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09,2019

인체세포와 중성자별 ‘유사하다’

'인간은 우주의 일부'라는 과학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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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간은 우주의 일부’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과학적으로 인체와 우주의 유사성을 명확하게 제시한 사례는 드물다.

그런데 인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주와 보조를 같이하는 점이 많지 않느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최신 연구가 나왔다. 핵물리를 다루는 미국물리학회의 ‘물리학 리뷰 C’(Physical Review C) 최근호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중성자별과 세포질은 신기하게도 ‘여러 층의 주차장’과 같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적층 평면이 경사로로 이어진 모습. 세포질(왼쪽)과 중성자별(오른쪽)에서의 모습이 매우 흡사하다 ⓒ ScienceTimes

적층 평면이 경사로로 이어진 모습. 세포질(왼쪽)과 중성자별(오른쪽)에서의 모양이 매우 흡사하다 .

생물물리학과 핵물리학의 공동연구

논문의 저자인 캘리포니아 샌터바바라대 그렉 후버(Greg Huber) 조교수팀은 2014년에 이미 이 같은 모양에 대한 생물물리학적 탐구를 시도한 바 있다. 세포의 소포체(ER) 안에서 균일한 겹겹의 공간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구조가 그것이다. 후버 교수팀은 이를 발견한 후 코네티컷대 세포생물학자 마크 데라사키(Mark Terasaki)의 이름을 따서 ‘데라사키 램프(경사로)’라 명명했다.

연성 응집물질을 연구하며 이 대학의 카블리 이론물리연구소(KITP) 부소장을 맡고 있기도 한 후버 교수는 이 주차장 형태가 세포 내부에서와 같은 연성물질에만 고유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인디애나 대학의 핵물리학자 찰스 호로비츠(Charles Horowitz )의 연구를 접하고서는 생각을 달리했다. 호로비츠 교수팀은 컴퓨터 모의시험을 통해 중성자별 표면의 깊은 곳에서 유사한 모양을 발견했다.

후버 교수는 “찰스 교수에게 우리가 세포에서 그런 구조를 확인하고 모델을 고안한 것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새롭게 관심을 보여 상호협력을 통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학자는 공동연구를 통해 ‘물리학 리뷰 C’에 세포와 중성자별이라는 매우 다른 물질 모델 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 내용을 발표했다.

세포의 해부학적 구조 ⓒ Wikipedia / BruceBlaus

세포의 해부학적 구조 ⓒ Wikipedia / BruceBlaus

세포와 중성자별에서 나타나는 데라시키 램프

핵물리학자들은 고성능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중성자별에서 나타나는 여러 모양들에 ‘핵 파스타’(nuclear pasta) 등 이탈리아 국수를 빗댄 흥미로운 이름들을 붙였다. 이 핵 파스타에는 여러 관 모양들(스파게티)과 함께 평행을 이루는 평면들(라자냐)이 있고, 이것들은 데라사키 램프와 유사한 나선형 모양으로 이어진다.

후버 교수는 “세포에서 보는 것과 같은 다양한 모양들을 중성자별에서도 볼 수 있다”며, “평행을 이루는 면들이 데라사키 램프라고 불리는 위상적 결함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으며 이 평행면은 매우 깊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포와 중성자별의 물리학적인 바탕에는 차이가 있다. 물질은 전형적으로 상(相)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이 상(phase)들은 밀도 혹은 부피나 온도, 압력과 같이 핵 수준에서나 세포 내 맥락에서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 열역학적인 변인들에 좌우된다.

중성자별 단면도 ⓒ Wikipedia / Robert Schulze

중성자별 단면도 ⓒ Wikipedia / Robert Schulze

세포와 중성자별의 물리적 차이점

후버 교수는 “중성자별에서는 강한 핵력과 전자기력이 근본적인 양자역학적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세포 내에서 세포막을 결합시키는 힘은 기본적으로 엔트로피적인 것으로서 시스템 전체 자유에너지의 최소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이 둘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또다른 차이점은 규모다. 핵의 구조는 양자와 중성자와 같은 핵자(核子)를 기반으로 하고 핵자의 크기는 펨토미터(fm, 1000조분의 1, 10^-15)로 측정된다. 소포체와 같은 세포 안의 막에서는 나노미터(nm, 10억분의 1, 10^-9)를 사용한다. 이 둘 사이의 비율은 백만단위를 사용해야 할 만큼 차이가 크지만 신기하게도 같은 모양을 갖는다.

후버 교수는 “이것은 핵 시스템을 모델링하는 방법에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 하는 뭔가 심오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성자별 표면에서 하듯 양자와 중성자를 빽빽하게 모아 가지고 있다면, 강한 핵력과 전자기력 때문에 물질의 상에서 중성자와 양자의 작은 집합들에 작동하는 힘들을 관찰했는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논문의 공저자인 그렉 후버 교수(UCSB)와 찰스 호로비츠 교수(인디애나대) ⓒ ScienceTimes

논문의 공저자인 그렉 후버 교수(왼쪽, UCSB)와 찰스 호로비츠 교수(인디애나대)

이론물리학자와 핵물리학자 모두 관심 가져

이 같은 구조의 유사성은 이론물리학자나 핵물리학자 모두에게 똑같이 큰 관심을 끈다. 미국 워싱턴대 핵물리학자인 마틴 새비지(Martin Savage) 교수도 KITP에서 과학 견본인쇄 라이브러리인 arXiv에 소개된 새 논문의 그래픽을 보고 즉각 관심을 표명했다.

새비지 교수는 “생물학 체계에서 나타나는 유사한 물질 상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여기에는 명백하게 흥미로운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논문 공저자인 호로비츠 교수도 이에 동의한다. “이같이 매우 다른 시스템에서 유사한 모양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에너지 시스템이 간단하고 보편적인 방법으로 모양에 의존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후버 교수는 두 가지의 유사성은 여전히 미스터리라며, “이번 논문은 두 모델을 제대로 탐구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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