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07,2019

세계 강타한 ‘과학을 위한 행진’

행진으로 시작해 토론·정치참여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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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미국 워싱턴을 비롯 세계 600여개 도시에서 동시 진행된 ‘과학을 위한 행진(the March for Science)’은 과학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워싱턴 거리는 수만 명의 연구자, 교사, 지지자들로 채워졌다.

당초 이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 환경정책 철회로 인해 촉발됐다. 그러나 거리로 쏟아져 나온 참가자들은 문제가 된 정치적 이슈 외에도 과학계 전반에 걸쳐 그동안 축적된 불만을 광범위하게 토로하고 있었다.

과학정책에 대한 각 정당의 초당적인 협력, 에너지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같은 정치적 구호서부터 여성 과학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구호, 과학적 진실을 추구하자는 철학적인 구호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도 매우 다양했다.

지난 4월22일 워싱톤에서 열린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of Science)' 현장. 미국 워싱톤에서 시작된 과학자들의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그 활동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4월22일 워싱톤에서 열린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of Science)’ 현장. 미국 워싱톤에서 시작된 과학자들의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그 활동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Wikipedia

“시위참여가 곧 사회발전을 위한 행위”       

이번 집회 조직위원인 공중보건 전문가 캐롤라인 웨인버그(Caroline Weinberg) 씨는 참가자들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집회에 참가한데 대해 큰 놀라움을 표명했다. 또한 “이 집회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예측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각종 SNS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학과 관련된 정치적 이슈를 토로하기 시작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과학과 과학자들을 해치는 정책을 심의하고 이를 공표하는 정치적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24일 ‘워싱턴 포스트’ 지에 따르면 이런 활동은 6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 휴스턴에서는 지난 8월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파괴된 연구소와 학교 시설을 서둘러 복구할 것을 촉수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매월 ‘사이언스 북클럽’을 통해 과학관련 이슈를 토론하고 있는 중이다. 뉴멕시코에서는 기후변화와 진화에 대한 내용을 대폭 줄인 과학교과서 내용을 변경해줄 것으로 촉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미국 지구물리학회(AGU) 크리스티 맥켄티(Christine McEntee) 회장은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정책 전반에 걸쳐 두려움과 함께 걱정하고 있으며, 지금이 소리를 높여야 할 시기이며,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시간을 무보수를 할애하며 ‘과학을 위한 행진’ 조직위원회를 돕고 있는 중이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주 안에 백서를 발간할 예정.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고 미래 활동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궁금한 것은 지난 6개월간 계속 이어져온 ‘과학을 위한 행진’을 통해 미국을 비롯 세계 과학계 전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 여부다. 이와 관련 과학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의련 수렴과 함께 세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통해 과학토론 이어져    

루이빌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나오미 체럴럼바키스(Naomi Charalambakis) 씨는 ‘과학을 위한 행진’을 통해 과학자들의 세상의 과학자들의 존재를 자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이 행진을 통해 정치인들과의 갭을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원 의원들과 만나 과학정책 개선을 협의하기 위한 스케줄이 연이어 예정돼 있으며, 연방정부 관계자들과도 의견수렴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메일, SNS 등을 통해 언론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어 주립대 병원에 근무하는 리처드 레그로(Richard S. Legro) 교수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과학을 위한 행진’을 통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과학자들의 불안감이 한꺼번에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불만은 과학계를 지배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필요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 이런 분위기 속에서 힘이 약한 젊은 과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을 위한 행진’의 조직위원인 엔지니어 루퍼스 카크란(Rufus Cochran) 씨는 아내와 함께 인디애나 폴리스 주 과학교육 및 과학커뮤케이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역사상 과학 이슈가 이처럼 대중적으로 부각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과학이슈를 놓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토론을 벌이고 있으며, 이런 여론 수렴과정을 통해 각 부문에 걸쳐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TEM 교육과 관련, 시민들과의 협조방안이 모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샌디에고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로버트 쿠퍼(Robert Cooper) 씨는 포털, SNS 등을 통해 과학에 대한 각종 가짜뉴스가 난무하면서 이번 시위를 통해 많은 과학자들의 진실을 향한 열망이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회원인 다니엘 텔(Daniel Tell) 씨는 ‘과학을 위한 행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사회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며, 이번 행진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은퇴한 과학교사 토머스 멀른(Thomas H. Mullen) 씨는 이번 행진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과학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정치권에서 희석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과학을 위한 행진’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지난 4월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행진에는 엔지니어, 학생, 저술가 등 참석자들은 800여 명이 참가해 연구 환경과 과학 정책을 토론하고 광화문 광장에서 행진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자율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또한 과학기술계 안의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것을 촉구하는 등 과학과 기술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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