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1,2019

시각장애인, 자기장으로 길 찾아

뇌 자극으로 방향감지‧뇌졸중 치료에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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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하여 길을 찾는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뇌 속에 있는 일종의 센서 역할을 하는 세포가 자기장을 인식하여 길을 찾는 것인데, 실명된 사람도 이처럼 뇌가 지구자기장을 인식하여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케가야 유지(Ikegaya Yuji) 일본 도쿄대 교수팀은 지난 4월 뇌가 지구자기장을 인식하게 하는 방법으로 눈먼 쥐가 스스로 길을 찾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구자기장을 이용해 미로 찾기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문링크)

새의 경우에는 체내에 이미 고유한 자기장 나침반이 있기 때문에 이동할 때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여 이동경로를 정한다. 연구팀은 포유류 동물의 뇌도 지구자기장을 나침반처럼 생각하고 몸이 어느쪽으로 가는지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명이 된 사람도 자기장을 활용하여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뇌가 새로운 자극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Antonio Cruz/Abr ( Agência Brasil) via Wikipedia

실명이 된 사람도 자기장을 활용하여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뇌가 새로운 자극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Antonio Cruz/Abr ( Agência Brasil) via Wikipedia

연구팀은 눈먼 쥐의 뇌에 인위적으로 전극 2개를 삽입했다. 이 전극은 뇌의 시각피질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방향을 보고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전자식 나침반을 머리에 얹었다. 만약 쥐의 머리가 남쪽으로 향한다면 왼쪽 전극이, 반대쪽이면 오른쪽 전극이 실시간으로 뇌에 전기 자극을 줘서 방향을 알려주게 했다.

T자형 미로에서 먹이를 찾아 움직이게 했는데, 첫날에는 20회 중 11~12회 한번에 먹이 찾기를 성공했다. 그러던 쥐가 이튿날에는 자기장 신호를 이용하여 16번이나 길을 정확히 찾는데 성공했다. 즉, 시각을 가진 쥐와 길 찾기 실력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를 보면 뇌가 시각, 촉각, 청각, 미각 외에 새로운 자극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조류 뿐만 아니라 포유동물의 뇌도 자기장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에게 적용할 경우, 실명인 사람이 도움없이 스스로 길을 찾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사람에게 적용하게 되면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팡이에 센서를 달아 시각 기능을 대신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 지구자기장 외에도 뇌가 초음파나 자외선 등의 자극을 인식하게 만들어 또 다른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강한 자기장으로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어

국내 연구진 역시 강한 자기장을 뇌의 전기자극으로 활용하여 뇌졸중 등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첨단의료기기연구센터 최영욱 박사팀이 리메드(대표 이근용)란 기업과 공동 연구를 통해 지난 2013년 이런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관련링크)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7테슬라(tesla)급의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의료용 경두개자기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전원 시스템이다. 7테슬라는 지구 자기장의 약 14만배의 자기장 크기에 해당한다.

경두개자기자극(TMS)는 두개골 위의 특정 부위의 자기장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자기장을 이용하여 전류를 만들어 내는 전자기 유도를 통해 뇌 안의 뉴런들을 탈분극시키거나 과분극시킬 수 있는 비침습적인 방법이다.

자기자극은 신체 가까이에 전자기 코일을 두고 강력한 전류파를 흘려 생긴 자기장을 신체에 통과시켜 신체 내부의 근육 및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도록 하는 새로운 자극법을 말한다. 약물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거의 없고, 외과적인 처리없이 강한 자기력을 이용하여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최영욱 박사(책임연구원)는 “기존의 경두개 자기자극은 3테슬러 수준으로 우울증 환자에 주로 적용했으나 최근에 개발된 시스템은 3테슬러 이상으로 뇌졸중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현재 기술의 진척에 대해 6테슬라 자기장 강도로 오송실험동물센터에서 임상시험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람에 대해서도 현재 3.5 테슬러 자기장 강도로 동국대와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임상시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으로 상품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6테슬라까지 발생하는 장치를 개발하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자기장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역사가 100여년 된 연구이지만 최근부터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자기장이 뇌 손상을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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