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8,2019

“우리술 복원해도 산업화 어려워”

누룩 복합발효 과정, 과학적 뒷받침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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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전통주)은 누룩에 포함된 균주 전체 조합을 이용해서 복합발효를 해야 하는 데 복합 발효 시 상호 작용의 실체 규명이 어렵다. 같은 누룩을 사용해도 똑같은 술맛이 재현되지 않는다. 누룩부터 똑같은 균주와 비율을 유지하는 관리가 되지 않는다.”

28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 1회의실에서 열린 전통과학 전통주 분야 미니 워크숍에서는 우리술을 복원하고 현대적으로 산업화하는 문제를 다루면서 부닥치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지적돼 관심을 끌었다. 이 워크숍은 전통문화를 과학적으로 해명해 새로운 산업화의 길을 여는 것을 목적으로 전통문화 장인들과 과학기술자들이 함께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지적된 우리술에 관한 핵심적인 문제점은 여러 균이 함께 작용하고 복합당인 녹말(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면서 알콜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는 우리술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병행복합발효를 하는 우리술은 복합 발효 시 일어나는 상호 작용의 실체 규명이 관건이지만 이것이 쉽지 않고, 때문에 같은 방법을 되풀이해도 술맛이 재현되지 않는 게 산업화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리술의 특징은 무엇이고, 전통주의 복원과 산업화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까지 와 있는지 이 자리에서 발표된 내용을 살펴본다.

우리술의 가장 큰 특징은 ‘향’

전통술 360여 가지를 재현한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은 “집에서 술을 빚어 먹는 가양주 역사가 단절되면서 우리술에 대한 철학과 장인 정신이 사라졌다. 국적도 고유성도 차별성도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우리 고유한 술맛인 술 향기를 잊어버렸다.”고 지적했다.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이 우리술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성하운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이 우리술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성하운

박 소장은 “시판되는 막걸리는 일본에서 들여온 양조 방식으로 빚고 있다. 많은 양조장에서는 ‘전통술은 골치 아프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며 “시중에는 전통 막걸리가 없다. 오로지 부산 산성막걸리 하나가 우리의 누룩으로 빚는 전통 막걸리로 민속주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 누룩으로 빚는 술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조선시대에 84권의 양주(술 발효) 기록이 있고, 여기에는 523종의 술과 1027품종의 술 만드는 주방문이 남아 있다.”며 “우리술은 맛과 도수와 향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쌀로 빚은 술을 ‘미(米)주’라고 부르지 않고, 청주라고 불렀던 것은 우리 선조들은 술에서 맑은 향기(청향)가 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풀이했다.

“현재 사케 방식의 술 빚기로 막걸리를 만들고 있지만 사케와의 차별성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에 우리술의 미래가 달렸다.”고 박 소장은 말했다.

그는 “술을 비롯한 발효식품은 최소 30일 정도는 걸려야 하는 데 현재 3,4일 만에 상품화는 것은 막걸리밖에 없다. 발효기간이 짧기 때문에 그 술에서 맛이 나고, 향이 생길 수 없다.”며 “그래서 대부분의 막걸리는 쌀을 발효시켜서 ‘맛이 나는’ 술이 아니라 첨가물을 넣어서 ‘맛을 내는’ 술”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주는 발효시키는 데 적어도 20일에서 석달 열흘이 걸린다는 점과 비교했다. 그러나 현재 시중 막걸리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데는 30년전이나 지금이나 750ml 한병에 1천원으로 가격이 똑같다는 현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조장은 원가를 줄이기 위해 첨가물로 막걸리 맛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복합 발효하는 누룩을 사용하면 술의 품질관리가 안돼

한국식품연구원의 김재호 박사는 “시중 막걸리 양조장에서 일본처럼 단일 균주를 사용하는 이유는 누룩을 사용해서는 술의 품질관리가 안되기 때문”이라며 “누룩 자체의 관리도 안되고 있는 게 현실적인 문제점”이라고 설명했다.

백가지 꽃을 넣어 담그는 백화주를 빚는 모습. ⓒ 박록담

백가지 꽃을 넣어 담그는 백화주를 빚는 모습. ⓒ 박록담

김 박사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효모와 누룩곰팡이 균주를 선발해 이를 배양한 누룩을 개발해서 2015년부터 보급하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주 등의 출고량(전체 주류의 12.8%)이나 주세 수입이 총 2조7900억원의 0.18% 비중밖에 안 되는 매우 낮은 열악한 시장 규모”라며 “이에 따라 국내 누룩 시장의 규모가 1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효모 배양 설비만 해도 1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기에 성숙한 시장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김 박사는 “전통주는 복합균이 작용해 병행복합발효를 하는 데 상호작용의 실체 규명이 안돼 있어, 같은 누룩을 써도 똑같은 술을 재현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누룩 자체도 사람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내는 관리가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룩 한 가지에 포함되어 있는 균종이 1백여 가지나 되고 주요 균종만 40여 가지가 되기 때문에 그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밝혀 낸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이날 ‘술과 인생’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포천막걸리 김기갑 이사는 “술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한다. (술의 발효과정에서 술이) 게거품을 물 때도 있고, 콧물을 흘릴 때도 있고, 질풍노도기의 사춘기도 있다. 그런 것을 세게 겪으면 겪을수록 좋은 술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술의 감성적 측면의 특성을 강조했다.

전통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함께 술을 즐기는 모습.  ⓒ 박록담

전통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함께 술을 즐기는 모습. ⓒ 박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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