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2019

빨간색하면 어떤 냄새가 떠오를까

공감각은 개인차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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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synesthesia)은 감관영역의 자극으로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 감각인상의 종류와 그 원인이 되는 물리적 자극 사이에는 1대 1의 대응이 있다. (관련링크)

하지만 때로는 이 원칙에 반하여 음파가 귀에 자극될 때 소리를 들을 뿐 아니라 색상을 느끼는 수가 있는데, 이것을 ‘색청’(色聽)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후각과 함께 색상을 느끼거나, 글씨를 보고 냄새를 느낄 때도 있다. 바로 이것이 ‘공감각’이다.

실제로 특정한 곡을 들으면 그 곡에 어울리는 색을 떠올리게 되고, 이에 대한 개인의 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람들이 느끼는 ‘공감각’이 큰 차이 없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를 통해 발표된 스테판 팔머(Stephen E. Palmer) 미국 UC버클리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교수의 연구이다. (원문링크)

공감각은 노래를 들으면서 색상을 떠올린다거나, 냄새를 맡으면서 색상을 떠올리는 것과 같이 한번에 두가지 감각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감각은 개인차가 별로 없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 ScienceTimes

공감각은 노래를 들으면서 색상을 떠올린다거나, 냄새를 맡으면서 색상을 떠올리는 것과 같이 한번에 두가지 감각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감각은 개인차가 별로 없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 ScienceTimes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바흐, 모차르트, 브람스 등 유명 클래식 작곡가의 곡 18편을 들려주면서 그에 어울리는 색을 고르도록 했다. 주어진 색은 37종으로 △빨강 △노랑 △파랑 △녹색 △연녹색 △청록색 △보라색 등 이 색들을 밝고 어두운 4단계로 제시하였다.

그 결과, 사람들은 템포가 빠른 장조의 곡에서는 박고 생생한 노란 계통의 색을 골랐다. 반면 템포가 느리고 단조인 곡에서는 어둡고 흐리며 푸른 계통의 색을 골랐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의 절반은 미국인이었으며, 나머지 절반은 멕시코인이었으나 이들에게서 문화적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즉, 문화적 차이가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노래를 듣고 색을 골랐을 때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계통의 색을 골랐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이들은 모두 공통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뒤이어 이와 비슷한 연구를 실행하였다. 이번에는 음악에 어울리는 얼굴 표정을 고르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장조의 밝은 음악에서는 행복한 표정을 고른 반면, 단조의 가라앉은 곡에서는 슬픈 표정을 골랐다. 얼굴 표정을 보고 색을 고르게 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문화적 차이가 없는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고, 이로 인해 비슷한 공감각적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문화적 차이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후속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냄새와 색의 특별한 관계

사람의 공감각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카르멜 레비탄(Carmel A. Levitan) 미국 옥시덴털 대학(Occidental College) 교수는 냄새와 색깔 사이에 존재하는 공감각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인지 아니면 언어가 같은 문화적 요인에 기초해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을 통해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선행연구에서는 냄새와 악보, 기하학적 모양 사이의 공감각이 인류 보편적인 패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냄새와 색에 대한 연구에서는 일관된 결과가 도출된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이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네덜란드인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중국인 △독일인 △말레이시아인 △말레이시아 화교 △미국인 등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6개 그룹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서로 다른 향이 나는 펜 14개와 36가지의 색상이 들어있는 팔레트를 준비해 각 냄새가 어떠한 색상과 어울리는지 참가자들에게 선택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기존의 연구처럼 동일 문화에 속한 사람들은 가장 유사한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실험참가자들이 가장 유사성을 보인 공감각은 과일 향이 나는 펜과 빨간색 및 분홍색, 곰팡이 냄새가 나는 펜과 오렌지색 및 갈색을 고른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그룹에서는 상반된 응답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비누향을 맡았을 때, 대다수는 밝은 파스텔 색을 골랐지만 독일인과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어두운 회색을 골랐기 때문이다.

이는 지리학적으로 서로 이웃한 위치에 사는 나라나 언어를 공유하는 국가들일 수록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 독일과 말레이시아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리적인 위치에 따른 유사한 패턴이 꼭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공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리학적 위치 뿐만 아니라 연령, 여행경험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어디서든 쉽게 접하는 공감각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공감각이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한다면 어려운 것이 또한 공감각이다. 일반적으로 공감각적 능력을 가진 사람을 쉽게 보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약 0.5퍼센트(%)의 사람들이 공감각을 활용하는 공감각자이다.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Jean N. A. Rimbaud)나 미국의 천재음악가인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는 대표적인 공감각자이다. 이 외에도 세계 3대 테너였던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도 있는데, 그는 악보의 음표를 색으로 인지해 노래를 부르면서 머릿속으로 음악을 ‘그리기’도 하였다.

문학에서도 공감각을 접할 수 있다.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서는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라는 구절을 통해 청각의 후각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광균의 시 <외인촌>에서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라는 구절은 청각이 시각으로 표현되었다.

공감각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기억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뇌의 다양한 부위를 자극하게 되는데,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동원해 정보를 기억하게 되면 뇌의 다양한 부위가 자극되면서 기억이 다양한 방식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마케팅 분야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맛을 다루는 식품업계에서는 미각이나 후각을 넘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함으로써 구매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청량음료의 광고를 하면서 뚜껑을 열때 나는 탄산 소리와 함께 푸른색감의 영상을 사용하는 것이 공감각을 활용한 마케팅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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