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2,2019

컴퓨터 전원 끄고 S/W 수업을!

'언플러그드 놀이'로 컴퓨팅 사고력 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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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중학교 교과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선택에서 필수로 전환된다. 오는 2019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에 포함되면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된다. 이에 컴퓨터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장 내년부터 도입되는 정규 과목에 대한 불안감으로 며칠 교육에 수 십 만원에 달하는 비싼 S/W 교육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입식 암기 교육은 이제 그만, 컴퓨터 없어도 되는 S/W교육    

소프트웨어 교육은 앞으로 미래를 설계할 아이들에게 중요한 지식이지만 지식만으로는 미래를 주도할 수 없다. ‘코딩’, ‘챗봇’, ‘알고리즘’ 등을 배우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배양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준비물로 재미있게 놀이를 하며 컴퓨팅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언플러그드 놀이. 팀 벨 교수팀은 다양한 수업 경험을 통해 컴퓨터 없이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csunplugged.org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준비물로 재미있게 놀이를 하며 컴퓨팅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언플러그드 놀이. 팀 벨 교수팀은 다양한 수업 경험을 통해 컴퓨터 없이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csunplugged.org

교육 전문가들은 컴퓨터를 다루는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S/W 교육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컴퓨팅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라고 해서 꼭 컴퓨터 앞에 앉아서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직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유아 및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컴퓨터를 너무 일찍 접하게 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놀이’로 접근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행하면 좋은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신갑천 임진초등학교 교사는 실제로 수업에서 컴퓨터 없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며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배가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수업을 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 플러그를 뽑고(Unplugged), 놀이로 수업하는 ‘언플러그드 S/W 놀이’를 추천했다. 신 교사가 직접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언플러그드 놀이’란 뉴질랜드의 팀 벨 교수와 동료들이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나온 교육 방법이다.

팀 벨 교수팀은 컴퓨터 없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만을 가지고 쉽고 재미있는 놀이로 컴퓨터의 원리를 배우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플러그드 놀이를 제안하는 팀 벨 교수팀의 '컴퓨터 사이언스' 사이트. 누구나 무료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언플러그드 놀이를 제안하는 팀 벨 교수팀의 ‘컴퓨터 사이언스’ 사이트. 누구나 무료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 csunplugged.org

‘언플러그드 컴퓨팅’ 놀이 방법은 기본적인 수학 활동에서부터 시작한다. 놀이를 통해 컴퓨터가 0과 1을 사용하는 이진수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패턴을 구분해내면서 패턴과 분류를 알려준다.

팀 벨 교수팀의 자료에 이진수 탐험, 함수와 그래프, 패턴과 분류, 암호 해독 등이 기술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학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서로 협업하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팀 벨 교수팀은 그동안 세 명의 컴퓨터 과학 강사와 두 명의 교사와 함께 현장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이들은 온라인(http://csunplugged.org)에 무료로 언플러그드 놀이 자료를 제공하며 많은 국가의 아이들이 활용하기를 바란다. 이들은 사이트를 통해 “컴퓨터가 오히려 소프트웨어 교육을 방해하기도 한다”면서 “지금 당장 컴퓨터 코드를 뽑고 진짜 컴퓨터 과학이 무엇인지 배울 준비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가 현장에서 추천하는 언플러그 놀이    

국내에서도 이러한 언플러그드 놀이법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교사들이 있다.

신갑천 임진초 교사와 함께 ‘언플러그드 놀이(영진닷컴)’를 펴낸 용인 한터초등학교 홍지연 교사도 다양한 언플러그드 놀이법으로 수업을 펼치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 카드로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깨닫기도 하고(좌) 거미를 순서대로 그리며 프로그래밍에서 잘못된 버그를 잡는 '디버깅'의 의미를 배울 수도 있다.(우)

다양한 이벤트 카드로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깨닫기도 하고(좌) 거미를 순서대로 그리며 프로그래밍에서 잘못된 버그를 잡는 ‘디버깅’의 의미를 배울 수도 있다.(우) ⓒ 언플러그드 놀이(영진닷컴)

가령 예를 들면 ‘몬스터 그리기’와 같이 간단한 그리기만으로도 컴퓨터의 특성을 배울 수 있다. ‘몬스터 그리기’는 괴물의 몸과 팔 다리 등 신체 각 부위를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그린 후 중요한 특징을 찾아내고 간단히 표현해보는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은 바로 복잡해 보이는 것을 간단하게 표현하는 ‘추상화 사고’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컴퓨터의 ‘디버깅(Debugging)’은 어떻게 배울까. 디버깅이란 프로그래밍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언플러그드 놀이’에서는 순서를 정해 그림을 완성해 가며 혹시 잘못 그려진 부분이 있으면 순서를 새롭게 정해 다시 거미를 그리면서 디버깅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알고리즘’이라는 어려운 용어는 샌드위치 만들기로 해결한다. 샌드위치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하고 원하는 재료를 차례로 올리며 샌드위치를 만들며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되새기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학습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을 의미한다. 라면 끓이기나 종이 접기도 알고리즘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다. 같은 문제라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보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습득하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더 이상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미래에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스스로 원리를 깨우쳐가며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는 ‘언플러그드 놀이’가 미래 사회에 경쟁력 있는 새로운 교육방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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