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6,2019

예술, 과학, 수학의 하모니

예술로 표현된 복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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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술 분야에서 생태계를 직접 만들어보려는 움직임이 있다. 바로 생성예술이다. 생성예술은 규칙을 만들어 표현하는 예술로 고대 장식에서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오방색도 생성예술이다. 하지만 최근 생성예술은 생명체나 자연계 등의 ‘복잡계’를 다루며 새로운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인공생명아트라고 할 수 있는 ‘아트피셜 라이프 아트(artificial life art)’와도 비슷하지만 좀 더 넓은 범위이다. 인공생명아트가 생명이라는 분야만 다루고 있다면 생성아트는 물리적, 화학적, 비물적 등 우주적으로 발생하는 규칙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서강대 교수이자 생성예술 미디어아티스트인 지하루 작가를 만나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20세기 이후에 발전했기 때문에 개념들이 낯설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전자, 장기, 사람과 사람 관계, 자연 등이 모두 복잡계이다 보니, 세상에 존재하는 시스템 모두가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지하루 작가는 “복잡계를 다루는 생성예술은 감성의 저쪽 편이라고 여겨왔던 과학과 수학을 바탕으로 한 이성적 요소와의 화해와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며 “생성예술을 하다보면 과학과 예술이 자연을 이해하는 공존 요소이자 표현의 도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생태계’ 작품은 예술+과학+수학으로 표현

‘지하루&그라함 워크필드(Graham Wakefield)’의 ‘인공생태계(Artificial Nature)’ 작품을 살펴보면 조금 더 이해가 쉽다. 이 작품 안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태어나서 언젠가는 죽는데, 화면 안에는 그들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먹이인 에너지 입자들이 떠다닌다. 기본적으로 주황색은 에너지가 차있는 입자, 파란색은 에너지가 고갈된 입자이다. 이 입자들은 마치 열매가 익는 것처럼 시간에 따라 성숙해진다.

▲ 플루이드 시뮬레이션(fulid simuation)은 비선형 편미분 방정식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s)을 이용했다. ⓒ지하루


신기한 것은 이 작품 안에서는 사라지는 에너지 입자는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이 생태계 안에서 에너지 총량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생명체가 죽게 되면 에너지를 모두 뱉어내기 때문이다. 이때 색깔은 푸른 기가 섞인 회색이다.
 
물론 이것도 시간이 흐르면 파란색으로 익게 된다. 그리고 이 에너지는 선형의 우주선 모양을 한 ‘식물공장’에서 흡입해서 다시 에너지를 채워 넣게 되는 구조이다. 그리고 밝은 노란색인 설익은 에너지 입자로 만들어내고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황색으로 변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생명체들이 소리가 나는 화면으로 몰려가기도 한다. 마이크가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어서 관객이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면 인공생명체들이 그 소리를 듣고 카메라 앞으로 모이게 되어 있다. 지저분한 소음을 만들면 도망가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생명체가 주황색 에너지를 찾아가고 소리에 따라 반응을 달리하는 것일까. 다양한 수학·과학적 연구들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나 자동차 설계, 혈관 내의 혈류, 오염물질의 확산 등을 연구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비선형 편미분 방정식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s)을 이용한 플루이드 시뮬레이션(fulid simuation)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구름을 상상해보자. 바람에 의해 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때때로 반대편에서 바람이 불면 뭉쳐 있던 구름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다. 날씨 모델, 해류, 관에서의 유체흐름, 날개주변의 유체흐름 그리고 은하 안에서 별들의 움직임도 유사하다. ‘인공생태계’ 작품에서 생명체 움직임은 이 방정식을 이용했다고 할 수 있다.

개미들이 페르몬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작품 안에서 구현하기도 했다. 유기체 행동(organism behavior)을 바탕으로 모델링했다. 인공생태계 안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생존하고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이때 수식화된 진화이론을 이용했다. 이외에도 효율적 진화를 위해 컴퓨터 과학인 컴파일러 이론(compiler theory)이 적용되고 있다.

과거 예술과 다른 점은 자연을 구현한다는 것

그렇다면 기존 예술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지 작가는 “과거 예술은 자연과 아름다움이 ‘어떻게 보이느냐’인 재현에 초점을 맞췄다면 복잡계를 다루는 생성예술은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현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답변하면서 “우리 작품은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맥락을 어떻게 이용하고 어떤 좋은 정보에 어떻게 다가가느냐가 더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 지하루 작가과 그의 협업자인 그라함 워크필드 작가 ⓒ지하루

인공생태계를 만드는 예술가의 역할도 독특하다. 인간 주체와 기계의 관계는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아닌 공생의 관계에 놓인다. 둘 다 인공적 자연을 구축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의 창조자이다. 죽은 시스템이 아닌 계속 진화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으로 서로 존재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협업이 꼭 필요하다는 점도 기존 예술과는 다른 점이다. 복잡계를 다루는 영역이다 보니 아주 많은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혼자 풀 수 없는 문제가 많다. 지 작가가 현재 그라함 워크필드와 공동 작업을 하고 있는 이유이다.

“혼자 만들었다면 완성도와 풍요함이 현저히 떨어지는 전혀 다른 작업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저 혼자 했다면 동적인 시스템 표현이, 그라함 워크필드 작가의 경우 몰입적이고 직관적 경험의 요소가 빠졌을 확률이 높지요.”

지 작가는 “이외에도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지식을 나눠주신 과학자들의 논문, 저서, 많은 멀티미디어 연구자들의 오픈 소스 등의 도움이 컸다. 특히 빠르게 접할 수 있었던 인터넷 네트워크 환경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은 협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렇게 발전된 과학이론을 반영하며 융합적 예술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는 생성예술이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인공생태계를 표현하는 이런 종류의 예술은 인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기 때문에 ‘인간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그래서 예술이 주는 긍정성에 대한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극단적으로 예술이 아니라고 폄훼를 하는 사람도 있다.

지 작가는 “작품을 하기 위해 과학, 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생명과 생태계를 만들다 보니, 자연의 복잡한 메커니즘에 겸손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생명의 본질, 이 세상을 움직이는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며 부정적 시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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