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1,2018

소득격차 줄이고 빈곤퇴치 하려면

과학서평 /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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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UTOPIA)는 디스토피아(DYSTOPIA)와 함께 미래를 생각할 때 자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와 할 일을 가져가면, 그 사회는 유토피아가 될까 아니면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다주는 디스토피아가 될까?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소득격차가 늘어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를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국제적으로 논의의 대상이 되는 방안이 ‘보편적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 제도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자기가 알아서 사용하라고 준다. 이럴 때 상식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 돈을 술 먹고, 담배 피고, 도박하는데 쓰지 않을까? 더욱 더 게을러지지 않을까? 재정이 파탄나지 않을까?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아야 하는 게 도덕적으로 옳은 게 아닐까?

몇 가지 연구결과는 우리가 말하는 상식이 얼마나 오류 투성이인지 보여준다.

2009년 런던에서 노숙자 13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실험 대상자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퇴역군인이었다. 어떤 노숙자는 40년을 살았다. 경찰 동원, 법정 비용, 사회복지 서비스 등으로 노숙자 13명에게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40만 파운드(약 5억8,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노숙자를 도와주는 아주 좋은 방법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런던의 원조기구인 브로드웨이는 급진적인 결정을 내렸다. 푸드스탬프 지급을 중단하고, 무료급식소를 폐쇄하고, 보호소를 없앤다는 뜻이다. 대신 과감하고 즉각적인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영수증도 없이 그냥 현금을 무상으로 준 것이다.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에만 대답하면 됐다. 사람들에게 권한을 주고 선택권을 준 이 방법은 노숙자들을 바꿨다.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값 14,800원 ⓒ ScienceTimes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값 14,800원

1년 반이 지나자 노숙자 13명 중 7명에게 잠자리가 생겼다. 2명은 아파트를 얻어 이사하기로 했다. 13명 모두 자립과 개인적인 성장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요리를 배우고 자활과정을 등록하고 가족을 찾아가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웠다. 런던 노숙자 실험은 사회현상을 파악할 때 과학적 실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가난은 임금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말은 최소한 이 실험에서는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상이 만능의 키일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UTOPIA FOR REALISTS)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비교실험 결과를 틈틈이 배열해서 설명한다.

네덜란드의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이 쓴 이 책은 그렇다고 무상이 모두 다 좋다고 편드는 것은 아니다. ‘리얼리스트’라는 표현에서 보여주듯이 상식적으로 하지 말고 비교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케냐 초등학교에 교과서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비교분석실험은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외국개발원조에 대한 무작위 비교연구는 1998년이 돼서야 처음 실시됐다. 미국의 마이클 크래머 (Michael Kremer) 교수가 맡았다. 교과서를 무상으로 주며 무단결석이 줄고 시험점수가 높아진다는 문헌도 많고 세계은행도 1991년 교과서 무상배포프로그램을 추천했다.

물론 이들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검증하지 못했다. 크레머 교수는 인도주의 기관과 함께 50개 학교를 골라, 25개 학교는 무상지급, 25개 학교는 빈손으로 찾아갔다. 결과를 얻기까지 4년이 걸렸다. 무상배포는 아무 효과가 없었고, 시험점수는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

현장 찾아가서 비교실험해야 정확한 결과

그렇다면 모기장은 어떨까? 매년 수 십 만 명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 사망을 줄이는 한 방법은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모기장을 무상으로 보급하는 것과 염가보급하는 것이 뭐가 좋을까? 얼굴이 창백해질 때까지 탁상공론 하는 대신, 케임브리지 대학 두 학자는 케냐에서 무작위 비교연구를 벌였다.

한 집단에게는 무료로 배포하고, 다른 집단에게는 할인가로 제공했다. 돈을 받고 판매하는 즉시 모기장 가격은 3달러로 크게 떨어졌지만, 주민 20%만 구입했다.

1년 뒤 다른 종류의 모기장을 2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무상으로 받았던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무상으로 모기장을 받았지만, 다음에 돈을 내고 산 주민수가 처음에 3달러를 내고 모기장을 산 주민보다 2배 많았다.

이 실험을 한 에스더 듀플로의 결론은 ‘주민들은 무상배포 보다 모기장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냥 주자는 기브다이렉틀리(GiveDirectly)는 서부 케냐지역에 무조건 현금을 주는 실험을 했다. 빈곤층에게 1년 치 임금과 맞먹는 500달러를 줬다. 그 중 한 사람은 일당 2달러짜리 채석장 일을 중단하고 오토바이를 한 대 사서 실어다 주면서 서너배로 소득이 올랐다.

MIT에서 조사해보니 주민소득은 38% 늘었고 주택과 가축소유는 58%까지 늘었으며 아동결식일수는 42%줄었다. 중요한 것은 전체 기부금의 93%가 수혜자 수중에 직접 들어갔다.

사람들의 행동은 섣부른 이론이나 도덕적 가치 또는 이성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때로는 비이성적이고 이타적이고 이기적이고 어리석기도 하다가 예상보다 훨씬 똑똑하기도 하다.

네덜란드의 이 젊은 사상가는 비교연구가 만능의 열쇠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비교연구를 통해서 측정할 수 있는 수치가 있지만, 측정불가수치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편적 기본소득, 주당 근무시간 축소, 빈곤퇴치 등 3가지를 통해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이 젊은 네덜란드 사상가는 의기양양하다. 그가 처음 보편적 기본소득을 주장한 지 몇 년 안 돼 세계적으로 붐이 일어났다고 자화자찬도 늘어놓는다.

2016년 6월엔 이를 놓고 스위스에서 국민투표도 실시됐다. 처음이라 부결됐다. 그렇지만 노예제도폐지나 여성참정권 인정 같은 아이디어도 처음엔 이상하게 들렸다. 리얼리스틱 유토피아가 가까웠다고 브레히만은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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