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19,2019

기적의 소재…그래핀이 만들어가는 산업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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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Graphene)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에서 처음 제작했는데 한 겹으로 된 이 탄소 원자막(나노소재)의 특성이 전기·물리·화학적으로 워낙 탁월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전에도 탄소 나노소재가 있었다. 플러린이 1985년, 탄소나노튜브가 1991년에 탄생했다. 그런데 탄소나노튜브보다 10년이 지나 태어난 그래핀이 선배격인 플러린과 탄소나노튜브의 인기를 압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특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래핀은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 이상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반도체 등 전자제품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실리콘보다는 140배나 더 빠르다.

그래핀 적용해 응용제품을 만들기 경쟁

더구나 빛이 98%나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다. 열전도율 역시 탁월해 구리보다 10배나 더 열을 잘 전달한다. 강도는 강철보다도 100배 이상 더 강하다. 20%까지 늘어나도 손상이 가지 않을 만큼 신축성이 뛰어나다.

▲ 지난 4월23일부터 26일까지 스페인 빌바오에서 ‘IMAGINENANO 2013′이란 주제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나노컨퍼런스.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주제는 그래핀으로 ‘그래핀 컨퍼런스’라 불릴 정도였다. ⓒhttp://www.imaginenano.com/


만일 그래핀을 산업 현장에서 사용했다고 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전기가 잘 통하는 플라스틱, 구부러지는 대형 터치스크린, 초강력 열전도장치, 반영구적인 투명 온실 등 그 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플러린, 탄소나노튜브를 제작한 과학자들은 노벨상은 못받았지만 그래핀을 만든 맨체스터대학교의 안드레이 가임 교수와 연구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는 지난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지금 이 그래핀을 놓고 세계가 뜨거운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EU, 영국은 그래핀 상업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위해 각각 10억 유로(약 1조4천억원), 5천만 파운드(약 8천억원)를 투자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 5월21일 `그래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주관 기관을 선정하고 향후 6년간 약 47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디스플레이 복합소재 분야에서 대면적 그래핀, 그래핀 나노플레이트릿을 개발한 후 응용제품 개발을 지원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세계 각국이 그래핀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 그래핀을 통해 세상을 놀라게 할 신제품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산하 웹진인 ‘스펙트럼’에 따르면 미국 라이스 대학에서는 지금 그래핀 나노리본을 이용한 리튬이온전지 연구가 한창이다. 나노리본의 특성을 살려 전지 용량을 대폭 늘리려는 시도다.

그래핀은 탄소원자가 육각형 벌집모양을 이루는 2차원 평면구조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이 그래핀을 한쪽 방향으로 잘라서 리본처럼 만들면 1차원의 그래핀 나노리본이 되는데 이것은 2차원 그래핀과는 매우 다른 물리적 특성을 나타낸다.

라이스대학에서는 이 특성을 활용해 전지 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래핀 나노리본을 주석산화물(tin oxide)와 결합시켜 전지 용량을 증폭시키는 과정이다. 연구팀은 기존의 2차 전지와 비교해 2배 이상의 저장용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지금 진행중인 연구는 나노리본을 배터리에 적용하려는 시도의 시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향후 또 다른 물질과의 결합을 통해 전지용량을 대폭 늘리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슈퍼 전지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기적의 신소재, 21세기 소재산업혁명 예고

지난 5월13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그래핀 반도체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이 연구에는 김형준 KAIST 교수와 윌리엄 고다드 교수, 손영우 고등과학원(KIAS) 교수, 장민석 미국 칼텍 박사, 해리 애트워터 교수 등이 공동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핀은 전자 이동속도가 실리콘에 비해 100배 이상 높기 때문에 반도체 소자로 응용했을 경우 컴퓨터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수 있다. 문제는 그래핀의 원자구조 특성이다. 온·오프 스위칭 효율이 매우 낮아 반도체 소재로 적용이 불가능했다.

이 문제를 KAIST 연구진이 해결했다. 그래핀 전자 이동 메커니즘이 빛의 전파 과정과 유사하다는 사실에 착안, 그래핀 전자에 빛을 반사시키는 원리를 적용한 후 게이트 전극을 톱니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트랜지스터를 제작할 경우 스위칭 효율을 최고 100배 정도 높일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이 기술은 그래핀의 원자 구조를 변형시키지 않기 때문에 그래핀의 높은 전자이동 특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준 교수는 “이론적으로 제안한 메커니즘을 실현한다면 그래핀을 활용한 연산 속도가 매우 빠른 차세대 컴퓨터 개발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반도체보다 100배 빠른 반도체 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그래핀 응용 분야는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태양전지, 자동차, 조명, 건축자재, 반도체, 휴대폰, 센서 등 무궁무진할 정도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래핀 산업발전을 위해 산·학·연 협력이 잘 이루어질 경우 국내에서만 “32개 핵심상업화 기술을 확보하고 매출 17조원, 3만4천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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