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2,2019

로봇이 사람을 만지고 느낀다면?

미디어아트 체험 기회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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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오브 원더’ 전(展)이 9월 30일까지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린다. 작년부터 시작된 ‘다빈치 크리에이티브’는 국내 미디어아트 분야 신진예술가들이 데뷔하는 무대이자 국제 미디어아트의 현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벽의 모양을 바꾸는 실험, 작품으로 만날 수 있어

이 전시회에서 처음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양민하의 ‘뛰는 연인들’이다. 보통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초고속 촬영한 동영상이 수학과 물리적 알고리즘에 의해 122만 9600개의 모션 벡터로 생성된 작품이다. 아주 얇은 실로 영상을 구성한 듯 보여서 마치 실이 탄력 있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양민하, 뛰는 여인들 ⓒ 금천예술공장

양민하, 뛰는 여인들 ⓒ 금천예술공장

2층에서는 박승순의 ‘아쿠아포닉스’를 보게 된다. 파란색 물이 들어 있는 큰 물통에 여러 개의 파이프가 연결된 작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은 음악을 연주하는 도구라는 점이다. 파이프 위에 있는 밸브를 조이고 푸는 과정을 통해 물통의 수압을 조절해 음 높이를 바꿀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빈치스라는 팀이 만든 ‘오토포이에시스’를 보게 된다. 모듈러 디자인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 벽은 늘 고정되어 있지만 벽에 붙어 있는 이 작품은 뗄 수 있고 붙일 수 있다. 돌리면 색깔도 모양도 바뀐다. 벽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느낌이다.

빅데이터, 지진계를 이용한 작품도 선보여

3층은 메인 전시장이다.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돌면 코드블루의 ‘센티멘테일’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관객이 피아노를 연주하면 그 앞에 음높이와 연결된 선의 칵테일이 피아노 앞에 있는 컵으로 조금씩 들어간다. 피아노의 ‘음높이, 크기, 선율’로 분석해 매번 다른 맛을 선보이는 알고리즘 아트다. 청각을 시각화, 그리고 미각화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최영환의 ‘폐허’는 작가가 쓴 시를 거울에 반사된 LED 조명 빛을 모으고 흩어지는 과정을 통해 보여준다. 이 작품은 극적 대비가 선명하다. 배경이 재개발 현장이어서 그렇다. 이제 폐허가 될 장소에 화려한 조명으로 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상반된 행위처럼 느껴진다.

루이-필립 데메르, 블라인드 로봇 ⓒ 금천예술공장

루이-필립 데메르, 블라인드 로봇 ⓒ 금천예술공장

루이-필립 데메르의 ‘블라인드 로봇’은 맹인로봇의 기계로 된 팔이 관객의 얼굴과 몸을 섬세하게 더듬어 인식하는 작품이다. 보통은 로봇을 제어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반대로 로봇의 손끝을 통해 관객이 인지되는 형태이다. 로봇이 관객을 만지고 느끼면  형상이 거울로 보인다.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그 다음 만나는 작품은 지진계를 이용한 워크숍 참가자와 호르만 콜겐이 만든 ‘우리를 둘러싼 영역들·실제의 자연요소를 사용하여’이다. 바닥 큰 지도 위를 조이스틱을 움직여 어떤 지점을 선택하면 이곳의 지진계 정보가 모인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주얼과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이번 워크샵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지진의 이미지를 카카오톡의 캐릭터를 이용해 보기도 했다.

모리스 베나유, 이모션 윈즈 ⓒ 금천예술공장

모리스 베나유, 이모션 윈즈 ⓒ 금천예술공장

모리스 베나윤의 ‘이모션 윈즈’는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세계 3200여 군데 도시의 사람들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여 세계 지도 위에 표시했다. 유난히 많이 빛날수록 그 지역에 불빛이 더 환하게 빛난다. 마치 전기 많이 사용하는 지역과 아닌 지역을 비유한 것과 비슷하다. 이 작품은 따뜻하다. 행복이라는 단어 검색이 많이 된 지역에서 거의 없는 지역으로 바람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전달 혹은 순환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김아영의 ‘인공합성세계(라오와 파로의 유적탐방기)’는 애니메이션이다. 두 개의 화면 중 작은 화면의 캐릭터를 누르면 옆 화면으로 이동해 온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 화면 옆에 만들어진 탑 속 탐험을 한다. 초소형 카메라가 이 탑 속에 들어가 있어서 화면을 통해 모습을 보여준다. 미디어아트에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뇌파를 이용한 작품 실제 관객 참여 가능

이번 전시회에서는 키네틱 아트도 볼 수 있다. 하나는 팀보이드의 ‘피-루나’이다. 물리적 의미로서의 달은 공전이라는 움직임을 통해 빛의 변화를 보여주는 반사체이다. 이 작품은 달을 거대한 기계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디스플레이로 가정하고 이를 형상화했다. 둥근 달 안에 빽빽이 다른 라이트 조형들이 시스템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초승달부터 보름달, 그리고 다시 그믐달까지를 구현하고 있다.

우주와 림화영의 ‘세계의 입구 탐지용 조타장치’는 세계에 대한 자각을 시작한 탐지기 내부에서 솟아 오른 뿔이 세계의 입구를 찾는 기계이다. 타임머신, 실제시간, 가상시간을 가르치는 각각의 버튼이 있다. 이 작품에는 조타장치가 장착되어 있다. 작품 자체만으로도 공상과학 만화 속 우주 어느 행성 도시 건물 같은 느낌을 준다.

뇌파를 이용한 작품도 있다. 김은솔·안성석·양종석의 ‘겁에 질린 표정’이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유토피아적 이상과 디스토피아의 역설을 뇌파(EEG)를 통한 풍경의 재현으로 보여준다. 뇌파 장치를 관객이 머리에 부착만 하면 되는데, 이 때 뇌파가 많이 움직이면 선풍기 바람과 조명이 강하게 나온다. 죽음을 경험하는 작품도 있다. 디지털 히피단의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이 그것이다. 병원을 그대로 세팅해 놨다. 이 역시 관객이 침대 위에 누워서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면 된다. 그러면 어떤 중병에 걸린 사람이 그 치료를 위한 수술이 실패하면서 자신의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고요히 숨을 거두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1인칭 시점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 심전도 측정기기 특유의 기계적 음향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잠시나마 죽음에 대한 섬뜩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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