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2019

비만의 예방과 치료…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인터뷰]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정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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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다이어트. 최근에는 고지방·고열량 음식이 증가하면서 비만으로 치닫는 인구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 비만인구를 분석한 결과, 건강 검진을 받은 국민 3명 중 1명꼴로 비만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더 이상 한국도 살과의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암시했다.

더불어 심미적 기능이 강조되면서 다이어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평생 숙원이 됐다. 때문에 TV 홈쇼핑이나 시중 약국에서도 다이어트 제품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뉴스에서 보도되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부작용에 사람들은 내심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천연 한약재를 이용,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비만치료 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기술이전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진숙 박사팀이 마디풀과(科)에 속하는 다년생 한약재에서 추출한 한약기반 치료물질(POCUb)로 동물 실험을 한 결과, 지방 축적을 예방하고 체내에 축적된 지방까지 분해를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전임상 독성실험을 모두 거쳐 안전성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 분해하되 부작용은 ‘제로’

김진숙 박사팀이 연구개발한 비만치료 물질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억제한 ‘비만 예방’과 이미 축적된 지방을 분해하는 ‘비만 치료’가 그것이다. 기존에 상용되던 약물의 경우 비만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차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 김정현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 ⓒ황정은


비만은 결국 몸 안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사람의 몸은 에너지를 축적하고, 축적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공급되는 에너지가 넘쳐나고 소비되는 에너지가 적어 결국 한 쪽의 균형이 깨지면 비만이 되는 것이다. 특히 현대인의 경우 고열량의 음식 섭취는 증가했으나 운동량은 부족하기 때문에 비만 인구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연구를 맡은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정현 박사는 “몸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에는 다양한 기전이 있다. 가장 쉽게는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음식 섭취를 적게 할 수 있으며 약물로 신경계를 자극해 섭취되는 음식의 양을 조절할 수도 있다”며 “이번 우리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섭취하는 음식의 양은 그대로 하되, 지방이 흡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포함된 지방은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장에서 바로 흡수되지 않는다. 작은 크기로 분해된 후 흡수를 통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지방의 소화 과정에 집중했다. 소화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는 바로 췌장지방분해효소로, 지방세포를 잘게 쪼개 몸에 흡수되도록 하는 주요인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차단, 즉 췌장지방세포의 활성을 통해 몸에서의 지방 흡수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췌장지방분해효소의 작용으로 인해 지방이 잘게 쪼개져 몸에 흡수되는데 본 연구는 췌장지방분해효소의 활성을 억제해 그 과정을 차단하게 된다. 그 결과 지방을 아무리 섭취해도 흡수가 안 된 채 배설물과 함께 체외로 빠져나가게 되고 에너지 균형이 맞게 된다. 살이 찌는 것도 예방될뿐더러 여기서 에너지 소비를 늘릴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는 결과도 얻게 된다.”

약물의 효과는 지방의 흡수를 억제해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에만 머물지 않고, 이미 축적된 지방까지 분해하는 데도 효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실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찐 살을 빼려고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축적된 지방을 분해하는 데는 지방 분해 세포의 신호 조절과 관련 있는 효소인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phosphodiesterase)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효과를 얻었다.

이처럼 비만의 예방과 치료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갖고 있는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김 박사는 이 약물이 매우 기대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무리 효능이 좋다 해도 부작용을 동반하면 그림의 떡이다. 실제로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다수의 다이어트 약품이 우울증 등의 부작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신경계를 자극해 식욕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접근한 약물이 갖고 있는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작용을 인식한 연구팀은 최대한 뇌의 신경계는 건드리지 않는 차원에서 접근을 시도했다. 배고픔을 장시간 느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더 나아가 우울증을 동반하는 만큼 음식 섭취는 그대로 하되 장내 흡수를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비만을 치료하는 기전은 약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식욕을 억제하거나 포만감을 유도한다. 또한 실제로 운동을 안 했지만 신체가 약물을 통해 운동한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즉 약물로서 인위적으로 대사량을 증가시킬 수 있고 지방흡수 자체를 억제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 중 가장 마지막 방법인,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했다.

