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2,2019

지구 대재앙 예언, 현실화될까?

남극 빙하 소멸 시기 놓고 기상학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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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포칼립스’는 눈을 의미하는 ‘아이스(ice)’와 대재앙을 의미하는 ‘아포칼립스(apocalypse)’를 합성한 말이다. 얼음으로 인한 세계 종말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14년 초 미국에서다.

폭설이 이어지면서 언론들은 ‘아이스포칼립스’가 다가왔다고 제목을 붙였는데 2015년 초 더 많은 눈이 내리면서 세계 종말 가능성을 더 가시화했다. 2016년 들어서는 에릭 홀로더스(Eric Holthaus) 같은 보수적인 기상학자도 지구 종말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스포칼립스’에 대한 기사에서 이번 세기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해수면이 기후변화를 일으켜 남극 빙하를 모두 소멸시킨다는 매우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2004년 NASA 인공위성이 촬영한 남극의 라르센 빙붕. 라르센A, 라르센 B 빙붕이 이탈한데 이어 최근 라르센 C 빙붕이 이탈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니고 있다.   ⓒNASA

2004년 NASA 인공위성이 촬영한 남극의 라르센 빙붕. 라르센A, 라르센 B 빙붕이 이탈한데 이어 최근 라르센 C 빙붕이 이탈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NASA

남극 빙하 소멸 가속화 전망 이어져    

23일 ‘가이언’ 지에 따르면 ‘아이스포칼립스’에 관한 매우 구체적인 예측은 지난해 기상학자 롭 디콘토(Rob DeConto), 데이브 폴라드(Dave Pallard)가 발행한 ‘남극 빙벽 불안정(Antarctic ice cliff instability)’이란 저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지구온난화에 따라 남극으로부터의 거대한 빙붕이 갈라져 나오면서 남극 빙하에 높은 빙벽을 만들고, 불안정한 빙벽들이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해수면 높이가 매우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남극 해안지대에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빙붕(ice shelf)이 다수 떠다니고 있다. 이들 빙붕들이 녹아 내린다는 것은 곧 남극을 덮고 있는 빙하가 소멸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2년 남극으로부터 분리된 ‘라르센 B(Larsen B)’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스포칼립스’를 주제로 한 영화 ‘투모로우(Tomorrow)’를 보면 ‘라슨 B’와 같은 빙붕이 남극으로부터 분리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축구장 5개 길이의 ‘라르센 C(Larsen C)’ 빙붕 균열이 발견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에 의하면 균열 속도가 점점 빨라져 지난해 11월 현재 갈라진 틈새의 길이가 160㎞까지 늘어났고, 틈새 간격 역시 최대 3.2㎞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 안 있어 ‘라르센 B’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이 같은 빙붕 이탈을 통해 남극 빙하 전체가 소멸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치 못해왔다. 남극 빙하의 소멸은 곧 해수면 온도 상승을, 그리고 지구 전체 기후변화에 따른 대재앙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개방대학(The Open University)의 환경과학자인 탐신 에드워즈(Tamsin Edwards) 교수는 남극 빙하와 관련된 주장들이 너무 비관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상학자들에 의해 지구 대재앙이 너무 빨리(too soon) 다가오고 있다는 것.

빙하 소멸 과정 놓고 기상학계 논란    

지난 2015년 남극의 미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는 그녀는 “남극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취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세기말까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어떤 증거도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남극 전문가들을 통해 남극 빙하 소멸론의 근거로 두 가지 이론이 제기되고 있었다. ‘해양 빙하의 불안정(marine ice sheet instability)’ 이론과 ‘해양 빙벽의 불안정(marine ice cliff instability)’ 이론을 말한다.

이 두 가지 이론 모두 해양 빙하의 끝이 두터워질수록 해양빙벽이 쉽게 무너져 내리면서 빙하 소멸속도가 빨라진다는 주장에 근거한 것이다. 에릭 홀로더스와 같은 기상학자는 지금처럼 빙하가 소멸될 경우 해수면 온도가 3m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아문센 해역 근방 빙하에서 이런 불안정한 상태가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남극 빙하 연구가 진행된 이후 40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런 불안정이 어떻게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는 중이다.

탐신 교수는 “빙산이 갈라지고 있지만 빙산 어디에서도 지구 대재앙이 다가오는 속도를 말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학자 롭 디콘토와 데이브 폴라드가 이런 불안정 상태를 연구했지만 이들과 다른 주장을 펴는 학자들도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남극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빙붕들이 지구온난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것이다. 롭과 데이브 같은 비관적인 학자들도 있지만 남극의 빙하 소멸이 통상적인 현상과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빙하가 어떻게 소멸되고 있는지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할 경우 지금과 같은 논란이 이어지고 추측에 근거한 이론이 난무해 남극 빙하 보존을 위한 대책이 오히려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탐신 교수의 주장이다.

그동안 남극 빙하를 놓고 학자들 간에 서로 다른 연구 결과가 이어져왔다. 지난 2015년 NASA에서 “남극 빙하가 많이 유실되고 있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빙하가 그보다 더 많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사례도 있다.

위성을 통해 남극 지역의 빙하 두께를 측정한 결과 이전보다 조금 더 두꺼워졌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 서남극에서는 빙하 두께가 더 얇아졌고, 동남극에서는 더 두꺼워지는 등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조금 더 두꺼워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최근 기상학자들을 통해 남극 빙붕 이탈에 따른 지구 대재앙론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남극 빙하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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