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019

KAIST 에듀3.0 만든 이태억 교수

반도체 공정이론으로 '12월의 과학기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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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이태억 교수를 만났다. 그는 효율적인 반도체 공정이론을 세워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를 이뤄낸 공로로 이 달의 과학기술인에 선정되었다.

이태억 교수는 반도체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교육 분야의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이미 카이스트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고, 이후 국내외 곳곳에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의 모델이 되고 있는 ‘Edu 3.0’시스템을 추진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개발한 반도체 공정 시스템과 ‘Edu 3.0’에 대해 들어봤다.

원래 반도체 공정과 관련해서 연구를 해오셨나요?

“반도체와 관련해서 전문적으로 연구를 했던 것은 아니다. 산업공학이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라보고 그 효율성을 높이는 일을 하는 학문이기도 하고, 2001년 당시 반도체 공정의 효율성 개선에 관한 연구를 약간 하고 있었는데, 주성엔지니어링에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을 처음 만났던 2001년은 반도체 업계에서 새로운 공정 방법을 도입하기 시작한 때였다. 이전까지는 고온 고압 상태에서 공정이 진행됐는데, 저압 상태에서도 진행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새로운 공정은 이점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그 때까지 사용하던 기계, 즉 반도체 제품을 각 처리 단계에 들어가게 하고, 처리가 끝난 제품을 꺼내 다음 단계로 옮겨주는 로봇들이 이전까지 쓰이던 공정에 최적화된 것들이었다.

새로운 저압 공정에 최적화된, 새로운 운영 방식을 주성엔지니어링에서 의뢰한 것이다.”

KAIST 산업공학과 이태억교수 ⓒ ScienceTimes

KAIST 산업공학과 이태억교수 ⓒ ScienceTimes

반도체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일반인은 연구 내용이 어렵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인상’ 수상의 가장 큰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반도체는 매우 세밀한 장비이기 때문에 복잡한 각 공정 단계의 순서와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수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2001년 새로운 공정이 도입되면서 기계가 바뀔 필요성이 생겼는데, 기계를 제조한 미국 Brooks사에 의뢰했더니 자신들은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반도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부품이 웨이퍼다. 웨이퍼를 가공하는 과정은 화학 공정이라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바로 공정 전체를 순서에 맞춰 진행하고 통제하는 기계 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전까지는 이 기술을, 기계를 만들어내는 해외 회사에 의존하고 있었다.

주성이 당시 의뢰한 이유는 첫째로 새로운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계장치를 운영하는 시스템은 전부 다 외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이유였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반도체 공정을 컨트롤하는 기계를 국산화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공정을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인 컨트롤러 개발에 성공했고, 주성에 의해 2003년 이 시스템이 드디어 국산화되었다.

그 후 우리 연구실은 더 복잡한 상황에서도 시스템 운용을 최적화하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론들을 많이 연구했다. 이 연구결과를 활용한다면 앞으로 더 뛰어난 국산 반도체 기기 개발뿐 아니라 회로 설계 등 복잡한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고, 그 사건들 사이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전반적인 시스템, 효율성 증가에 대해 연구하셨네요. 그런데 반도체 공정과는 관련이 없는 교육 분야에서도 아주 유명하세요. 특히 KAIST에 ‘edu 3.0’시스템을 도입하신 것으로 유명하십니다. 원래 공정, 시스템 효율화에 관해 전반적으로 연구를 하셨기 때문에 분야를 막론하고 교육에도 관심을 가지시게 된 건가요?

“산업공학은 전체적인 시스템을 보는 안목을 기르고, 문제를 찾아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을 배우는 학문이다. 특정 분야에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지식, 기술을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본적인 소양은 가지게 하는 학문이다.

내가 연구한 반도체 공정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한 장의 웨이퍼를 만드는 데 480단계의 공정이 있다. 이처럼 요즘은 복잡한 시스템이 이용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다. 그만큼 산업공학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용되는 학문인 것이다.

산업공학자로서의 이런 종합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가 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edu 3.0을 추진한 것은 연구와는 상관이 없다.

edu3.0 강의실에서 수업중인 이태억교수 ⓒ 이태억

edu3.0 강의실에서 수업중인 이태억교수 ⓒ 이태억 제공

오래 전부터 강의실에서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강의는 꼭 교실에 모여서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교수도 강의를 준비하느라 시간을 많이 쓰고, 학생들도 굳이 강의를 듣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지식을 습득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교수의 강의가 아니라 책을 보고 혼자 공부하는 것, 친구와 함께 물어보며 공부하는 것, 이공계의 경우 특히 실습과 문제풀이라고 답한다.

교육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도에서 칠판이 발명되고, 프러시아에서 대량교육이 시작되면서 현재와 같은 강의식 수업이 보편화되었다. 이 같은 수업의 형태는 계급을 막론하고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똑같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우 매우 효율적이다. 하지만, 21세기 현재 교육에게 요구되는 바는 학습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질적으로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edu 3.0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활발히 토의하고 있다. ⓒ 이태억 제공

edu 3.0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활발히 토의하고 있다. ⓒ 이태억 제공

학습자 개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질적 발전을 이루려면 학습자 스스로에게 역할이 부여되고,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단순히 ‘강의를 없애라’는 메시지만 듣고 그럼 학생들이 어디서 무엇을 배우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의를 완전히 없애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강의실에서’ 강의를 없애자는 것이다. 강의실에서, 수업시간에는 학생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학생들끼리 활발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이런 철학을 반영하여 만든 새로운 강의 형태가 바로 ‘edu 3.0’이다.”

실제로 KASIT에서 edu 3.0이 시작된 지 5년이 다 되어갑니다. 얼마나 효용이 있었는지, 다른 곳에서도 잘 적용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Flipped learning을 하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Flipped learning, 즉 거꾸로 학습법이라는 명칭이 있지만, 이것은 하나의 교육학 이론 또는 기술이 아니다. 가르치는 교수자와 배우는 학습자가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지식이 전달되는 과정 그 자체이다.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 이런 방법을 실천에 옮기기 전에 먼저 동기와 자기만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 변화에 앞서 불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불안감에 너무 무게를 싣지 말고, 교수자와 학습자 상호간에 충분한 대화와 설명을 통해 이 같은 새로운 방법을 이용하는 데 있어 서로의 목적과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까지 시도를 했음에도 실패를 했던 경우는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이해, 각자의 철학이 부족했던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카이스트에서 실제 이 학습법을 실천해본 결과 거꾸로 학습법이 제대로 수행되기만 하면 기존의 수동적인 강의식 수업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우리 학교의 선례를 보고 거꾸로 학습법, 강의가 없는 강의실에 관심이 있고 시도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실천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확신을 주고 싶다.”

반도체와 교육, 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는 두 분야에서 모두 현장 중심의 시스템 효율화를 이끌어낸 그만의 비법은 바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는 자신은 그저 ‘모두가 알고 있던 것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까닭은 아마도 자기만의 철학, 그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총체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모든 일에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소신 있게 임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는 걸 몸소 보여준 그는 철학을 가진 진정한 과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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