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4,2019

장기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비법

기분 좋고 건강할 때 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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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외우면 머리에 쏙쏙 저장되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각종 시험에 시달려야 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기억력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그 같은 기억력 증진 비법은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분이 좋을 때 외워야 장기적인 기억력이 증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비밀의 핵심은 바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요인에 관한 연구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기분이 좋거나 기쁠 때 분비되는 이 호르몬은 신경세포 사이의 소통뿐 아니라 신경과 근육세포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 도파민이 기억을 오랜 시간 유지시키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동물실험을 통해 도파민이 배출되면 뇌가 영구적으로 경험을 저장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독일의 마그데부르크 대학과 독일신경퇴행성질환연구센터의 연구진은 이 같은 사실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가를 조사하기 위해 기억이 퇴화하는 연령인 65~75세 사이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에 착수했다.

실험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도파민으로 전환되는 ‘레보도파(Lovodopa)’라는 약물을 복용하게 하고, 나머지 참가자에게는 가짜약을 복용하게 한 뒤 경치를 담은 흑백사진을 보여줬다. 2시간이 지난 후 자신들이 본 사진을 다른 새로운 이미지들 사이에서 구분하도록 하는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레보도파를 복용한 사람들과 가짜약을 복용한 사람들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6시간이 지난 후에 똑같은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레보도파를 복용한 사람들의 경우 가짜약을 복용한 사람들에 비해 20%나 더 많은 사진을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2시간은 단기 시냅스의 활동기간이라서 비슷한 기억력을 보였지만, 그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짜약을 복용한 사람들의 기억은 퇴화하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레보도파를 복용한 사람들은 도파민의 영향으로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기억력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도파민이 뇌에서 영구적으로 기억이 되도록 한다는 가설을 확인시켰다”며 “이것은 새로운 발견”이라고 밝혔다.

기억력 좋아지는 약 개발될까

최신 과학 연구에 의해 기억의 비밀이 많이 벗겨지고 있다. 특히 기억을 조작하거나 교란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들이 많다. 그에 비해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요인은 그리 많지 않은 편.

그런데 근래 들어 이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도파민 외에 또 다른 기억력 증진 요인으로 떠오른 것은 ‘수비나이드(Souvenaid)’라는 새로운 종류의 음료수이다.

미국 MIT 대학의 리차드 우르트만(Richard Wurtman) 박사팀이 개발한 이 음료수는 기본적으로 콜린 및 우리딘, 오메가-3 지방산 등의 3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콜린은 주로 육류 및 견과류, 달걀에 포함된 비타민 B를 말하고, 우리딘은 간과 신장에서 생성되며 일부 식품에도 포함돼 있는데 체내의 단백질 합성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 오메가-3 지방산은 생선 및 아마 씨, 달걀, 목초를 먹고 자란 가축의 고기 등에 포함돼 있다.

이 세 가지 영양소를 포함해서 단백질은 인체의 뇌 시냅스를 형성하는 뇌 세포막의 생성에 필수적이다.

우르트만 박사팀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있는 260명의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구분해 6개월 동안 한 그룹에는 수비나이드 음료를, 다른 집단에는 가짜 음료수를 마시게 했다. 연구가 시작된 후 처음 3개월 동안에는 양쪽 집단 모두 기억력이 향상됐지만, 그 이후로는 가짜 음료수 집단의 기억력은 감퇴된 데 비해 수비나이드 집단의 기억력은 꾸준히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또한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능력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뇌전도를 분석한 결과, 수비나이드를 마신 그룹 중 치매 소견의 뇌전도 특성을 보인 환자가 정상적인 뇌전도 소견 상태로 전환된 경우도 발견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수비나이드 음료수 자체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력 감퇴를 늦추는지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연구진은 추후 이를 확증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친 임상 실험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로 마그네슘 첨가제가 기억력 증진에 효과가 있는지도 연구되고 있다. 미국의 생명의약업체인 마그수틱스 사가 뇌에서 마그네슘 이온의 수준을 증가시키기 위해 개발한 ‘마그틴’이란 제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제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나이가 많은 환자에게 마그네슘 보충제를 투여할 경우 깊은 잠에 드는 시간이 증가됐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준이 감소해 불안감이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뇌에서 마그네슘 수준이 증가할 경우 장·단기적인 기억이 향상되고, 많은 양의 마그네슘이 늙은 쥐의 기억력 기능을 증진시켰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마그수틱스 사의 연구팀은 마그틴이라는 제품이 그런 효과를 갖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올해 말 알츠하이머 환자에 대한 임상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시 증가하는 PKR이 비밀 열쇠

PKR이라는 단백질 분자의 활성을 억제할 경우 학습 및 기억 능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PKR이 뇌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다양한 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PKR의 활성이 변화한다는 점에 착안해 미국 베일러 대학 연구팀은 쥐의 뇌에서 PKR의 활성을 저해한 다음 다양한 행동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정상적인 쥐는 순환식 수조 안에 감춰진 발판의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 며칠 동안 여러 번의 학습을 반복해야 하지만, PKR이 결핍된 쥐는 단 한 번에 발판의 위치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PKR의 감소가 쥐의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증강시키는 분자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심층 분석에 들어간 연구진은 PKR의 활성이 저해될 경우 감마인터페론에 의해 초래되는 시냅스의 활성화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PKR은 숙주가 바이러스가 감염되었을 때 증가하는 물질이므로, ‘바이러스 감염의 센서’로 불려왔다. 즉, 이는 바이러스의 감염 없이 건강한 상태일 경우 PKR의 활성이 저해된다는 의미도 된다.

이처럼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요인의 발견에 대해 과학계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또 이러한 주장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는 신중한 입중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기억력 증진 요인들에는 묘하게도 공통점이 있다. 좋은 기억력을 가지기 위해선 건강하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다양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매우 기본적인 조건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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