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019

디지털이 인간 사고방식을 바꾼다

추상능력은 저하, 현실감각은 상승

FacebookTwitter

‘UX(User Experience)’란 용어가 있다. ‘사용자 경험’이란 뜻이다.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지각과 반응, 행동 등 총체적 경험을 말한다.

이 개념은 현재 컴퓨터 제품 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상품, 프로세스, 사회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널리 적용되고 있다. 그 사례들을 보려면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열리는 전시회 ‘CHI 2016’을 찾아가면 된다.

미국컴퓨터협회(ACM) 주최로 7일부터 12일까지(미국 현지 시간) 5일간 열리고 있는 ‘CHI 2016(Computer Human Interaction 2016)’에서는 사람과 컴퓨터 간의 상호 교류를 통해 어떤 새로운 경험들이 창출되고 있는지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문서 읽으면 현실적 사고 강해져 

최근 UX 사례들과 함께 우리 실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학술 자료들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8일 ACM 컨퍼런스에서는 디지털 문자와 영상들이 인간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영향력을 조사한 내용이 발표돼 큰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기기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영상이 인간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12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열리는  ‘CHI 2016’ 전시회 사이트.  ⓒ chi2016.acm.org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기기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영상이 인간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12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열리는 ‘CHI 2016’ 전시회 사이트. ⓒ chi2016.acm.org

9일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다트머스 대학 틸트팩터 연구소(Tiltfactor lab)에서는 20~24세 연령층 300명의 설문 참가자를 대상으로 디지털과 비(非)디지털 문자·영상을 보면서 어떤 식의 정보처리를 하고 있는지 심리 테스트를 실시했다.

먼저 참가자들에게 재미있는 에세이를 많이 쓰고 있는 작가 데이비드 세다리스(David Sedaris)의 글을 읽게 했다. 한 그룹은 디지털이 아닌 프린터 용지를 통해 글을 읽게 했고, 또 다른 팀은 컴퓨터 화면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PDF 문서를 통해 그 글을 읽게 했다.

그리고 이 두 그룹의 참가자에게 예고 없이 간단한 방식으로 깜짝 시험(pop-quiz)을 보게 한 다음, 논술을 통해 그 글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기술하도록 지시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의 답변 내용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두 그룹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분위기 등과 관련된 추상적인 내용을 물어본 질문에서 프린터 용지에 인쇄된 글을 읽은 참가자들의 평균 점수가 66점을 기록했다. 반면 컴퓨터 화면 위에 올라온 PDF 문서에 기록된 글을 읽은 응답자의 평균 점수는 48점에 불과해 18점의 차이를 보였다.

반면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본 질문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PDF문서를 읽은 응답자의 평균 점수가 73점에 달한 반면 프린터용지를 통해 글을 읽은 응답자의 평균 점수는 58점에 머물러 15점의 차이를 보였다. 또 다른 실험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아직 출고되지 않은 4대의 일본차 모델을 보여주었는데, 한 그룹에게는 프린터용지를 통해, 또 한 그룹에게는 컴퓨터 화면에 비친 사진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진 속에 있는 4대의 차량 중 어떤 차가 가장 성능이 뛰어난 차인지를 물어보았다. 

디지털 영상 보았을 때 직관 능력 떨어져 

답안지를 분석한 결과 프린터 용지를 통해 사진을 본 응답자들은 평균 66%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반면 컴퓨터 화면을 통해 사진을 본 응답자들이 정답을 맞힌 비율은 43%에 불과해 두 그룹 간에 무려 23%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사진을 보고 자동차 성능을 추정하는 것과 같은 직관 능력에 있어서는 비(非)디지털 방식인 프린터용지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반면 컴퓨터 화면에서 디지털 영상을 보았을 경우 정확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카네기 멜론 대학의 조프 코프먼(Geoff Kaufman) 교수는 “그동안 디지털 문서와 영상이 사람의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다양한 연구가 있었으며, 집중력(attention), 주의산만성(distractibility)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보의 디지털화가 사람이 정보를 처리하는데 있어 큰 변화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며, “특히 사람의 인지 기능에 있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상세한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 사람의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시도다. 조프 코프먼 교수 외에 다트머스 대학의 셔먼 페어차일드( Sherman Fairchild) 교수, 메리 플래내건(Mary Flanagan) 교수 등이 참여했다.

UX(사용자 경험) 연구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연구 결과에 따라 ICT 분야는 물론 교육 등 관련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ICT 분야에서는 디지털의 영향력을 살려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의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교육계에서도 큰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학습 성과를 높이려는 학교 교육현장에서 스마프폰,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등에 대해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