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4,2019

췌장암 복합치료법 효과 높아

美의료진, 세가지 치료법 병행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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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여러 종양 중에서도 치료가 가장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진행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또 암이 발견됐다 해도 이미 다른 조직에 퍼져 수술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20% 미만으로 집계되고 있다. 육안으로 봤을 때 완전 절제가 됐어도 다른 조직으로 미세 전이가 된 경우가 많고,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아 5년 생존율이 5% 이하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의약계는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약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개발된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는 중. 지난 해 국내에서도 시판 허가된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강력한 면역력을 이용하는 치료법으로, 암세포가 교묘하게 면역회피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차단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면역치료법은 폐암과 피부 흑색종 같은 형태의 암을 치료하는 데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췌장암은 이 면역치료제도 잘 듣지 않는, 치료가 가장 어려운 암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다. 최근 쥐 실험을 이용한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종양에 있는 섬유 조직을 파괴하는 약을 면역치료제 등과 함께 투여하면 효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져 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구는 4일자 ‘네이처 메디신’( Nature Medicine)에 소개됐다.

췌장암 종양들이 섬유성 반흔 조직과 이것을 만든 세포들의 ‘보호막’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붉은 색). 이번 연구는 이 섬유 조직을 파괴하면 췌장암 치료에서 면역치료제와 화학항암제가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 DeNardo Lab / Washington Univ.

췌장암 종양들이 섬유성 반흔 조직과 이것을 만든 세포들의 ‘보호막’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붉은 색). 이번 연구는 이 섬유 조직을 파괴하면 췌장암 치료에서 면역치료제와 화학항암제가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 DeNardo Lab / Washington Univ. School of Medicine

“췌장암 주위 섬유 조직이 보호막 역할”

워싱턴의대 사이트맨 암연구소와 반스-주이시 병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췌장암이 악화된 환자들에게 표준 화학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 투여했을 때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제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데이비드 데나르도(David G. DeNardo) 조교수는 “췌장암은 전통적인 화학항암제나 새로운 형태의 면역항암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악명 높은 암”이라며, “췌장암의 전형적인 특징인 종양을 둘러싼 섬유조직이 면역치료 반응을 방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다른 종류의 암과 달리 데나르도 교수가 반흔 조직이라고 기술한 것과 같은 섬유조직이 많은 게 특징이다. 이 잉여 조직과 그에 포함된 세포들은 암세포에 대한 보호 환경을 만들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종양 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차단하고, 화학항암제가 혈류를 통해 암세포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 연구팀은 이에 따라 섬유조직이 세포들 주위에 부착되도록 돕는 단백질들을 제거하면 보호막이 사라지는지를 조사했다.

데나르도 교수는 “국소 접착 키나아제( focal adhesion kinases; FAK)로 불리는 단백질들이 종양뿐만 아니라 여러 질병의 섬유조직을 형성하는데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연구팀은 이 경로를 막으면 췌장암에서 섬유소 형성과 면역억제 현상이 사라질 것으로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세인트 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데이비드 데나르도 조교수(왼쪽)와 안드레아 왕-길럼 조교수(오른쪽). 사진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미국 세인트 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데이비드 데나르도 조교수(왼쪽)와 안드레아 왕-길럼 조교수(오른쪽). 사진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3제 요법, 말기 췌장암 환자에게 효과 있을 것”

국소 접착 키나아제(FAK) 억제물질은 다른 암 연구영역에서 개발됐으나 데나르도 교수팀과 종양학자인 안드레아 왕-길럼(Andrea Wang-Gillam) 조교수가 처음으로 췌장암에서 면역치료제와 함께 이를 시험 사용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시험용 FAK 억제제를 임상 승인된 면역치료제와 함께 투여했다. 면역치료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암세포를 취약하게 만든다.

췌장암을 가진 실험 쥐는 FAK 저해제나 면역치료제를 각각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는 두 달을 넘기지 못 하고 죽었다. FAK 저해제를 표준 화학항암제와 병용 투여하자 항암제를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보다 종양의 반응이 높아졌다. 이에 비해  FAK 저해제와 면역치료제, 화학항암제 세 가지를 복합해서 투여하자 생존기간이 세 배 이상 늘어나는 가장 좋은 결과가 나왔다. 어떤 쥐들은 6개월 이상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었다.

왕-길럼 교수는 이번의 성공적인 쥐 실험이 말기 췌장암 환자들에게 복합 약제를 임상시험 해 볼 수 있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이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이 통상 6개월에서 1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 환자들에게 복합약제를 투여해 더욱 나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세 가지를 합한 3제 요법은 종양 미세환경의 섬유 조직을 파괴해 더 많은 면역세포와 화학 약제가 암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다각적인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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