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0,2019

“수학, 긴 시간 궁리하며 풀어야”

박형주 소장이 본 창의교육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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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감정사, 과학수사 요원, 영상채팅 개발자.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세가지의 직업은 동일한 소양에 기반한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은 “앞으로는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다양한 직업이 하나의 소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화된 맞춤형 교육은 직업의 탄생 소멸이 빈번한 21세기에는 위험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적인 수학자로 손꼽히는 박형주 소장은 지난 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주최로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지능정보사회 고용의 변화와 창의교육’ 컨퍼런스에서 “지식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딱잘라 말했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은 '미래지능정보화 사회에서의 창의 교육'은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은 ‘미래지능정보화 사회에서의 창의 교육’은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영/ ScienceTimes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절벽에 서게 될 아이들에게 어떤 창의 교육을 시켜야 할까. 박형주 소장은 “아직도 여전히 국영수에 치중한 사교육에 빠져 있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라며 “단조로운 교과 내용을 반복하며 실수 안하는 데 전문가가 되어 버린 아이들은 미래 직장에서는 평생 처음 보는 일들의 해결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집단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수장이 생각하는 창의교육은 어떤 방식일까. 박형주 소장은 “지금 초등학생의 60%는 현존하지 않는 일자리를 가질 것”이라며 “신규 직업이 요구하는 전문성은 이전과는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래는 새로운 지식이 계속 출현하는 시대”라며 “하나의 직업 내에서 필요한 전문성은 계속 변화할 것”으로 봤다. 때문에 지식을 많이 쌓는 방식의 양 중심의 학습에서 연계된 분야를 넘나드는 유연성을 교육 과정에서 체득하고 이를 응용할 수 있는 학습능력이 필요하다.

박 소장은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 교육은 ‘생각 연습’이라는 결론을 내밀었다. 박 소장은 수학평가는 단시간에 많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적은 수의 문제를 긴 시간 동안 궁리하며 풀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수학이라는 학문은 ‘생각연습’의 주요 도구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수학은 입시 위주의 시험평가용 학문으로 전락했다.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문제 풀기, 문제 유형 암기하기, 실수 안하기’ 스킬의 완전체이다.

미래 경쟁력은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 것

박 소장은 앞으로 미래 시대 경쟁력은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에서 온다고 단언했다. 앞으로 미래 일자리가 요구하는 스킬은 기술적 우월성만을 가지고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높은 수준의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즉, 기술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박형주 소장은 "자잘한 지식의 양을 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그걸 할 수 있다는 성취감, 더 어려운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주 소장은 “자잘한 지식의 양을 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그걸 할 수 있다는 성취감, 더 어려운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영/ ScienceTimes

앞으로 데이타 자체는 의미가 없다. 데이타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필요한 데이타를 모으고 합리적 추정에 거쳐 결론에 이르는 능력이 필요하다. 박 소장은 바로 그것이 ‘문제해결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기계가, 인공지능이 현장의 복잡다단한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빅데이타의 시대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식의 전문성을 갖추기 보다는 이를 유연하게 통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이 요구된다.

박 소장은 “이제 학교에서 배우던 것으로 평생 먹고 사는 시대는 끝났다. 끊임없이 학습해야 하는 시기”라며 세가지 직업을 나열했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데 한가지 소양으로 다 가능한 직업들이었다. 미술품 감정사와 과학수사대, 그리고 영상채팅 전문가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모두 수학적 이론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직업들이었다.

반 고흐의 작품 6개를 제시하고 위작품을 찾아내는 챌린지에 도전하여 성공한 프린스턴 대학 수학자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팀. 이들은 수학적 기법을 사용해 위작품을 정확히 판별해냈다. ⓒ wikipedia.org

반 고흐의 작품 6개를 제시하고 위작품을 찾아내는 챌린지에 도전하여 성공한 프린스턴 대학 수학자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팀. 이들은 수학적 기법을 사용해 위작품을 정확히 판별해냈다. ⓒ wikipedia.org

미술위작 감정사는 수학적으로 가짜 화가의 ‘주저함’을 정량화 해냈다. 2008년 프린스턴 대학 수학자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팀은 ‘웨이블릿(wavelet)’이라는 수학 이론으로 위작을 가려냈다. 원작에는 없는 정보가 위작에는 있었다. 가짜 화가가 원작과 똑같이 그리기 위해 ‘주저하면서 그린 흔적’은 그림의 윤곽과 세부 정보에 남았다. 판별 정확도는 99%에 달했다.

미국연방수사국(FBI)가 지문으로 범인을 찾는 방식도 수학 이론에 근거해 간단히 밝혀냈다. 수학적으로는 그림을 표현하면서 윤곽과 상세 정보로 나누어 표현하는 방식이었는데 큰 윤곽만 비교해 아예 다른 건 배제해 수억건의 비교 대상은 단숨에 줄일 수 있었다. 영상채팅개발자도 마찬가지였다. CCTV의 화면이 선명하지 않을 때 노이즈를 제거하는 방식에 수학 이론을 도입해 해결할 수 있다.

박 소장은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우리 아이들에게는 국어는 물론 다양한 언어를 기반으로 생각의 연습을 할 수 있는 수학 교육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는 철학과 역사, 과학 교육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그의 창의 교육 비법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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