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2,2019

2만5천배 강한 슈퍼항생제 개발

슈퍼박테리아의 세포벽 간단히 파괴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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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29년 페니실린이 출현한 이후 항생제는 현대 의학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세균을 죽이는 일이다. 그러나 항생제에 적응한 세균이 ‘슈퍼 박테리아’로 변모하면서 심각한 상황이 이어져왔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2만3천명이 슈퍼박테리아에 의해 사망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늘어날 경우 과거 항생제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던 1929년 이전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박테리아가 항생제를 이기는 이런 비극적인 사태를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슈퍼 박테리아를 소멸시킬 수 있는 강력한 항생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른바 슈퍼 항생제(Superantibiotic)다. 그리고 최근 그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

슈퍼박테리아의 파워가 더욱 세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를 통해 이 강력한 세균을 잡을 수 있는 슈퍼 항생제가 개발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슈퍼박테리아의 파워가 더욱 세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를 통해 이 강력한 세균을 잡을 수 있는 슈퍼 항생제가 개발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강력한 항생제 ‘반코마이신 3.0’ 개발    

30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미국 샌디아고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데일 보거(Dale L. Boger) 박사 연구팀은 강력한 슈퍼항생제 ‘반코마이신 3.0(vancomycin 3.0)’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항생제가 황색포도상구균(VRSA, Vancomyc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과 같은 강력한 세균을 소멸시키는 능력이 기존 항생제와 비교해 최소한 2만5천배 더 강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반코마이신 3.0’을 사용할 경우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데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일대학의 화학자 스콧 밀러(Scott Miller) 교수는 “보거 교수팀이 지난 수십 년 간 이어진 슈퍼박테리아와의 싸움에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이 항생제 개발로 사람들을 괴롭히던 슈퍼박테리아를 막을 수 있는 최종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논문은 이번 주 미 학술원 회보(th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다.

반코마이신은 1958년 개발된 항생제다. 황색포도상구균이 페니실린 대체용으로 개발한 메티실린에 내성을 갖게 되자 대체용으로 개발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황갈색 또는 갈색 분말로 포도상구균의 중증 감염증 치료를 위해 사용해왔다.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항생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항생제 역시 힘을 축적해왔다. 1958년 개발한 것은 ‘반코마이신 1.0’이다. 그러나 박테리아 내성이 강해지자 ‘반코마이신 2.0’을 개발해 지금까지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 항생제를 이기는 슈퍼박테리아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의료계는 큰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반코마이신 3.0’은 기존의 항생제와 비교해 그 능력이 월등히 강해 슈퍼박테리아와의 경쟁에서 장기간 우위를 보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와의 경쟁에서 우위 선점   

보거 박사 연구진이 관심을 기울인 것은 박테리아의 세포벽(cell-wall)이다.  세포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세포의 모양을 유지하도록 하는 벽을 말한다. 강력한 박테리아일수록 두터운 세포벽을 만들기 때문에 항생제가 힘을 발휘하기 매우 힘들다.

박테리아가 이런 힘을 갖게 된 것은 항생제의 침투력이 강해지면서 세포벽을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 성분 ‘D-ala’를 ’D-lactic’으로 대체해왔기 때문이다.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갖는 장알균(VRE), 황색포도상구균(VRSA)이 잇따라 등장했다.

세균 감염을 사망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의료기술이 발전한 미국에서만 한해 2만3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는 CDC 통계는 매우 충격적이다. 의료기술이 뒤진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최종 방어선인 ‘반코마이신 2.0’이 무력해지면서 보거 박사 연구팀은 슈퍼박테리아가 생성한 강력한 세포벽을 파괴할 방안을 모색해왔다. ‘D-lac’ 문제를 풀기 위해 기존 반코마이신과는 다른 새로운 구조의 반코마이신을 합성하기 시작했다.

세포벽 조성을 차단하고 세포벽 안에 들어 있는 멤브레인 기능을 무력화하는 등의 세 가지 중요한 기능들을 하나의 항생제 안에 결합시켰다. 그리고 VRE, VRSA와 같은 강력한 박테리아에 대응해 최소한 2만5천배 더 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항생제를 개발했다.

보거 박사는 “세포벽 기능을 차단하기 위해 이 세 가지 기능이 동시에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기능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다른 두 가지 기능에 의해 슈퍼박테리아가 소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거 박사는 과거 항생제 개발이 대부분 우연히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1928년 여름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개발한 것은 우연의 결과였다.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페트리 접시를 배양기 밖에 둔 채로 휴가를 다녀온 후 접시 안에서 포도상구균을 소멸시킨 푸른곰팡이를 발견했다. 이후 다른 과학자들도 플레밍과 유산한 상황에서 항생제 능력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완벽할 만큼 의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철저한 계획 하에 세균을 박멸할 수 있는 기능들을 강화해왔다”며, “연구 과정이 매우 힘들었지만 그만큼 강력한 항생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코마이신 3.0’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보거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싼 가격으로 이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또 사람 외에 다른 동물 등에 사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향후 30단계의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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