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6,2018

생명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의 관점에서만 보던 생명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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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태양에너지로 광합성을 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물과 산소, 햇빛은 생명의 원천이다. 육지나 바다 속 동물도 산소와 태양에너지, 물이 없다면 살 수 없다. 물론 먹이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명의 조건은 인간의 관점에서만 성립한다.

생명은 어디에서 오는가. 생명의 기원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풀고자 하는 난제 중 하나이다. 인간들은 자신과 자신의 먹이로 존재할 생명체들이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생명의 조건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생물체들이 더 많다.

지구의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남극의 보스토크 호수(빨간선) 탐사는 생명의 기원을 풀 열쇠로 꼽힌다.  ⓒ Wikipedia

지구의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남극의 보스토크 호수(빨간선) 탐사는 생명의 기원을 풀 열쇠로 꼽힌다. ⓒ Wikipedia

인류의 눈으로 보던 생명의 기원, 상상할 수 없는 다른 모습

대표적인 생명체들은 심해에 존재하는 생물체들이다. 심해(深海)는 수심이 2000~6000m 깊이의 바다를 뜻한다. 심해의 깊은 곳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식물의 광합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산소도 없다. 빛도, 먹이도, 생장하기 적합하지도 않은 압력과 온도 속이지만 이들은 살아간다.

영국의 환경·인권 전문가인 캐스파 헨더슨은 지난 2015년에 자신의 탐사 경험을 토대로 저술한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2015, 은행나무출판사 발행)에서 인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되는 생물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심해 속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생물 중에는 내장이 없는 물고기도 있다. 띠빗해파리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를 가졌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으니 스스로 발광하는 생물체들이 대다수이다. 도끼고기도 빛을 내는 발광세포가 있다. 무섭게 보이는 심해아귀는 박테리아에 의지해 빛을 내 먹이를 유인한다.

어떤 생명체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온도 속에서도 생명은 존재한다. 해저 열수구에서 사는 대표적인 생물은 ‘예티(Yeti)’라고 불리는 게(Crab)다. 영국 옥스퍼드대 알렉스 로저스 교수팀은 2010년 남아메리카와 남극 수심 2600m 아래 해저 열수구 바다 밑 활화산에서 살아가는 게를 발견했다. 예티 게는 털복숭이 모습으로 펄펄 끓는 온도를 넘어서는 열수 323도에서도 살아간다.

인간은 상상할 수도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물들은 극한생물이라 불린다. 이들은 뜨거운 온도, 높은 염도와 수소 농도 속에서도 변함없는 생명력을 자랑한다. 심지어는 방사선에 노출되고도 살아남기도 한다.

극한생물이 알려진 것은 1967년 미생물학자 토머스 부룩 박사에 의해서이다. 그는 높은 온도 속에서도 적응해 살아가는 미생물들을 연구해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공식 발표를 했다. 1977년에는 심해 속 고온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이 발견된다.

남극과 같은 극지에서도 극한생물들이 발견하기 위한 탐사가 계속 되고 있다. 남극 빙하 지하 호수 보스토크 호(Lake Vostok)에 대한 탐사가 그 것이다. 이 호수는 수백만년 동안 지구의 환경과는 고립된 상황으로 지구에서의 생명의 기원이 어떤 경로로 전파되었는지 알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러시아 남북극연구소 연구진은 보스토크 호수를 탐사한 결과를 지난 2013년 3월 국제 외계생물학회에서 발표했다. 이들은 이 세상 어느 유형과도 유사하지 않은 DNA를 가진 박테리아를 채취하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이 채취한 박테리아는 지구상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박테리아의 DNA와 86% 미만의 유사성을 가진 DNA를 갖고 있다. 유사성이 90% 이하면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로 분류한다.

방사능 속에서도 진공 속에서도 살아남는 생물, 생명의 기원 풀까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 최강 극한생물은 ‘곰벌레’이다. 곰벌레(water bear)를 보면 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다시 써야할 정도이다. 곰벌레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부활하는 불사조와 같은 생명력을 지닌 덕분에 2008년도에는 우주탐험을 하고 올 정도로 유명세를 치렀다.

몸 크기가 50㎛ 정도에 불과한 작은 곰벌레는 지구의 환경과는 상관없이 생명력을 유지한다.  ⓒ Wikipedia

몸 크기가 50㎛ 정도에 불과한 작은 곰벌레는 지구의 환경과는 상관없이 생명력을 유지한다. ⓒ Wikipedia

흔히 지구의 종말이 와도 살아남을 생명체 중 바퀴벌레를 드는데 이 생물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학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 공동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를 통해 곰벌레를 ‘지구상 최후의 동물’로 선정했다.

곰벌레는 영하 273도에도, 영상 151도에도 살아남는 극한의 생명력을 가졌다. 햇빛도 필요 없다. 물과 식량이 없어도, 더 놀라운 것은 방사능에 노출되어도 살아갈 수 있다. 공동연구팀은 곰벌레가 모든 생명체가 지구에서 사라질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폭발현상인 감마선 폭발이나 초신성 폭발 시에도 생존할 것으로 바라봤다.

미국 뉴멕시코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 SFI) 에릭 스미스 (Eric Smith) 선임 연구원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평창포럼에서 “모든 생물의 진실은 산소가 아니라 탄소”이며 “생명의 원천은 이산화탄소”라고 강조했다.

인류에게는 산소가 생명의 끈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눈으로 보는 세계관이다. 이산화탄소가 생명체의 원천이라는 점은 러시아의 과학자 오파린의 학설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앞으로 과학이 발달되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영역에서 더 많은 생명의 비밀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에릭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산소도, 햇빛도 없는 곳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고 “앞으로 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그들을 통해 생명의 기원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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