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6,2019

해초도 ‘사랑의 메신저’ 있다

작은 갑각류 동물이 꽃가루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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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sea grass)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잡초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갯벌을 살리고 생태계를 유지하며 바닷 생물이 살아가는 기초를 마련해준다.

해초의 다른 역할은 없을까?

멕시코 푸에르토 모렐로스(Puerto Molelos)의 멕시코국립자주대학교(National Autonomous University of Mexico) 해양과학 연구팀은 바닷속을 비디오로 촬영해 보고 깜짝 놀랐다. 봄철 어스름한 밤이 되자 ‘거북말귀갑’(turtle seagrass)이라는 해초 사이로 작은 갑각류 동물들이 어슬렁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거북말귀갑 해초’ 관찰해서 발견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갑각류 동물들이 거북말귀갑을 오가면서 꽃가루를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해초는 카리브 해와 아열대 대서양에서는 매우 흔한 해초이다. 암수가 떨어져 있는 자웅이체 식물에 속한다.

갑각류 동물이 꽃가루를 나르는 것으로 관측된 거북말귀갑 해초 ⓒ Wikimedia

갑각류 동물이 꽃가루를 나르는  거북말귀갑 해초 ⓒ Wikimedia

연구팀장인 브리기타 반 투센브록 (Brigitta van Tussenbroek)은 과학전문잡지인 ‘뉴 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들은 이 동물 중 일부가 꽃가루를 옮기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관찰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실험을 했다. 혹시 이 동물들이 꽃가루만 따 먹고 가루받이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수족관에 거북말귀갑을 넣고, 갑각류 동물을 넣은 수족관과 갑각류 동물이 없는 수족관에서 비교실험을 했다.

그러자 갑각류 동물이 있는 수족관에서는 15분이 지나자 거북말귀갑 암꽃에서 꽃가루가 나타났다. 이에 비해서 갑각류 동물을 풀어놓지 않은 수족관에 있는 암꽃에서는 꽃가루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갑각류 동물이 꽃가루를 암꽃으로 이동시켜준 것이다.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바다 꿀벌’은 0.6~8㎜ 길이의 작은 갑각류동물과 1~20㎜ 길이의 다모류(多毛類) 동물이었다. 이들은 물길에 쓸려다니다가도 수꽃에서 나오는 점액의 꽃가루에 끌려 방향을 잡고 움직였다. 연구팀은 꽃가루에 있는 다당류와 단백질로 구성된 끈끈한 꽃가루가 이들 동물을 끌어당긴 것으로 파악했다.

꽃가루의 당분과 단백질 찾아 움직여    

물론 사랑의 메신저이기는 하지만, ‘바다 꿀벌’이라고 할 이 작은 갑각류 동물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 이같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 꽃 저 꽃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양분을 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막연히 바닷속에서 꽃가루는 물결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번에 비디오 촬영에 의해 바닷속 해초들 사이를 오가면서 꽃가루를 날라주는 사랑의 중매쟁이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 관찰됐다.

마치 땅에서 꿀벌이 이 꽃 저 꽃을 다니면서 꽃가루를 옮기고 다녀서 가루받이(pollination)가 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물론 모든 해초가 동물 중매쟁이를 매개로 가루받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 중매쟁이 없이 가루받이가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4,000여종의 속씨식물 속(屬)중 14개 속에서는 물의 흐름에 의해 가루받이가 일어나는 ‘물꽃가루받이’로 번식한다. 그리고 이 14개 속 중 10개 속은 해양환경에서 벌어진다. 그러므로 모든 해초류에게 사랑의 메신저 동물이 필요하지는 않다.

해초(sea grass)는 꽃이 피는 바닷 식물을 말하며 세계적으로 50여개 정도만 알려져 있다. 꽃이 피기 때문에 열매를 맺는다. 해초는 대부분 바닷물에 의해 가루받이가 일어나는 ‘물꽃가루받이’로 번식한다.

해초는 얕은 바다에서 울창한 목장을 형성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생태계를 형성하는 식물 중 하나이다. 바닷물을 맑게 하고, 해안을 안정시키면서 탄소를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물론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다양한 동물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꽃가루를 옮기는 사랑의 메신저 동물을 필요로 하는 해초가 또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관찰된 거북말귀갑은 비교적 큰 해초에 속한다. 이보다 훨씬 작은 해초에게도 유사한 활동이 필요한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관찰 결과를 놓고 ‘무척추동물에 의한 저생대의 꽃가루받이’이라는 의미의 ‘zoobenthophilous’ 수정(pollination)이라는 단어를 새로 만들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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