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8,2019

바이러스 적응력,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

새 진화경로 찾아 환경에 쉽게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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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같은 유기체가 교과서에 써 있는 것과는 달리 생존을 위해  새 기능을 획득하고 새로운 진화 경로를 찾아 환경에 적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UC San Diego)대 생물학자들은 세균성 바이러스에 대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이들이 예상처럼 ‘정상적인’ 숙주를 감염시킬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진화 상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키는 능력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30일자에 발표된 이 연구는 바이러스 같은 유기체가 얼마나 빠르게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지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유전자가 어떻게 새로운 기능들을 획득하는지와 돌연변이가 어떻게 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전이가 용이하게 되는지에 대한 오랜 미스터리를 다루는 한편, 지카와 에볼라, 조류 독감 같은 바이러스 질환 연구에도 적용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C 샌디에이고 생물학자들은 최근 람다 바이러스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 같은 유기체의 새로운 진화 방법에 대한 증거를 제시했다. 사진은 람다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실험실 배양 접시. CREDIT: UC San Diego

UC 샌디에이고 생물학자들은 최근 람다 바이러스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 같은 유기체의 새로운 진화 방법에 대한 증거를 제시했다. 사진은 람다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실험실 배양 접시. CREDIT: UC San Diego

적응 위한 돌연변이 어떻게 나타날까’ 의문에서 출발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생물과학대 저스틴 메이어( Justin Meyer) 조교수는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적응력이 휠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적 유연성을 얻는지를 알아내 새로운 질병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의 분자 수용체에 부착돼 대상 세포를 감염시킨다. 이 수용체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막는 일종의 ‘자물쇠’ 역할을 한다. 이 자물쇠를 여는 ‘열쇠’는 숙주-인식 단백질이라고 불리는 바이러스성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어떻게 단백질 열쇠를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로 인해 새로운 자물쇠에 접근이 가능한지에 대해 연구 초점을 맞췄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바이러스가 비교적 적은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열쇠를 얻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이런 돌연변이가 처음에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지 못했다.

람다 파지 DNA가 세포막에 주입되는 과정. Mannose PTS 투과 효소를 사용하는 당질 전달 시스템을 세포질로 들어가는 메커니즘으로 사용한다(2013년 10월). CREDIT: Wikimedia Commons / Sankohm

람다 파지 DNA가 세포막에 주입되는 과정. Mannose PTS 투과 효소를 사용하는 당질 전달 시스템을 세포질로 들어가는 메커니즘으로 사용한다(2013년 10월). CREDIT: Wikimedia Commons / Sankohm

예상 못한 바이러스의 도전 극복

UC 샌디에이고대, 도쿄대의 지구-생명과학연구소,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공동작업을 진행했다.

메이어 교수 연구실의 캐서린 피트리(Katherine Petrie) 박사가 박테리아는 감염시키지만 인체는 감염시키지 않고 연구실 테스트에서 폭넓은 유연성을 보이는 람다(lambda) 바이러스에 대한 프로젝트 실험을 이끌었다. 연구팀은 람다 바이러스가 박테리아 세포 벽에 새로운 수용체가 나타남으로써 야기된 도전을 분자생물학의 확립된 규칙을 벗어나 이를 극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존의 분자생물학에서는 유전적 정보가 하나의 단백질 분자로 번역돼 살아있는 세포와 바이러스들을 만드는 것으로 돼 있다.

논문 공저자로 연구를 수행한 학부생 새라 메디나와 연구자원봉사자 빅터 리, 저스틴 메이어 조교수, 캐서린 피트리 박사(왼쪽부터). CREDIT: UC San Diego

논문 공저자로 연구를 수행한 학부생 새라 메디나와 연구자원봉사자 빅터 리, 저스틴 메이어 조교수, 캐서린 피트리 박사(왼쪽부터). CREDIT: UC San Diego

한 개 사면 한 개 덤으로 얻는 격”

피트리 박사팀은 단일 유전자가 때때로 여러 개의 다른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람다 바이러스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경향이 있는 단백질 서열을 진화시켜 적어도 두 가지의 다른 숙주-인식 단백질을 창출했다. 바이러스에게는 행운이고 숙주 박테리아에게는 불행인 이 다른 유형의 단백질들은 각각 다른 자물쇠를 공략했다.

논문 제1저자인 피트리 박사는 “우리는 이 진화과정을 실제 상황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며, “단백질의 ‘실수’로 인해 정상 숙주 세포뿐만 아니라 다른 세포들까지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말했다. 그는 “단백질에서의 이 비유전적 변이는 단일 DNA 유전자 서열에서 더 많은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물건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덤으로 얻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새로 발견된 진화 현상에 대한 추가 사례와 함께 이런 사례가 얼마나 흔한 지에 대한 증거를 찾고 있다. 아울러 개별 분자 과정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새로운 경로의 세부사항을 탐구할 수 있도록 연구 스케일을 좁히고 있다.

메이어 교수는 “이 같은 일은 진화적 혁신에서 매우 이례적인 적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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