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6,2019

‘안전+신뢰=안심’ 메르스의 교훈

STEPI '질병창궐시대'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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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관련 병원과 보건당국,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나라 전체가 한달 이상 엄청난 혼란과 소동을 겪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임을 자랑하는 나라가 국민 보건을 위협하는 위기에 맞서 이를 조기에 그리고 신속하게 타개하지 못 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또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어떤 대응책이 필요한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송종국)은 7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메르스 사태가 던진 이 같은 의문을 반영한 ‘질병 창궐시대, 과학기술의 선제적 대응과 방안’을 주제로 과학기술정책 포럼을 열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주관한 제387회 과학기술정책 포럼에서 신동천 연세대의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김병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주관한 제387회 과학기술정책 포럼에서 신동천 연세대의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김병희/ Science Times

기후변화 따라 새로운 질병 창궐

이날 포럼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신동천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환경의학)는 지구적 관점에서 질병의 결정요인을 △장거리 운송 △국가간 다양한 상품의 수출입 △도시화와 산업화 △지구촌화 △지구온난화 등 다섯 가지를 꼽고, 메르스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돼 장거리 운송을 통해 25개 국가로 퍼져나간 만큼, 오늘날에는 먼나라에서 발생한 주요 감염병은 바로 이웃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조직적인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교수는 현대 의학이 크게 발달했지만 질병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기후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질병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976년 이래 30개 질병이 새로운 경계 대상이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 에볼라, 레지오넬라 폐렴, 병원성 O157대장균,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항생제 내성균 감염 등을 들 수 있고, 말라리아, 뎅기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콜레라 등은 재유행되거나 새로운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새로운 질병이 창궐하는 데는 무엇보다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 마가렛 찬 사무총장은 △새로운 질병의 75%는 가축이나 야생동물에서 유래되고 △기후와 관련한 동물들의 이동이 동물의 병원체를 인간에게도 옮길 수 있으며 △기후변화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행 주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일부분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 교수는 지구촌의 질병 창궐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지구온난화 등을 막기 위한 국제 협력이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나라별로는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이 새로운 감염병의 유입을 하나의 리스크로 보고 이를 어떻게 예견하고 분석하고 관리하는 역량을 기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성 질환 대유행 가능성 높아

토론자로 참석한 부하령 박사(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는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주요 질병의 66% 이상이 감염병으로 조사된 바와 같이 감염성 질환의 세계적인 대유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감염병에 대한 과학적 대응연구가 주요 현안으로 됐다”고 말했다.

부 박사는 “우리나라는 감염질환의 통제와 관리, 체계적인 대응연구 시스템이 산재돼 있어 효율적인 대처가 어렵다”고 진단하고, “감염질환의 효율적인 예방, 진단, 치료 등의 과학적인 대응방안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감염질환 대응 연구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순영 아주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토론에서 우리 나라가 제2의 메르스 유행국이 된 이유에 대해 “메르스가 유입된 다른 나라들의 이전 사례를 보면 많아야 4명 정도가 감염되고, 사망자도 많지 않아 긴장을 하지 않음으로써 초기 대응에서 제대로 예측을 못 했던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증폭이 된 이유에 대해 △공중보건 인프라가 거의 가동이 안된 점 △의료 쇼핑 등 의료체계의 문제 △격리 병상 부족 등 보건당국과 병원, 의료소비자 모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가 공기 매개를 통한 간접 전파인가 아니면 비말 등을 통한 직접 전파인가를 놓고 항간에서는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교수는 “메르스 환자가 기침을 하면 비말이 1.3m 정도를 날아가는데 이때 코로 들이마시거나 떨어진 비말을 손으로 만져서 감염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사스 등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공기 매개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증상이 안 나타나면 감염이 안 되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 역시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르스 감염 경로에 대해 신동천 교수는 “홍콩에서 사스가 퍼졌을 때 아파트 화장실 배관을 통하거나 자연적인 공기 흐름을 통해 바이러스가 많이 퍼졌다는 주장도 있다”며, “공기를 매개로 해서 바이러스가 멀리까지 퍼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실내에서 조건이 충족되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안심할 선제적 대응방안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유사한 사태에 대응할 효율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이순영 교수는 “신종 감염병은 통상 6년 간격으로 발생하므로 반드시 발생한다는 자세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공중보건과 건강은 보건정책의 핵심가치로서 국가의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 요인임을 새롭게 인식하고 범정부적인 감염병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신동천 교수는 신종 감염병도 큰 위해인 만큼 먼저 이를 제대로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전문가와 일반인의 위기의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확률적으로 문제를 보고 위험을 비교 평가하는데 비해, 일반인들은 어떤 위기를 직관적으로 보고 내가 안전할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반대로 안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컨트롤 타워에서 이끌어가는 힘이 필요합니다.”

신교수는 위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으로서 △위험의 분류와 확인, 평가, 관리, 소통, 위기발생시의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리스크 거버넌스 체계 확립과 △다학제, 다부처가 협력하는 상시 총괄 감시 대책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 중기 장기 계획과 상시 기구가 필요합니다. 단기 프로젝트 가지고는 전문가나 역량 있는 젊은이들을 모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직제를 만들기보다 평소에 다른 일을 하다 필요하면 모여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부문의 역량 극대화를 위한 파트너쉽을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교수는 일본의 한 사회학자가 주장하는 ‘안전’ 더하기 ‘신뢰’가 ‘안심’을 낳는다는 말을 인용했다.

“안전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지요. 그러나 과학만 가지고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과학 자체가 불확실한데다 모두 답을 줄 수 없습니다. ‘안전하다’고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나가는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유사시의 위기나 위해에 국민이 동요하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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