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2,2019

원하는 마이크로RNA만 제거한다

[인터뷰] 김영국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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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세포에 22뉴클레오티드 길이로 존재하는 마이크로RNA. 아주 작은 단일가닥인 마이크로RNA는 길이는 짧지만 생명체의 발생과정이나 각종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시 여겨지는 연구대상이다.

사람에게는 수천 종류의 마이크로RNA가 존재한다. 이는 하나의 수정란으로부터 인체가 만들어지는 발생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각각의 마이크로RNA 생성과정이나 양에 문제가 발생하면 암을 비롯해 심혈관계 질환, 뇌질환, 당뇨병 등 거의 모든 질병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은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대사과정을 심도 있게 탐구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현대과학에서는 연구 필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새로운 마이크로RNA 제거기술

▲ 김영국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 ⓒIBS

이토록 중요한 과제이지만 천 여 개가 넘는 마이크로RNA 중에서 현재 그 기능이 알려진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영국 박사는 “마이크로RNA의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실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는 못한 상태”라며 “연구에 필요한 좋은 실험기법이 아직 많이 개발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고 해당 연구분야의 한계를 설명했다.

김영국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는 마이크로RNA를 더욱 편리하게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제거 기술이 개발됐다. IBS RNA 연구단과 서울대학교 화학부 김진수 교수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원하는 마이크로RNA만을 제거할 수 있는 기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 연구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스트럭처럴 앤 몰리큘러 바이올로지(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에 게재되었다. 마이크로RNA를 제거한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학계는 암과 심혈관질환, 뇌질환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하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제2세대 유전자가위로 알려진 ‘탈렌’ 효소를 이용해 세포로부터 원하는 마이크로RNA 유전자를 제거했습니다. 여기서 ‘탈렌’이란 유전공학적으로 합성된 단백질 효소를 의미해요. 유전체 상에서 원하는 염기서열을 인식해 해당 유전자 부위를 절단하죠. 절단된 유전자 부위는 세포 내 복구과정을 통해 회복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돌연변이로 인해 유전자 기능이 차단되므로 이를 응용해 특정 유전자 기능을 차단하는 기법으로 탈렌이 많이 이용되고 있죠.”

탈렌을 이용해 유전자 기능을 제거하는 것은 이전에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기법이다. 기존 연구에서도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에 탈렌을 적용하긴 했으나 마이크로RNA 유전자를 제거하는 실험에 응용된 적은 없었다. 크기가 너무 작아 연구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기존의 연구 기법들은 원하는 마이크로RNA뿐 아니라 서열이 유사한 다른 마이크로RNA도 억제하는 문제점이 있었어요.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곤 했죠. 마이크로RNA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유전체 상의 특정위치를 제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체에는 수백여 종의 마이크로RNA가 존재하고 서열도 모두 다릅니다.

이에 우리 연구팀은 사람의 몸에서 세포 분열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RNA 274개를 실험군으로 뽑아 분석했어요. 서열이 다른 특정위치를 제거하기 위해 맞춤형 탈렌 효소 540종을 개발했죠. 이 중 66개를 무작위로 실험한 결과 평균 20~30 %의 효율을 보였습니다. 기존 유전자 제거 연구가 무작위 실험 시 0.1 % 이하의 효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효율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탈렌 효소 중 두 개를 선정해 암세포에 적용한 결과 암세포 증식 속도가 1/3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이로써 의료분야에 대한 적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죠.”

효율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세포에서 생성되는 마이크로RNA는 세포성장과 신진대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IBS


김영국 박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어떤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해당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막은 후 세포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를 측정, 기능을 역으로 추론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마이크로RNA를 제거하는 기법이 필수적인데 기존 마이크로RNA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된 기법은 효율이 너무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기존 기법으로 만들어진 물질을 천 개의 세포에 처리한다고 가정했을 때 결과적으로는 겨우 한 개의 세포에서만 마이크로RNA를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낮은 효율 때문에 마이크로RNA 제거를 통한 기능 연구가 쉽지 않았죠. 즉 이 기법은 마이크로RNA를 제거하는 데 도저히 사용할 수 없어서 다른 종류의 연구 기법을 사용해 왔어요. 마이크로RNA에 억제물질을 결합시켜서 활성을 제거하는 기법입니다. 하지만 이 기법 역시 원하는 마이크로RNA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다른 마이크로RNA도 억제시켜 버리는 부작용이 있어서 사용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마이크로RNA 제거 실험 기법의 도입이 절실했습니다.”

연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뜻을 같이하게 되면서 연구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각 분야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여러 연구자들이 협력한 만큼 이렇다 할 큰 산에 맞닥뜨리지 않은 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김영국 박사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모였을 때 하나의 연구가 보다 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번 연구는 사람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RNA를 높은 효율로 제거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마이크로RNA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표준 모델도 확립,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실험동물 모델에서 마이크로RNA를 제거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기에 여러 연구에 응용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 마이크로RNA 제거 기법을 개발해 기존 연구 기법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마이크로RNA가 생명체 내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을 보다 쉽게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의 여러 질병이 생기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RNA를 연구한 만큼 향후 질병 모델을 이용한 각종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국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탈렌 효소를 이용, 마이크로RNA 기능 연구에 적용시켜 인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광범위하게 밝히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사람의 몸에서 발병하는 다양한 질병의 발생 과정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영국 박사의 설명이었다.

“최근 제3세대 유전자가위라고 불리는 RNA 유전자가위가 점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RNA 유전자가위는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제2세대 유전자가위인 탈렌을 이용한 유전자가위 기술과 비교할 때 효율은 비슷하지만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따라서 RNA 유전자가위기술을 마이크로RNA 제거에 이용하는 기법도 연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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