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2,2019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 뇌과학

카오스재단 ‘뇌과학 강의’ (6)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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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김종성 교수가 카오스재단의 뇌과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황정은/ ScienceTimes

지난 27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김종성 교수가 카오스재단의 뇌과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황정은/ ScienceTimes

아직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뇌. 그렇기 때문인지 과학계 뿐 아니라 영화계 역시 뇌를 신비롭게 여기며 작품의 소재로 삼곤 한다. 카오스재단 뇌과학 강의 여섯 번째 시간은 ‘영화로 만나는 뇌’ 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종성 교수가 강연자로 나선 이번 강연은 뇌 병증, 그리고 이와 관련된 영화를 연결해 보다 쉽고 재미있게 뇌 이야기를 들려줬다.

먼저 뇌와 운동신경에 대해 설명한 김종성 교수는 “운동신경은 뇌 옆에 모여있는데 여기로부터 반대 쪽 팔다리로 향하는 운동신경이 시작된다. 운동 중추와 운동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 형태의 마비증세가 찾아온다”고 이야기하며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언급했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주인공 매기는 팔다리를 모두 못쓰게 돼 꼼짝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 지낸다. 숨쉬기도 어려워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지내는데, 김종성 교수는 이에 대해 “매기의 증상은 우리 몸 중 호흡담당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극 중 매기가 숨 쉬기 어려워하는 점으로 보아 아마 주인공은 3, 4번 목뼈 혹은 그 위쪽을 다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는 식물인간 상태를 만드는 뇌 손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 뇌는 대뇌와 소뇌, 연수, 간뇌, 척수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대뇌가 손상되고 뇌간은 손상되지 않은 경우, 몸은 살아있지만 주위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등 의식에 내용이 없게 된다. 이 때 뇌간의 역할은 숨쉬기 등 인체의 기초적인 활동을 관장한다.

식물인간과 뇌사의 차이는?

식물인간 상태를 보여주는 영화로는 ‘그녀에게’가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이 작품은 혼수상태에 빠진 애인을 둔 두 남자의 엇갈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극 중 여자들은 모두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있다. 작품을 설명하던 김종성 교수는 식물인간 상태와 뇌사 상태에 대해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식물인간 상태가 대뇌에만 손상을 입은 경우라면 뇌사는 대뇌를 포함해 뇌간까지 손상을 받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억에 관한 뇌 활동은 어떨까. 뇌에서 해마가 손상되면 단기기억에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1957년 뇌전증 때문에 해마 절제술을 받은 헨리 몰레이슨은 단기기억을 계속 잊어버리는 증상을 갖게 된다.

영화 ‘메멘토’는 단기기억을 잊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다. 김종성 교수는 “영화 ‘메멘토’는 단기기억 상실에 대해 아주 잘 보여준 영화”라며 “주인공은 10분 전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폴라로이드로 모든 상황을 찍는다. 이 상황도 재미있지만 영화를 본 후 더 크게 다가오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다. 우리 역시 살면서 사람을 처음 만나면 계속 폴라로이드를 찍는다. 어쩌면 이것이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어 김종성 교수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영화를 소개했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적 문제이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그는 리처드 이어 감독의 영화 ‘아이리스’를 예로 들며 “노년에 이르러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는 ‘아이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 인물의 노년과 젊은 시기가 번갈아 보여지는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이가 든다는 것, 알츠하이머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실감나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성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언급한 영화는 전두엽 절제술에 대해 이야기 한 ‘지난 여름 갑자기’ 다. 영화에서 바이올렛은 신경외과 전문의 존에게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조카의 뇌수술을 부탁한다. 여기서 나오는 뇌수술은 전두엽 절제술로, 얼음을 깨는데 사용하는 송곳을 눈의 안쪽을 통해 찔러 넣은 후 전두엽을 휘저어 망가뜨리는 수술이다. 전두엽을 손상시켜 폭력적 행동을 저지시킨다.

실제로 이 수술은 과거에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바 있다. 해당 수술을 개발한 안토니오 모니츠는 1949년 노벨의학상까지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이 방식은 ‘독이 된 노벨상 사례’로 불릴 만큼 비난을 받고 있다. 전두엽을 훼손당한 사람은 얌전해지긴 하지만 감동도 의지도 없는, 한 마디로 폐인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수술 방식은 모든 나라에서 금지돼 있다.

이외에도 김종성 교수는 영화 ‘오아시스’를 통해 근긴장이상증을, 영화 ‘넬’을 통해 실어증을, 영화 ‘올드보이’, ‘페이첵’, ‘거미숲’ 등을 통해 망각에 대한 증상을 이야기 했다.

강의가 끝난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장영엽 씨네21 기자와 함께 영화와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패널토론에서 언급된 영화는 ‘메멘토’와 ‘그녀에게’로 두 사람은 영화적 상상력과 과학적 치밀함이 어떻게 조우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강의는 영화를 통해 뇌과학을 들여다보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흥미로운 모습을 보였다. 강의에 참석한 지현호(35세) 씨는 “평소 영화를 좋아하는데 뇌 과학과 연결해 알려주는 게 재미있었다”며 “몇몇 영화들은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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