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8,2019

개코원숭이 생체시계는 지방자치제!

각자 시간대에 따라 움직이는 신체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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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이 생체시계 연구자들에게 돌아가면서 안 그래도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은 주제인 생체시계가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 몸이 지구 자전이라는 24시간 주기의 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진화한 생체시계는 학문적으로도 흥미롭지만 우리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의 유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하루 24시간 동안 유전자 전사가 일정하지 않고 특정 시간대에 많이 전사되거나 스위치가 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같은 유전자라도 신체 장기나 조직에 따라 전사 타이밍이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모든 유전자의 시간대와 신체조직에 따른 전사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면 생체시계와 인간 생리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산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연구를 한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이고 죽은 사람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즉 건강한 사람이 특정 시간에 갑자기 죽고 난 뒤 바로 분석할 신체조직 시료를 채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에서 두 시간 단위로 보더라도 두 시간 간격으로 사망한 12명이 필요한데 민주사회에서 이게 가능할까.

따라서 차선책으로 실험동물이 희생되기 마련이다. 실제 생쥐를 대상으로 이런 실험이 행해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자들은 생쥐의 장기 및 조직 12개에서 두 시간 간격으로 전체 유전자 전사 패턴을 분석했고 그 결과를 담은 논문을 2014년 11월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큰 주목을 받았고 불과 3년 4개월이 지난 현재 430여 회나 인용됐다.

그럼에도 이 결과를 사람에 적용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생쥐는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자는 반면 사람은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기 때문이다. 즉 야행성(nocturnal) 동물의 데이터를 주행성(diuranl) 동물에 적용해야 한다. ‘모든 데이터 시간에 12시간을 더하면(또는 빼면)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밤낮을 바꾸면 되는 유전자도 꽤 있을 것이지만 다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같은 영장류에 주행성

학술지 ‘사이언스’ 3월 16일자에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 실험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소크연구소를 비롯한 미국과 케냐, 프랑스의 공동연구자들은 사람이 속하는 영장류 동물로 주행성인 개코원숭이를 대상으로 64개의 조직에서 두 시간 간격으로 시료를 채취해 모든 유전자의 전사량을 분석했다. 생쥐가 장기와 조직 12개에서 얻은 걸 감안하면 5배 이상 세분화해 시료를 얻은 것이다.

예를 들어 생쥐는 뇌의 세 곳(소뇌, 뇌간, 시상하부)에서 시료를 얻은 반면 개코원숭이는 무려 22곳에서 얻었다. 시상하부도 개코원숭이에서는 하부구조인 시교차상핵과 실방핵, 시삭전야, 배내측시상하부로 나눠 따로 시료를 얻었다. 주행성이라는 점뿐 아니라 훨씬 더 정밀한 데이터가 얻어졌다는 말이다.

원숭이들은 독방에서 낮에 해당하는 인공조명이 켜진 상태에서 12시간을 보내고 밤에 해당하는 꺼진 상태에서 12시간을 보낸다. 춘분 전후인 지금과 비슷한 조건이다. 생체시계 실험 데이터는 관례상 불을 켰을 때를 0시로 잡지만 일상생활과 맞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6시간을 더해 6시에서 18시까지 낮이고 18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밤이라고 보정해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개코원숭이의 13개 장기의 64개 조직에서 시료를 얻어 모든 유전자의 전사량을 분석했다. 특히 뇌의 경우 채취한 조직이 22가지나 된다. ⓒ ScienceTimes

이번 연구는 개코원숭이의 13개 장기의 64개 조직에서 시료를 얻어 모든 유전자의 전사량을 분석했다. 특히 뇌의 경우 채취한 조직이 22가지나 된다. ⓒ ScienceTimes

연구자들은 개코원숭이 게놈 해독 결과 추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19210개에 대한 조직별 시간대별 전사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97.3%에 해당하는 18684개 유전자가 적어도 한 개 조직에서 전사됐다. 그리고 RNA를 만들거나 가짜유전자(pseudogene)로 보이는 9272개 유전자 가운데 69.2%인 6414개가 적어도 한 개 조직에서 전사됐다. 즉 25098개 유전자가 전사된 것이다.

이 가운데 10989개 유전자는 64개 모든 조직에서 적어도 한 시점에 전사된 것으로 밝혀졌다. 유형에 관계 없이 모든 세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유전자라는 말이다. 실제 이런 유전자들의 기능을 보면 유전자 발현(전사와 번역), RNA 가공, DNA 수리, 단백질 항상성 유지 등에 관여한다. 한편 한 조직에서만 전사돼 특화된 기능을 하는 유전자도 1473개나 됐다.

