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6,2019

텔로미어, 짧아도 길어도 암 발생

텔로미어가 세포 복제에 관여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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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는 매듭이 꼬인 모양이다. 세포분열이 진행되면서 점차 염색체의 길이가 짧아지고, 결국 매듭만 남게 되면 세포복제가 멈추고 죽게 된다. 바로 이것이 생명체의 노화와 수명을 결정한다. 염색체의 가장 끝, 텔로미어(telomere)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텔로미어는 세포시계의 역할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조각들이다. ‘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텔로스(telos)와 ‘부위’를 의미하는 메로스(meros)의 합성어로, 염색체의 끝부분을 막고 있어 분해되지 않는 완충지역이다.

처음 텔로미어가 세포의 노화와 관련이 있음이 밝혀진 것은 1990년대로, 이미 선행된 연구에서 생물과 장기에 따라 세포 분열 횟수가 정해져있으며 그 후에 세포가 노화해 죽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정적으로 텔로미어를 통해 세포의 노화 메커니즘을 규명한 사람은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UCSF) 교수와 캐롤 그레이더(Carol Greider) 존스홉킨스 의과대학(Johns Hopkins Medicine), 잭 스조스탁(Jack Szostak) 하버드 의대(HMS) 교수로 이들은 2009년 노벨생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관련링크)

염색체의 끝 부분인 텔로미어는 세포의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가 짧으면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 Samulili (Wikipedia)

염색체의 끝 부분인 텔로미어는 세포의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가 짧으면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 Samulili (Wikipedia)

지난 5월 학술지 ‘이바이오메디슨(EbioMedicine)’을 통해 호우 리팡(Lifang Hou) 노스웨스턴 의과대학(Feinberg School of Medicine – Northwestern University, USA)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급격히 짧아지면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관련링크)

연구팀은 암이 없는 건강한 남, 여 약 800명을 대상으로 13년 동안 이들의 텔로미어 길이를 추적하면서 암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는데, 암 진단을 받기에 앞서 텔로미어의 길이가 급속하게 짧아졌고 암 진단 3~4년 전에는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암 세포가 증식을 위해 다른 염색체를 가지고 가면서 텔로미어가 더 이상 짧아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암세포는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하기 위해 텔로미어 DNA의 길이를 유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하거나 유지하는 일련의 메커니즘은 세포 단위에서 끊임없는 증식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텔로미어가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텔로머레이스 효소는 종양의 90%에서 활성화 되어 있다.

그래서 암세포에서는 다른 체세포에 비해 수명이 길어지고, 암세포에 있는 이 기능을 억제하거나 암세포의 텔로미어 DNA를 제거할 경우, 암세포의 세포분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텔로미어 길어지면 폐암 위험 높아져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져 세포가 죽는다는 것은 반대로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세포복제가 계속 이어지고 세포가 오래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어도 건강에는 좋지 않다.

지난 7월 학술지 ‘인간 분자 유전학’(Human Molecular Genetics)을 통해 브랜든 L. 피어스(Brandon L. Pierce) 시카고 대학교(The University of Chicago, USA)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수록 폐암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 6만여 명과 암 환자 5만여 명의 유전자를 분석했고, 앞서 소개한 연구처럼 텔로미어의 길이와 암 사이의 연관성을 찾았다. 그 결과, 텔로미어의 길이가 1천개 염기쌍(base pair) 길어질 때마다 가장 흔한 폐암인 폐선암의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졌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어진 것이 왜 암을 더 많이 발생시킨 것일까. 이는 텔로미어가 길수록 더 많은 세포분열이 일어나게 되고, 세포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발암성 유전자 변이의 기회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선행된 연구에서 텔로미어는 짧을수록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암의 경우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번 연구의 경우, 폐암에서는 관련성이 높게 나타났지만 유방암이나 난소암, 전립선암 등 다른 암에서는 연관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텔로미어의 길이는 연령이나 암의 진행 정도, 생활습관 등 여러 변수에 의해 크게 차이날 수 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직접적으로 암과 연관이 있는지는 연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도, 길어도 암과 관련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특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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