최대 61% 체중 증가 억제

연구 방법은 총 1천여 가지의 약물을 일일이 검토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한의학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1천여 종의 한약재로부터 성인병 질환을 연구하면서 시작된 과제인 만큼 총 3차 스크리닝(screening)을 거쳐 1천여 가지의 약재를 3~4가지의 약재후보로 간추리는 데까지 1년이 걸렸다.

▲ 지방세포 내 신호전달 과정. 지방세포네 포스포디에스터라아제(PDE)의 활성이 억제되고, 아데노신1인산 의존 단백질 인산화효소가 활성화 되면 지방의 분해가 촉진되어 체중이 감소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김 박사는 “1차적으로 시험관 내에서 돼지 췌장에서 분리한 췌장지방분해효소와 이 약재를 혼합한 후 췌장지방분해효소의 활성이 떨어지는지를 확인했고, 지방 흡수 억제만으로 효과가 충분치 않을 수 있어 2차적으로 이미 축적된 지방세포 분해를 유도하기 위해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효능을 재검증했다”며 “최종적인 3차 스크리닝에서는 실험용 쥐에 지방에멀젼(ex. 콩기름)과 약물을 혼합 투여해 혈액 내 흡수되는 지방성분(중성지방)의 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이 약물이 실제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것을 확인해 최종 동물실험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해당 약물은 과연 비만 치료에 어느 정도의 효능을 지닌 것일까. 이에 대해 김 박사는 동물실험에서 나온 수치를 바탕으로 한 결과, 비만 예방의 경우 최대 61%의 체중 증가가 억제되고 비만 치료의 경우 최대 84%의 체중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수치는 체지방 수치가 아닌 체중을 기준으로 한 자료로, 그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본 약물의 효능을 살펴보기 위해 연구팀에서 실시한 실험은 총 두 가지다. 바로 예방과 치료실험이다.

예방실험의 경우 체중이 같은 쥐를 대상으로 했으며 정상 사료를 투여한 음성대조군과 정상 쥐에 고지방사료로 비만을 유도한 비만유도군, 다른 농도로 약물을 투여한 3가지 실험군 등 총 5개 군에 실험을 실시했다. 총 10주간 연구팀이 발견한 약물과 사료를 혼합해 쥐에 사료를 통해 투입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농도를 짙게 한 약물이 혼합된 사료를 섭취한 쥐의 경우 고농도 섭취 실험군의 경우 61%만큼 체중이 늘지 않아 최대 61% 체중증가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만치료 실험의 경우 정상사료를 투여한 음성대조군과 정상체중 대비 2배 이상의 고도비만을 갖고 있는 고도비만군, 2가지 다른 농도의 약물을 투여한 실험군 2가지 등 총 4개 군에 실험을 실시, 총 7주간 약물을 사료와 혼합해 섭취케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약물을 섭취한 쥐의 경우 실험 1주일 만에 체중의 약 15%가 감소했으며 실험 종료일인 7주 후에는 84%까지 체중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험을 위해 연구팀은 약 17주에 걸쳐 쥐를 비만 상태로 만들고, 7주의 실험을 거치는 등 상당한 기간을 들이기도 했다.

한편 한약재료를 사용한 약품을 제작할 때 가장 큰 난점은 과학적 검증에 대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약재를 사용해 약품으로 취급할 때는 과거의 용례를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과연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검증된 약효와 안전성이 있는지,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이다.

김진숙 박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년간 전임상 독성시험을 통해 과학적인 과정을 모두 거쳤다. 김 박사는 “본래 3년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로 돼 있었지만,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상용화를 위한 연구비를 1년 더 지원받게 돼, 전임상 독성시험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연구의 과학적 검증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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