시간대에 따른 유전자 전사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18684개 가운데 81.7%인 15269개가 적어도 한 조직에서 24시간을 주기로 전사량이 오르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체시계가 유전자 전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그리고 64개 모든 조직에서 전사하는 유전자의 97%가 적어도 한 조직에서 주기성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주기적인 전사는 유전자 발현에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최적화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주기성을 보이는 유전자는 대체로 하루 24시간 가운데 6시간 범위 안에서 집중적으로 전사됐다.

64개 조직에서 2시간 단위로 하루 24시간에 걸친 유전자 전사량을 확인한 결과 25098개 유전자가 적어도 한 조직에서 적어도 한 시간대에 전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조직에 따라 특정 시간대에 많이 발현하는 유전자들이 몰려 있다. 숫자에 6을 더하면 실제 시간대가 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겨드랑림프절(AXL), 췌장(PAN), 시교차상핵(SCN), 회장(ILE), 심장(HEA),  고환(TES)이다. ⓒ 사이언스

64개 조직에서 2시간 단위로 하루 24시간에 걸친 유전자 전사량을 확인한 결과 25098개 유전자가 적어도 한 조직에서 적어도 한 시간대에 전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조직에 따라 특정 시간대에 많이 발현하는 유전자들이 몰려 있다. 숫자에 6을 더하면 실제 시간대가 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겨드랑림프절(AXL), 췌장(PAN), 시교차상핵(SCN), 회장(ILE), 심장(HEA), 고환(TES)이다. ⓒ 사이언스

생체시계 지휘본부가 오히려 예외

한편 주기적인 유전자의 전사 빈도가 높은 시간대가 두 곳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른 오후(14시에 전사가 정점인 유전자가 11146개나 된다)와 이른 새벽(4시에 정점인 유전자가 5127개다)이다.

참고로 평균은 2090여 개(25098÷12)다. 정점인 유전자가 가장 적은 시간대는 22시로 696개에 불과하고 그다음이 자정이다. 결국 주행성 동물은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유전자 전사가 잠잠하다는 말로 수긍이 가는 결과다.

흥미롭게도 64개 모든 조직에서 주기성을 보이는 유전자는 하나도 없었다. 생체시계 조절에 직접 관여하는 유전자 13개조차 모든 곳에서 주기성을 보이지는 않았고 이 가운데 유전자 두 개는 아예 전사가 안 되는 조직도 있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최근 규명된 Ciart 유전자가 가장 많은 52개 조직에서 주기성을 보였다.

결국 신체조직에 따라 생체시계 유전자 몇 개가 팀을 이뤄 주기적으로 전사되면서 고유한 생체리듬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구촌 나라들이 경도에 따라 고유 시간대가 있듯이 신체조직도 각자 시간대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개코원숭이의 데이터와 생쥐의 데이터는 정말 12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패턴을 보일까. 연구자들은 생쥐의 11개 조직에 해당하는 개코원숭이 11개 조직을 골라 전사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실제로 많은 유전자들이 이런 패턴을 보였고 특히 생체시계 조절 유전자들이 그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생체시계를 총괄하는 조직인 시교차상핵(SCN)에서는 오히려 12시간 어긋남이 나타나지 않았다.

야행성인 생쥐(노란색)와 주행성인 개코원숭이(파란색)의 유전자 전사 패턴을 비교해보면 12시간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생체시계 조절 유전자들이 그랬는데 예외적으로 시교차상핵(SCN)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림을 보면 Bmal1의 경우 네 시간 차이가 나고(작은 동그라미 두 개) Per1은 5시간, Cry2는 10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한편 Cry1은 다른 조직에서도 7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 ScienceTimes

야행성인 생쥐(노란색)와 주행성인 개코원숭이(파란색)의 유전자 전사 패턴을 비교해보면 12시간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생체시계 조절 유전자들이 그랬는데 예외적으로 시교차상핵(SCN)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림을 보면 Bmal1의 경우 네 시간 차이가 나고(작은 동그라미 두 개) Per1은 5시간, Cry2는 10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한편 Cry1은 다른 조직에서도 7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 ScienceTimes

예를 들어 다른 조직들에서는 전사 정점이 12시간 가까이 차이가 나는 Bmal1 유전자의 경우 시교차상핵에서는 그 차이가 4시간에 불과했다.

이는 시교차상핵이 아니라 그 통제를 받는다고 여겨지는 개별 신체조직의 생체시계에서 낮과 밤이 바뀐 생활패턴을 결정함을 의미한다. 즉 각 조직은 시교차상핵의 지침을 융통성 있게 해석해 생체시계를 맞춘다는 말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의학이나 약학 분야 연구에도 큰 도움이될 전망이다. 약물의 표적이 되는 단백질의 유전자 가운데 82%가 적어도 한 조직에서 전사에 주기성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면 적절한 투약 시간대와 복용량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그 결과 약효는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개코원숭이 열두 마리가 희생됐을 것이다. 인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며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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