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5,2019

너구리가 원통 속 먹이 꺼내는 방법

이솝 우화의 '까마귀와 항아리' 실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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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 개의 이솝 우화 중 하나로 ‘까마귀와 항아리’(The Crow and the Pitcher)’가 있다. 가뭄이 들어 물이 귀할 때, 두 마리의 까마귀는 원통형의 항아리 안에 들어있는 물을 발견했다. 그러나 물이 바닥에 조금만 들어 있어서 부리를 넣어도 닿지 않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이솝 우화에는 한 까마귀는 물 마시는 것을 포기하고 날아갔지만, 다른 한 마리는 부리로 돌을 주워 항아리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서 수위가 높아져서 결국 까마귀는 갈증을 해결했다는 내용이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2009년 발표된 논문에서 사실임이 드러났다. 실제로 까마귀가 물 항아리 안에 돌을 집어넣어 물을 마시는 것이었다! 이솝은 까마귀를 관찰하고 그 우화를 썼을지 모른다.

미국 너구리 ⓒ Pixabay

미국 너구리 ⓒ Pixabay

이번에는 까마귀 뿐 아니라, 미국 너구리(raccoon)도 이솝 우화에 나온 것과 같은 방식으로 먹이를 차지하는 것이 실험결과 증명됐다.

동물인지(Animation Cognition) 11월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야생에서 잡아온 너구리(raccoon)들은 아주 좁고 긴 실린더 같은 원통에 들어있는 달콤한 마시멜로를 이솝 우화의 까마귀와 비슷한 방식으로 꺼내먹었다.

미국 와이오밍대학(University of Wyoming)과 미국국립야생연구센터(USDA National Wildlife Research Center)는 너구리가 달콤한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서 매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돌멩이 집어 넣어 수위 높아지자 손으로 꺼내    

이번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기다란 원통 바닥에 물을 조금만 넣고 그 위에 달콤한 마시멜로가 떠다니게 했다. 너구리가 팔을 집어넣어도 닿지 않는 위치였다. 그리고 너구리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했다.

처음 훈련 시기에 연구팀은 높이 50cm 원통 입구 둘레에 돌멩이를 놓아두고는, 돌멩이가 원통 안으로 떨어지면 물의 높이가 올라오는 것을 보게 했다. 너구리들이 부지부식 간에 돌멩이를 건드리면, 자연스럽게 원통 안으로 떨어져 수위가 높아지도록 한 것이다.

8마리의 너구리 중 7마리는 돌이 떨어지는 것에 반응을 보였으며, 이 중 4마리는 우연히 떨어진 돌멩이에 의해 수위가 높아진 원통에 손을 집어넣어 마시멜로를 꺼내 먹었다.

연구팀은 이어 조금 어려운 시험문제를 냈다. 이번에는 돌멩이를 원통 입구에 놓아둔 것이 아니라, 원통 바깥 바닥에 놓아줬다. 그랬더니 8마리 중 2마리의 너구리는 바닥에 놓인 돌멩이를 주워서 원통 안으로 집어 넣어, 물의 높이가 올라오자 손을 집어넣어 마시멜로를 붙잡았다.

그런데, 세 번째 너구리는 더욱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원통에 올라가서는 마구 흔들어대서 원통을 아예 쓰러뜨려 버렸다. 상당히 무거운 원통이 쓰러지면서 물과 마시멜로가 한꺼번에 모두 쏟아져 나오도록 한 것이다. 까마귀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진 못한다. 이것은 너구리에게도 학습능력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원통을 쓰러뜨려 한꺼번에 꺼내기도    

물론 너구리의 지능이 거기까지였다. 다양한 크기의 돌멩이를 놓아뒀는데 정말 똑똑하다면, 큰 돌멩이부터 넣어서 더 빨리 물이 높아지도록 했을 것이다.

와이오밍 대학의 로렌 스탠튼(Lauren Stanton) 박사는 “너구리들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요크대학(York University) 심리학자인 수잔 맥도널드(Suzanne MacDonald) 역시 “원통을 어떻게 쓰러뜨릴 줄 알다니 역시 너구리답다”고 말했다.

이솝 우화 실험을 통과한 미국 너구리 ⓒ Lauren Stanton

이솝 우화 실험을 통과한 미국 너구리 ⓒ Lauren Stanton

또 다른 실험에서 연구팀은 똑같은 8마리의 너구리에게 물위에 떠오르는 볼을 줬다. 과학자들은 너구리들이 이 떠다니는 공을 어떻게 사용할지 관찰했다.

그랬더니 첫 번째 실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두 마리의 너구리는 이번에도 역시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 두 마리는 떠다니는 공을 물에 튕기면, 마시멜로가 물위에서 튀어 올라 원통 안벽에 달라붙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한 다음에 영리한 너구리는 원통에 손을 집어넣어 마시멜로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이솝 우화 같은 실험을 통과한 동물은 뉴칼레도이나 까마귀, 당까마귀, 유럽 어치 그리고 유인원 등이다.

예를 들어 오랑우탄은 원통 바닥에서 떠 다니는 땅콩을 잡기 위해 입 한 가득 들어있는 물을 빠르게 뱉어내면 된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또 다른 실험에서 어떤 침팬지는 놀랄만한 해결책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원통에 오줌을 싸는 것이었다.

영리한 까마귀에 대한 이솝 우화 실험은 2009년 셀(Cell)에 발표됐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크리스토퍼 버드(Christopher David Bird)와 퀸 메리 대학의 나단 에머리(Nathan John Emery)는 까마귀의 일종인 당까마귀(rook) 4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것이다.

당까마귀 앞에 입구가 좁은 15cm 높이의 플라스틱 물병을 놓아두고, 물 병 주위에 크기가 다른 돌들도 갖다 놓았다. 물은 부리가 닿지 않게 물병의 절반 이하만 채워놓았다. 그리고 물 위에는 당까마귀가 좋아하는 벌레를 띄워놓았다.

당까마귀는 벌레를 먹기 위해 부리로 돌을 집어 물병 안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물병의 수위는 올라갔고 까마귀들은 몇 차례 시도 끝에 결국 벌레를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4 마리 모두 얼마나 많은 돌을 넣어야 먹이를 차지할 수 있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이 중 3 마리는 작은 돌 보다 커다란 돌을 넣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알아차렸다.

반대로 물에 가라앉지 않고 떠 다니는 톱밥은 물의 수위를 오르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동물도 도구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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