간이 지났으며 관련없는 데이터는 요청이 있으면 검색엔진에서 삭제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검색엔진 회사들은 만약 그 정보에 대한 공공의 이익이 사생활 권리보다 크다고 믿을 경우 이 같은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 앞서 구글과 소송인들은 법정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지난 2월 공판에서 NT1의 변호사인 휴 탐린슨(Hugh Tomlinson)은 “검색엔진에서 NT1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것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언론규제운동단체인 해크드 오프(Hacked Off) 대표이기도 한 탐린슨은 “NT1이 기업인이며 공공의 인물이 아니고 부동산개발업자로서 돈을 빌려주고 펀드를 유치하는 일이 생업”이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새 인물을 만나기 전에 구글에서 그 인물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과거 범죄에 대한 내용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탐린슨은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 잘못을 하곤 하며 만약 젊었을 때의 잘못된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끈다면 영원히 부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탐린슨은 “NT1의 유죄는 이미 지났고 법은 범법자들의 재활을 위해 설계되었으므로 범법자들을 정상적인 생활로 인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글을 대표한 앤서니 화이트(Antony White) 변호사는 “유럽사법재판소의 ‘잊혀질 권리’는 역사를 다시 쓸 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며 과거를 편리한 대로 다시 구성하는 권리가 아니다”고 반격했다.

유럽사법재판소가 “검색엔진에게도 ‘잊혀질 권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이후, 범법자들이 한 일을 추적해서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을 주로 맡아왔던 미디어에서 많은 반발이 일어났다.

2월 구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잊혀질 권리’가 인정된 이후, 구글에 접수된 개인정보 삭제 요청은 65만 건이며, 이에 관련된 웹사이트 링크 숫자는 240만 건에 달한다. 구글은 240만 건의 요청 중 절반이 못되는 43.3%를 수용해 정보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국가 별 삭제요청은 프랑스, 독일, 영국이 절반이 조금 넘는 51%이었으며 전체 요청의 89%는 일반인이었다. 유명인 등 비정부 인사들의 삭제 요청은 4만1213건이었고, 정치인 및 정부 관리들의 삭제 요청은 3만3937건이었다.

삭제 요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소셜 미디어와 웹 사이트에서 개인 정보를 삭제해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도기관과 정부 페이지에 있는 기록과 전문적인 정보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더 강화된 GDPR 규칙 내달 시행

한편 오는 5월 25일부터 유럽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대폭 강화한 ‘일반 데이터 보호 규칙’ (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회원국가들의 ‘잊혀질 권리’ 요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GDPR은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에 개인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개인정보보호권리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규칙은 EU 회원국 기업들 뿐 아니라 EU 내에서 사업하는 해외기업에도 적용되므로 국내 기업의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

유럽연합은 내달 5월부터 강화된 개인정보보보 정책을 시행한다. ⓒ Pixabay

유럽연합은 내달 5월부터 강화된 개인정보보보 정책인 GDPR을 시행한다. ⓒ Pixabay

GDPR 적용 대상은 유럽연합 거주 시민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정보 통제자, 정보 처리자, 정보보호책임자(DPO) 등이다. 유럽연합에 사업장을 보유한 경우나, 유럽연합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유럽연합 거주 정보 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정보주체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기업도 해당된다.

기업이 개인정보를 침해했을 경우,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72시간 이내에 감독기구는 물론 정보주체에게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개인정보 처리 원칙, 동의요건, 국외이전 등 심각한 GDPR 규칙을 위반하면,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4% 또는 2000만 유로 중 더 높은 금액이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일반적 위반이면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2% 또는 1000만 유로 중 더 높은 금액이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GDPR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모든 EU 회원국에 직접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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