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2019

컴퓨터가 추론하기 시작했다

학문·예술 가능한 인공지능 시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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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이미 알려진 정보를 근거로 다른 판단을 이끌어내는 추론(reasoning) 능력을 지니고 있다. 소설 속의 명탐장 셜록 홈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여러 가지 단서를 발견하고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추론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영리하다 해도 이 추론 능력에서는 인간을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예상이 무너지고 있다. 구굴의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뛰어난 추론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15일 ‘사이언스’ 지는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가 사람처럼 추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으며, 복잡한 이미지와 언어 등을 놓고 실행한 사람과의 비교 실험에서 인간 능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추론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통해 컴퓨터의 추론 능력이 입증되고 있다.   ⓒDeepMind

그동안 과학자들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추론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통해 컴퓨터의 추론 능력이 입증되고 있다. 사진은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 사이트. ⓒDeepMind

셜록 홈스처럼 정답을 추론할 수 있어 

연구팀은 최근 미국 코넬대 아카이브(arXiv.org)에 인공지능의 추론 능력을 검증한 내용을 담은 2편의 논문 ‘관계형 추론을 위한 단순한 인공신경망’과 ‘비주얼 상호작용 네트워크’을 잇따라 게재했다.

그리고 추론 기술인 ‘관계형 네트워크(Relation Networks, RNs)’라는 개념을 선보였는데 셜록 홈스처럼 여러 가지 특이한 단서들을 종합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지적인 기능을 말한다.

연구팀은 ‘CLEVR’, ‘babI 스위트’ 라는 데이터 세트를 사용해 인공지능에게 시각적인 질문과 응답을 시도했다.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형태의 물건들을 섞어놓고 소재와 형태 간의 상관관계를 물어보는 방식이다.

다양한 소재와 색상의 정육면체, 볼, 원통 등 다양한 모양의 물체들을 썩어놓고 어려운 질문을 시도했다. “푸른 물체 앞에 찾는 물건이 있는데 매우 작은 크기의 청록색 물체로 회색 금속의 공 모양을 하고 있다”며 그 물건이 어디 있느냐는 식의 질문을 던졌다.

이런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물체의 다양한 속성들을 서로 연계해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실험은 기존 기계학습 프로그램과 사람, 그리고 RNs 능력을 보강한 인공지능 3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기존 기계학습 프로그램은 77%의 정답을 맞추었다.

사람의 96% 정답률과 비교해 훨씬 뒤지는 점수다. 반면 RNs를 보강한 인공지능은 96%의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사람의 추론 능력을 넘어서는 놀라운 점수다. RNs를 보강한 인공지능은 언어 추론 능력에서도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에게 ‘산드라가 축구공을 주웠다’, ‘산드라가 사무실에 갔다’ 등의 문장을 제시한 후 ‘공이 어디에 있느냐?’는 식의 질문을 거듭했다. 문장의 연관관계를 통해 정답을 추론하는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도였다.

사람처럼 유연한 사고 가능할 수도    

그 결과 98%의 정답률을 기록했는데 40% 대의 점수를 기록한 사람과 기존의 기계학습 프로그램과 큰 대조를 보였다. 연구팀은 또 보이지 않는 스프링과 막대를 통해 튕겨지고 있는 10개의 볼을 보여주고 어떤 힘에 의해 볼이 튕겨지고 있는지 답변하라고 했다.

그 결과 90%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을 정확히 분석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의 기계학습 기능에 관계 추론(Relational Reasoning) 능력을 주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다.

추론이 가능하려면 두 종류의 물체나 사건 사이에서 통계적인 의미와 상징적인 의미를 동시에 인식해야 하는데 상징적인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에서 사람을 따라오기 힘들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구글 딥마인드에서 이런 주장을 뒤집었다.

런던에 있는 딥마인드의 컴퓨터 과학자 티모시 릴리크랩(Timothy Lillicrap)은 “컴퓨터 기계학습을 통해 (사람처럼) 두 대상 간에 관계성을 추론해낼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개발하는데 확실하게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접한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 과학자 저스틴 존슨(Justin Johnson) 교수는 “딥마인드 논문을 보고 크게 놀랐다”며, “유사한 일을 하고 있는 다른 인공지능과 연결할 경우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스톤 대학의 컴퓨터과학자 카테 사엔코(Kate Saenko) 교수는 “이 알고리즘을 활용할 경우 향후 사물인터넷, 사회적 네트워크, 무인차 시스템, 범죄 가능성 추적 등 다양한 방면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딥마인드에서 인공지능의 추론 학습 능력을 입증함으로서 인공지능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스스로 언어의 의미를 해득하고, 이미지들을 연계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 통계방식에 이 기능을 연결해 여러 가지 시각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최근 알파고의 바둑 실력이 세상을 놀라게 했듯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또 한 번 세상을 충격에 빠뜨리게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사람과 유사한 로봇 출현이 가능해지고 SF영화에서 볼 수 있는 로봇 실현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스탠포드대 저스틴 존슨 교수는 “딥마인드에서 진행한 실험이 아직 단순한 단계에 머루르고 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특수한 유형의 추론 능력 등을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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