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4,2019

조용한 살인자, ‘사회적 고립’

초파리도 고립되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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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은 아주 다양한 범위에서 건강문제를 일으킨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수명이 줄어들기까지 한다.

올 봄 미국 상원청문회에서 미국노인학학회(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는 의원들에게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공동체에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사회적 고립이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조용한 살인자’이기 때문”이라고 노인학학회는 주장했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페렐만의과대학(Perelman School of Medicine) 과학자들은 사회적 고립이 건강의 위험도를 높여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학술저널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노랑초파리(fruit fly Drosophila melanogaster)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초파리도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수면손실을 초래하며 이 수면손실은 세포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6월호 슬립(SLEEP)에 논문을 발표했다.

수면이 단백질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Adapted from Colwell, Nature neuroscience

수면이 단백질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Adapted from Colwell(2007), Nature neuroscience

이렇게 발생한 세포스트레스는 단백질이 접히지 않는 비접힘단백질반응(unfolded protein response UPR)이라는 방어기제를 활성화시킨다.

수면손실이 단백질 변형시켜 노화촉진    

UPR은 거의 모든 동물에서 발견되는 현상으로, 아주 짧은 기간 동안 UPR이 활성화되면 세포를 스트레스에서 막아준다. 그러나 고질적인 활성화는 세포를 해칠 수 있다.

장기적이고 해로운 UPR의 활성화는 노화촉진에 기여해서, 알츠하이머나 당뇨병 같은 노화관련 질병을 유발한다.

사회적 고립은 선진국에서 점점 늘어나는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85세 이상 되는 노인의 절반은 혼자 사는데, 나이가 들어 운전하기 어려워지면서 발생하는 이동의 어려움은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을 줄어들게 한다.

“노화와 사회적 고립이 합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세포 및 분자 차원에서 이중의 고통을 가져온다”고 이 대학의 수면의학 부교수인 니린지니 나이두(Nirinjini Naidoo)박사는 말했다. 수면장애에 사회적 고립마저 겪으면, 건강하지 못한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논문의 제1저자이며 당시 펜실베니아 대학 박사후 연구원이었던 마리시카 브라운(Marishka K. Brown)박사의 예상치 못한 발견이 바탕이 됐다고 펜실베이나 대학은 프레스 릴리스에서 밝혔다.

브라운 박사는 현재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 NHLBI)의 수면장애연구센터의 프로그램소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초파리에서 UPR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던 중, 유리병에 혼자 갇혀있는 초파리의 UPR활성화를 표시하는 분자 마커가 단체로 있는 같은 연령대의 초파리 생체마커 보다 훨씬 높은 수준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풀어가 결국그녀는 동물을 고립된 상태로 유지하면 세포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면서 UPR활성화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나이두 박사는 말했다.

UPR활성화를 보여주는 생체마커는 세포안에서 단백질이 적절하게 접히는 것을 도와주는 보호단백질 역할을 하는BiP단백질을 포함한다.

단백질은 단순한 아미노산 체인으로 합성된 다음에 매우 복잡하게 기능성 형태로 접힌다. 이 미묘한 과정은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혼란을 일으켜서 접히지 않거나 잘 못 접혀, 해로운 단백질을 만든다.

초파리도 고립되면 빨리 늙는다 ⓒ Pixabay

초파리도 고립되면 빨리 늙는다 ⓒ Pixabay

‘비접힘단백질반응’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이 UPR은 이같은 세포의 참사를 막아준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단백질접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 채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하면, 염증을 유발해서 정상적이고 건강한 세포활동을 억제해 세포의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부적절하고 고질적인 반응이 노화와 함께 늘어나는 증거를 발견해 왔다.

사회적 고립이 수면손실과 스트레스 유발    

그렇다면 어째서 사회적 고립이 UPR을 초래하는 것일까? 나이두 박사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는 수면손실이 여러 동물에서 UPR을 초래하는 것을 보여줬다. 다른 연구에서도 사회적 고립이 사람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에서 수면손실을 가져오는 것을 보여준다.

브라운 박사가 졸피뎀 같은 수면약을 투여해서 고립된 초파리를 더 재우면, 단체로 있는 초파리와 같은 수준으로 UPR 마커가 떨어졌다. 반대로 단체로 있는 건강한 초파리에게 수면손실을 입히자, 사회적으로 고립된 초파리와 같은 수준으로 UPR이 올라갔다.

동물을 고립된 상태로 두면, 동물은 기본적으로 수면에 장애를 가져온다. 그리고 세포에 스트레스를 주면 반대로 UPR이 발생한다고 나이두 박사는 말했다. 과학자들은 UPR과 알츠하이머 같은 노화관련 질병의 관계를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초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나라도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아주는 정책을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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