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2019

벤처기업 같은 국가 연구조직…DARPA

국가 R&D사업의 창조 패러다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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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비용이 드는 방위산업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는 것을 ‘스핀오프(Spin-Off)’라고 한다. 반대로 상업화된 민간기술을 방위산업 쪽으로 이전하는 것을 ‘스핀온(Spin-On)’이라고 한다. 이 ‘스핀오프’, ‘스핀온’을 통해 첨단기술 성과를 올리는 곳이 있다.

미국의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다. 이곳에서는 직접 연구를 하기보다 대학, 기업 등 민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미래 무기에 있어 파급력이 큰 바이오, 소재, 로봇,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 기술들을 발굴하고 있다.

소형 원자로, 네발 로봇, 레이저빔 충전 무인기, 무인잠수정, 정밀유도무기 등이 그것이다. 반면 전자레인지, 인터넷, GPS, 탄소섬유 등은 방산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된 경우다. 21세기 세상을 바꾸어놓는 엄청난 기술들이 DARPA를 통해 탄생하고 있다.

고위험, 고혁신 기술개발에 집중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 30일 국회의원회관 제 2 소회의실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 미국 DARPA를 모델로 한국형 ‘K-ARPA’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STEPI


권은희, 이재영 의원이 주최하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주관한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미국 DARPA를 ‘창조형’ 연구개발 시스템의 모델로 보고 벤치마킹을 통해 한국형 ‘K-ARPA’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DARPA의 연구개발 시스템에 있었다. 연간 예산 30억 달러, 300명 미만의 적은 인원을 통해 혁신 기술을 계속 양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집중적인 분석이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미국을 다녀온 STEPI 장용석 연구위원은 성공요인을 6개로 정리했다. 첫 번째 성공요인은 다른 어느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명확한 미션’이다. ‘위험하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는다’는 식의 혁신 기술들을 중점적인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 등 고위험-고성과(high risk-high return) 기술개발 들을 말한다.

두 번째 성공요인은 인재발굴이다. 이곳에서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최고의 인재들을 대학, 공공연구소, 연방기금연구개발센터(FFRDC), 기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입하고 있다. 일반 기관에서 하고 있는 공모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다양한 접촉과 검증을 통해 일단 최고의 인재라는 사실이 입증되면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그 자리에서 즉시 채용이 이루어진다. 어떤 조직과 기관에서 인력을 임대하는 형식이지만 백악관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방장관이 임명권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 재가를 얻어 임명된다.

대우는 미국 최고 수준이다. 먼저 받고 있던 연봉과 비교해 그 이상을 지급한다. 거기에 간접비용(overhead), 10% 내외의 부가급여(fringe benefit) 등이 추가된다.

작은 조직이지만 엄청난 R&D 파워

장 연구위원이 꼽은 세 번째 성공요인은 DARPA 특유의 평면조직이다. 3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조직이지만 위계적인 관료 시스템으로부터 철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나라에서 봉급을 지불하지만 업무 규정은 철저히 공무원 조직에서 벗어나 있다.

예외 규정을 통해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철저히 배제시키고 있다. 사기업과 같은 유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네 번째 성공요인은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매우 유연한 운영방식이다. DARPA 인력 중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PM(프로젝트 매니저)이다. DARPA 전체가 이들을 통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M들은 통상 5~6명의 인력(staff) 지원을 받고 있다. 또 5~6명의 지원인력들은 각각 1~2명의 인력 지원을 받고 있다. PM의 임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일이다. 일단 프로젝트가 확정되면 외부 인재 확보에 나선다.

가장 우수한 인력을 찾아내 자율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R&D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PM들이 전담하고 있다. 파견공무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DARPA에 있어 모든 프로젝트는 외주를 통해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5~10개 연구조직들과의 계약을 통해 단일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PM에게는 이들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엄청난 권한이 주어진다.

새로운 연구 발주가 가능하고, 또 프로젝트 중단도 가능하다. 모든 기획과 수행과정을 그 자리에서 즉시 판단해 수행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모든 평가는 PM을 통해 이루어진다. PM 스스로 기관장에게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면 PM에 대해 일단 노터치다.

음성인식시스템 등 민간에 이전

다섯 번째 성공요인은 DARPA의 폭넓은 대외관계다. DARPA에서는 대통령, 의회,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등에 프로젝트의 혁신 가능성을 제시하고 매년 고액의 예산을 배정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다른 연구기관 조직들과 폭넓은 연구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외부 혁신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세계 유수의 연구조직들과 협력해 글로벌 차원의 연구협력 모델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여섯 번째 성공요인은 R&D 혁신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DARPA 모델 자체는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그친다. 그러나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시장 혹은 공공부문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 이후의 시스템과 밀접히 연계돼 있다.

DARPA에서 개발한 기술은 국방성의 각군 ‘서비스 과학기술(Service S&T)’ 부서에 이전돼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구축, 시험생산(testbed)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 민간 시스템과 연결돼 마케팅(marketing)을 도모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 벤처 기업에 이르기까지 DARPA 기술 응용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 병원에 도입한 다빈치 로봇원격수술 시스템, 애플의 음성인식시스템(Siri) 등은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된 케이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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