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2,2019

“최면요법, 인간 뇌에 긍정적”

대형 소아과 병원들 최면치료 대거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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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마음 속에 허약성 정신불안, 만성통증, 각종 중독 현상을 퇴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보라. 믿어지지 않지만 최근 최면(hypnosis)을 이용해 기존 정신요법으로 해결하기 힘든 정신질환들을 치료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12일 ‘글로브앤메일’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14세 소녀인 수 존스(Sue Jones)는 무엇인가 복부를 찌르는 것 같은 증상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잠을 못자는 것은 물론 걷기조차 힘들어 휠체어를 타고 움직여야 할 정도였다.

주치의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이 소화 장애서부터 맹장 끝에 염증이 발생하는 충수염에 이르기까지 복부와 관련된 여러 증상들을 하나하나 체크해나갔지만 이 고통이 어디서 발생하고 있는지 원인을 밝혀낼 수 없었다.

뇌과학을 통해 최면치료의 효과가 확인되면서 메이오 클리닉 등 유명 소아과병원들이 최면요법을 정식 치료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사진은 19세기 스웨덴 화가 리카르드 베르그가 그린 최면치료 장면. ⓒWikipedia

뇌과학을 통해 최면치료의 효과가 확인되면서 메이오 클리닉 등 유명 소아과병원들이 최면요법을 정식 치료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사진은 19세기 스웨덴 화가 리카르드 베르그가 그린 최면치료 장면. ⓒWikipedia

14세 소녀 복부통증 최면요법으로 치료    

견디다 못한 그녀는 3주가 지난 후 캐나다 뱅쿠버에 있는 종합병원인 BC 아동병원(BC Children’s Hospital)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진단이 내려졌다. 극심한 걱정으로 인해 발생한 신경성 질환이라는 것.

그녀는 학교에서 모범생이었다. 그런 만큼 존경받은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많은 걱정을 해야 했고, 그 결과 이런 신경성 질환이 발생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치료방법을 찾던 의사는 그녀에게 최면 요법을 권유했다.

최면술을 마술로 생각했던 그녀는 의사의 권고를 거부했다. 그러나 호흡요법, 약물치료 등 다른 방법을 다 동원해도 고통이 가라앉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소녀는 아동심리학자이면서 최면치료 전문가인 리오라 커트너(Leora Kuttner) 박사를 만났다.

커트너 박사의 치료실은 마치 오락실과 같았다. 장난감, 화분, 다양한 색상의 그림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휠체어를 탄 수 존스는 박사가 지시하는 대로 복부 통증을 막을 수 있는 도구들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해변가에서 흩날리는 금빛의 희미하게 빛나는 투명한 보호막이 있었다. 그녀는 해변가의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투명한 보호막으로 자신의 고통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의사 지시에 따라 현실로 다시 돌아왔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고통이 사라진 것이다. 복부통증이 이렇게 사라진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의 휴대폰 안에 ‘해변에서 고통을 막아주는’ 이 보호막 치료법을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통증이 올 때마다 이 최면 요법으로 통증을 차단하고 있다.

최면요법, 인간 뇌에 긍정적인 영향 

최면 치료란 말과 행위를 이용해 환자의 정신적, 육체적 기능을 변화시키는 치료법을 말한다. 정신 집중은 최면 유도의 첫 단계다. 정신 집중을 통해 자연스럽게 최면 상태에 이르게 된다. 사람은 참을 수 없이 불안하면 스스로 최면 상태를 찾는 특성이 있다.

명상이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자세를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한 후에 기도문 혹은 주문을 외우는데 그 내용이 대부분 편안함을 구하는 내용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모습을 스스로에게 최면 치료를 하는 것과 비교하고 있다.

최근 뇌과학자들은 이 최면요법이 매우 특수한 방식으로 인간 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적절히 사용할 경우 걱정과 불안, 공포, 피부발진, 과민성대장증후군, 만성통증 등 신경성 질환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프랑스와 벨기에의 마취과 의사들은 마취제의 도움을 받아 최면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다. 환자중심의 치료방식과 함께 정밀검사로 유명한 미국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에서도 통증치료 항목에 최면치료를 추가했다.

그동안 최면치료가 문제가 됐던 것은 모든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맥길 대학의 인지신경학자 에미어 래츠(Amir Raz) 교수는 “최면 치료를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이런 주장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거의 모든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면요법을 정규 치료과정으로 도입하려는 병원이 급증하고 있다.

수 존스를 치료한 커트너 박사는 지난 4년 간 메이오 클리닉을 비롯 알버트 아동병원(Alberta Children’s Hospital), 토론토의 소아병원(Hospital for Sick Children) 등의 최면치료를 지원하며, 치료법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극심한 화상치료 때 환자 불안 해소  

워싱톤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패터슨(David Patterson) 교수는 “명상처럼 최면치료 역시 뇌의 자연치유 능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할 경우 망가진 마음과 육체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면요법이 명상과 다른 것은 수 주, 혹은 수 개월 걸리는 명상과 달리 빠른 시간 안에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교수는 “최근 뇌과학을 통해 사고와 개념, 생리현상 등을 관장하는 회백질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법 역시 계속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레거시 오레곤 화상센터(Legacy Oregon Burn Center)의 심리학자 에밀리 오그던(Emily Ogden) 박사는 극도의 화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최면치료를 하고 있다.

큰 고통을 겪는 화상 환자들의 경우 최면에 크게 노출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정신적인 고통 역시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오그던 박사는 ‘내가 치킨처럼 꽥꽥 울지 않았느냐?’며 자신을 비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그던 박사는 환자들에게 최면요법을 통해 좋은 생각을 하게하며 환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극심한 화상 환자를 치료하는데 최면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그 현장을 보게 되면 얼마나 놀라운 효과가 있는지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최면 치료가 거부됐던 것은 일부 사이비 치료사들에 의해 최면이 오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은 최면이 인간 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의료계가 최면을 대거 도입하면서 최면치료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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