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2019

과학으로 맛 내는 쿡방, 분자요리

대중문화와 과학(1) 요리와 과학의 만남

[편집자 註] 2015년은 유달리 대중문화와 결합된 과학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화성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 <마션>부터 요리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맛과 질감을 개발하는 '분자요리'까지 대중들은 여러 분야에서 과학을 즐기고 소비할 수 있었다. 올 한 해동안 과학은 요리, 영화, 미디어아트, 팟캐스트 등의 대중문화와 어떻게 융합되었는지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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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개봉한 ‘더 셰프’(Burnt)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인 아담 존슨은 전통적인 요리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그의 동료들은 저온조리(수비드)나 분자요리를 보여준다. 이 요리를 본 그는 ‘이건(분자요리) 진정한 요리가 아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올해 한국에서는 분자요리(Molecular gastronomy)가 뜨거운 관심사였다. 쿡방 열풍으로 셰프들이 유명해졌고, 그에 따라 셰프들이 하는 음식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 중 ‘분자요리’라는 새로운 형식의 요리가 소개되었고, 많은 사람은 관심을 가졌다.

분자요리는 ‘분자 요리학’ 혹은 ‘분자 미식학’이라고 한다. 음식의 질감과 조직, 요리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맛과 질감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조리과정에서 물리적, 화학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탐구하며, 이를 요리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렌지와 샤프란을 섞어 만든 카라기난 젤로 덮은 문어 요리로, 카라기난은 분자요리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물질 중 하나이다.  ⓒ Mikeanegus / Wikipedia

오렌지와 샤프란을 섞어 만든 카라기난 젤로 덮은 문어 요리로, 카라기난은 분자요리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물질 중 하나이다. ⓒ Mikeanegus / Wikipedia

“금성 온도를 재면서 왜 수플레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나요?”

옥스퍼드 대학교의 물리학자였던 니콜라스 커티(Nicholas Kurti)는 과학적 지식을 요리에 접목시키는데 굉장히 열정적이었다. 1969년 영국에서 최초로 ‘물리학자의 주방’(The Physicist in the Kitchen)이란 제목으로 요리방송을 시작하기도 했다.

거기서 그는 파이의 윗부분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주사기를 이용한 요리를 보이기도 했다. 영국에서 주로 크리스마스 때 먹는 민스파이(Mince Pie)에 브랜디를 주사한 것이다. 같은 해, 런던왕립학회로부터 같은 이름의 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발표회에서 그는 당시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요리를 보여주었다. 진공실 내에서 머랭(달걀흰자에 설탕을 섞어 만든 디저트)을 만들고, 자동차 배터리 사이에 소시지를 연결해서 구웠다. 그는 이 발표회에서 재미있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저는 우리가 현재 금성의 온도를 잴 수 있는 문명 수준에 살고 있는데도, 우리가 수플레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커티가 얼마나 과학적 지식을 요리에 접목시키는 것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솜사탕도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분자 요리의 하나이다. ⓒ FocalPoint / wikipeida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솜사탕도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분자 요리의 하나이다. ⓒ FocalPoint / wikipeida

재료의 맛과 향, 촉감까지 살릴 수 있어

분자요리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즐겨 먹는 음식에도 과학적 원리는 숨어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솜사탕이다. 솜사탕은 고체인 설탕을 액체로 녹인 다음, 바람을 이용하여 실처럼 냉각시켜 만든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분자 요리의 일종이다.

액화질소를 이용한 분자 요리도 많이 소개되었다. 액화 질소는 끓는점이 -196℃로 매우 낮아 급속 냉동을 시킬 수 있다. 액화 질소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액체인 소스를 고체인 가루 형태로 만드는 요리는 대표적인 분자요리이기도 하다.

수비드는 재료가 익는 시작하는 온도를 유지하여 최대 40시간동안 익힌다. 사진은 수비드 하는 모습. ⓒ Arnold Gatilao / flickr

수비드는 재료가 익기 시작하는 온도를 유지하여 최대 40시간동안 익힌다. 사진은 수비드 하는 모습. ⓒ Arnold Gatilao / flickr

수 비드(sous vide)로 조리한 요리도 분자요리이다. 영화 ‘더 셰프’에서 주인공이 동료와 다투었던 이유도 바로 이 수 비드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진공 상태’라는 뜻인데, 이미 70년대 프랑스 과학자와 요리사에 의해 개발된 조리법이다.

물은 100℃에서 끓지만, 음식 재료들은 그 이하의 온도에서 익는 원리를 이용한 요리 기법이다. 진공포장을 한 뒤, 재료가 익기 시작하는 온도에서 최대 40시간 익힌다. 재료의 맛과 향 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촉감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사진은 사과 주스를 구체화(Spherification)하여 만든 분자 요리 ⓒ jlastras / flickr

사진은 사과 주스를 구체화(Spherification)하여 만든 분자 요리 ⓒ jlastras / flickr

사진처럼 주스와 액체 등을 구체화(Spherification) 하는 것도 하나의 분자요리이다. 알긴산염(sodium alginate)과 칼슘(calcium)이 반응해서 굳어지는 성질을 이용한 조리 방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알긴산염과 과일주스 등의 액체재료를 섞어 주사기나 스푼에 놓고, 이것을 젖산칼슘(calcium lactate)나 염화칼슘(calcium chloride)이 들어있는 용기에 액체를 떨어뜨리면 된다. 액체이지만 고체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모양을 갖게 된다.

만약 조리가 일종의 예술이라고 하면, 작품인 요리를 만드는 것은 예술가의 몫이다. 과학은 예술가가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된다. 분자요리는 이 세 가지 모두를 담고 있는 학문이다.

그래서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조리과정의 구조를 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해체하고 분석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본구조와 원리를 이해하고, 음식의 맛을 감별할 수 있는 다양성과 변화를 모색하는 광범위한 하나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맛있는 요리를 찍어내는 3D 프린터

한편, 과학기술의 발달로 음식을 사람 말고 기계가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로봇이 사람처럼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요리를 그대로 ‘베끼는’ 것이 가능해졌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요리이다.

예를 들면, 쿠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반죽과 재료를 3D 프린터 안에 넣는다. 그러면 사람이 정한 내용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쿠키가 만들어진다. 현재는 기술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요구르트나 푸딩, 쿠기 정도의 간단한 음식을 만들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햄버거나 피자 등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로 피자를 만들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 Jon Sullivan / wikipedia

3D 프린터로 피자를 만들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 Jon Sullivan / wikipedia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일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관심이 많은 분야이다. 3D 프린터로 만든 피자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밀가루 반죽 위에 토마토소스를 뿌리고 치즈 토핑까지 하는데 12분이 걸렸다.

3D 프린터가 음식을 만드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다양한 음식 재료를 분말로 만들어 넣고, 물과 기름을 섞어 찍어낸다. 고체화하면서 다음 층을 쌓고 이런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면 요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즉, 3D 프린터가 물건을 만드는 방식처럼 한 층씩 재료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3D 프린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지 재료가 다를 뿐이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음식을 복사하는 것이다.

문명이 나타나면서 집단이나 부족에 따라 요리법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기후, 토양 등 지역적인 요인에 따라서 서로 다른 전통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를 보면 그 문화를 알 수 있다.

이제 요리는 과학과 만나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분자 요리로 새로운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3D 프린터 음식으로 보다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과 만난 요리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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