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0,2019

“대학입시에 공부가 전부는 아니다”

[기획] SW 최우수 선도학교를 가다 (4) 광주광덕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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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덕고의 동아리학생들과 선생님. ⓒ 김지혜/ScienceTimes

광주 광덕고의 동아리학생들과 선생님. ⓒ 김지혜/ScienceTimes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관심사보다 대학입시를 중요한 가치 1순위로 손꼽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내신을 관리하는 고등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입시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2018년도부터 고등학교의 경우 심화선택 과목인 정보 과목이 일반선택과목으로 바뀌게 돼 학생들과 학부모, 학교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뀐 교육 개정안이 내신에 도움이 될 지, 대학 입시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한 관심이다.

명확한 답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고 대학입시에도 도움이 된 사례가 있다. 바로 광주에 위치한 광덕고등학교의 이야기다. 광덕고등학교는 3년차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로, 2016년에 900여개 선도학교 중에서 최우수학교로 꼽힌 곳이다.

광덕고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정규교과에서는 기초, 방과 후 학교에서는 기본,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는 심화과정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정규교과에서는 1학년을 대상으로 주당 1시간을 편성해 언플러그드, 스크래치를 활용한 알고리즘, 앱 제작, 피지컬 컴퓨팅을 가르치는데, 이 같은 프로그램을 배우기에는 수업 시수가 부족해 방과 후 학교를 매주 월,수,금 80시간으로 운영했다. 정규수업에서 기초적인 것을 배운 학생들이 흥미가 생겼을 때 방과 후 학교에서 기본적인 것을 더 배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 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흥미를 갖는 학생들이 심화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를 만들었다. 현재 광덕고의 동아리는 광주 지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아리(창의적 체험활동)는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뉘는데, 기본과정은 무학년제로 1,2,3학년 26명이 참여하고, 심화과정은 무학년제 자율동아리로 1,2학년 24명으로 운영된다.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부터 동아리 지원자도 크게 늘었다. 첫 해에는 20여명에 불과했던 지원자가 올해는 180명에 달할 정도였다. 또 소프트웨어 교육 초기에는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동아리 활동을 하러 간다고 하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현재는 학생들 뿐 아니라 교내 선생님들이 바라보는 소프트웨어 교육, 동아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이는 내신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활발한 동아리 활동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꾸준히 공부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간 학생의 영향이 컸다. 올해 졸업한 오윤재군은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으나, 교내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배울만한 곳이 없어 고민하던 차 소프트웨어 동아리에 들어왔다. 소프트웨어 동아리에 들어와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자동차와 자신이 배운 프로그램들을 접목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관련 대회들에 나가면서 자신의 관심사를 구체적인 진로와 연결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대회 경험을 살려 교내에서 직접 자동차 대회를 여는 등 주도적인 교내 활동을 한 결과,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대학교, 동국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에 동시 합격했다. 그 중 자신이 평소 원하던 국민대학교 자동차IT융합학과에 입학한 오윤재 군의 사례는 교내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아리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들어 대회에 참가했던 로봇을 시연해 보고 있다. ⓒ김지혜/ ScienceTimes

동아리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들어 대회에 참가했던 로봇을 시연해 보고 있다. ⓒ김지혜/ ScienceTimes

광덕고의 동아리는 입시 뿐 아니라 학생들의 창업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심화과정으로 운영하는 자율동아리 OSOF는 앱제작, 3D 프린팅, 게임제작, 로봇연구 등 총 4개 팀으로 나뉘어 활동하는데, 4개 팀 모두가 각종 행사에 참여해 부스를 운영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앱 개발팀은 앱을 개발해 사업자등록까지 완료했다. 이들은 교내에서 선생님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생활기록부 기록 및 학교생활관리 소프트웨어인 Students care’ 앱을 개발해 광덕고에 납품했고, 현재는 게임을 하며 역사 공부를 함께 하는 소프트웨어 He-story를 개발 중이다. 동아리는 입시와 창업 뿐 아니라 IT 우수 재능학생 선정, Qualcomm 장학팀 선정 등 다양한 결실을 맺었다.

동아리 앱 개발팀으로 활동하며 창업에 성공한 3학년 박성훈 학생은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은 처음 받았는데, 흥미가 생겨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선생님들이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데 중간에 관리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 동아리 정민수 군과 만들게 되었다”며 “선도학교로 운영되면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제약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그런 지원들 덕분에 앱도 개발하고, 창업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아리 활동하면서 창업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어플리케이션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진로를 세웠다”며 “대학교도 컴퓨터 공학과로 진학하고 싶다”고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광덕고에서 처음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작한 이재원 선생님은 광덕고에서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만큼 지역 내 많은 학교들에서도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 선생님들과 연구회를 하며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수업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지역 내 복지시설에 있는 학생들에게 1년 동안 소프트웨어 수업을 진행하는 등 재능 기부 활동을 할 계획이다.

광주 광덕고 이재원 선생님 ⓒ 김지혜/ScienceTimes

광주 광덕고 이재원 선생님 ⓒ 김지혜/ScienceTimes

이 선생님은 소프트웨어 수업의 교내 확산을 위해 노력한 결과 점차적으로 교내외의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선생님은 “소프트웨어 수업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2년간의 수업 운영으로 성과가 정착될 수 있었다”며 “이제는 교욀 소프트웨어 교육 성과를 확산하고, 공유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선생님의 소프트웨어 교육 성과 확산 계획에 발맞춰 광덕고는 지역내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SW 교구 및 체험용 교구 16종을 보유한 D, C, T(Dreams come true) 교실을 만들어 지역내 개방하고 있다.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라는 의미로 SW 교육과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D, C, T 교실은 햄스터 로봇, 햄스터 미로 세트, 비트브릭 풀세트, 비트가 세트, 아두이노 키트, 3D 프린터, 레고, 컵드론 등 다양한 교구를 보유해 지역내 초,중, 고등등학교가 이용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나누는 광덕고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학생들이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사회 약자들을 생각하고 주변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회장 3학년 박근원 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생각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웨어러블 등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고 싶다”면서 “앞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에 진학해 개발자가 되고 싶고, 창업을 해서 선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다”라고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이야기 했다.

이 선생님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주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사고의 폭이 넓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는 이 선생님은 최근 학교에 전시된 소녀상의 일화를 전했다. 광덕고는 최근 학생들이 직접 모금해 소녀상을 만들어 전시했는데, 동아리 학생들이 소녀상을 알리기에 현재 안내문구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직접 관련 자료를 수집해 ‘소녀의 꿈’이라는 어플을 만들었다. 또 현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4개 버전으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광덕고 학생들의 모금으로 만들어 진 소녀상. 이 소녀상의 소개를 위해 동아리 학생들은 '소녀의 꿈'이라는 어플을 만들어 공개했다.

광덕고 학생들의 모금으로 만들어 진 소녀상. 이 소녀상의 소개를 위해 동아리 학생들은 ‘소녀의 꿈’이라는 어플을 만들어 공개했다. ⓒ김지혜/ ScienceTimes

광덕고등학교는 소프트웨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입시에만 목을 매는 고등학교 생활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즐기며 활기찬 고등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칙칙할(?) 것만 같은 남자 고등학교의 동아리방이 웃음이 가득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학생들로 가득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것들을 배우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영향이 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기 보다 입시를 먼저 생각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고등학생들이지만, 즐겁게 배우고 성취감을 느끼는 소프트웨어 수업을 통해 대학 입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미래 세대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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