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2,2019

실험적이지만, 형식은 다양해져

대중문화와 과학(3) 미디어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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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텐디드 암(Extended Arm)’은 인간의 팔에 끼운 기계이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 사이보그 개념을 기반으로 행위예술을 선보이는 세계적인 테크놀로지 아티스트인 스텔락(Stelarc)의 작품이다.

이 작가가 유명하게 된 계기는 ‘귀’의 세포를 자신의 팔에 이식하고 나서, 이를 이용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고 나서다. 뇌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들을 통해 현대 문명이 보여주는 인간의 사이보그화를 극단적으로 표현했다.

새로운 발상은 늘어나고, 보여주는 방식은 다양하게

최근 미디어아트의 실험이 다양해지고 있다. 2015년에도 이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올해 미디어아트 전시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익스텐디드 암(Extended Arm)’처럼 기술을 이용하여 여러 형식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김은솔·안성석·양종석의 ‘겁에 질린 표정’도 그중 하나이다. 뇌파측정기(EEG헤드셋)를 쓰면 관람객의 뇌파만으로 아무런 동작을 하지 않더라도 선풍기, 히터, 분수, 네온사인 등의 전원을 들어온다. 미디어아티스트들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궁금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스텔락(Stelarc)의 익스텐디드 암(Extended Arm) ⓒ 국립현대미술관

스텔락(Stelarc)의 익스텐디드 암(Extended Arm) ⓒ 국립현대미술관

최두은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예술감독은 “디지털 세상에서 요즘 파괴적 혁신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미디어 아트 역시 기존의 미디어 아트가 아닌 전혀 새로운 발상을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여주는 방식도 다양화 되고 있다.  디지털 히피단의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이 대표적이다. 관객이 침대에 누워 가상현실 헤드셋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고 영상을 통해 죽음을 체험할 수 있게 한 작품이다. 주변 환경도 병원을 그대로 세팅해 놨다. 어떻게 보면 5분 정도의 미니 드라마이지만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자세로 작품을 감상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된다.

‘헤세와 그림들’전(展)은 헤르만 헤세의 그림을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된 ‘커버전스 아트’로 주로 3D 매핑과 모션그래픽이 사용됐다. 헤세의 그림들이 고해상도 이미지로 변화되고 대형 화면에 투사된 까닭에 마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혹은 거대한 수채화를 보는 듯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케다’의 ‘테스트 패턴’ 연작은 보는 순간부터 입이 쩍 벌어진다. 넓은 전시장은 줄무늬 광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 작품은 패턴들이 움직인다. 텍스트, 사운드, 사진, 영상과 같은 데이터를 고속의 바코드 패턴으로 변환시켜 디지털 영역의 무한대성을 체험하게 한다. 관객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고스란히 작품을 온 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최흥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는 “ 새로운 매체를 이용해 심층적이고 편리하게 작품들이 재연출 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미디어아트가 작가나 전시에 주목하다기 보다는 미술을 관람하는 방식에서 형식의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드러냈다.

메이커운동과 함께 대중 속으로

그렇다면 앞으로 미디어아트의 방향은 어떻게 변할까? 우선 미디어아트의 입지는 점점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 바젤에서 매년 6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의 VIP 라운지에는 특별히 선정된 유명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종종 선보이고 있다. 높아진 미디어아트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베리에이션(variation)’이라는 미디어아트만을 위한 페어가 올해 시작되었고 내년에도 개최될 예정이라는 것만 봐도 미디어아트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두은 예술감독은 “올 하반기에만 금천 다빈치 페스티벌, 광주 액트(ACT) 페스티벌, 서울의 사운드아트 중심의 위사(WeSA)까지 미디어 아트 관련 페스티벌만 3개가 연이어 열릴 정도로 미디어아트 관련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다.”며 “국내 역시 미디어아트 태생기인 2000년에는 미디어아트 관련 기관 및 행사가 아트센터 나비와 일주아트센터, 미디어시티 서울 비엔날레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라고 언급했다.

요즘 미디어아트가 더 친숙하게 일반인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현상도 있다.  홀로그래픽을 이용한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디어아트가 이용되는 것도 있지만 메이커 운동이 미디어아트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용 전시라기보다는 함께 만들어보는 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소규모로 미디어아트 관련 교육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알 수 있는 전시가 ‘사물학Ⅱ : 제작자들의 도시’ 전(展)이다.  ‘제작 문화’에 관한 실험적이고 비평적인 작업을 선보인 전시회로 최근 메이커 문화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사물학Ⅱ : 제작자들의 도시 포스터 ⓒ 국립현대미술관

사물학Ⅱ : 제작자들의 도시 포스터 ⓒ 국립현대미술관

최흥철 학예사는 “개방과 공유의 메이커 운동이 미디어아트에도 도입되고 있다.”며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미디어아트에 대한 이해도과 관심도도 더 높아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밖에도 미디어아트 채널의 다양화가 예상되고 있다. 초창기 미디어아트가 주요 미디어아트센터, 관련 페스티벌, 대학교나 IT 기업의 미디어랩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등으로 보다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더 롱(The Wrong, http://thewrong.org/)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크형 디지털 아트 비엔날레이다. 이 비엔날레는 가상에서 전시 관람이 가능한 온라인 파빌리온들 등이 구성되어 있다.

최두은 예술감독은 “당분간은 지금의 현상들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결국 이 현상이 점점 더 극대화 되면 미디어 아트라는 별도의 영역이 아닌 기존의 아트 마켓과 창의 산업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국립현대미술관: ‘뉴로맨서’ 전(展) 작품 (익스텐디드 암(Extended Arm)), ‘사물학Ⅱ : 제작자들의 도시’ 전(展)

※ 금천예술공장: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전(展)’ 작품 (겁에 질린 표정, 가상현실에서의 죽음)

※ 광주 액트페스티벌(actfestival):  ‘테스트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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