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0,2019

성폭력… 가치있는 삶, 그 근본을 파괴

늘어나는 성폭력, 최선의 해결책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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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전설에 루크레티아(Lucretia)란 여인이 나온다. 콜라티누스의 아내였는데 미모가 뛰어났기 때문에 뭇 남성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로마의 왕 타르퀴니우스의 아들은 루크레티아를 유인해 능욕하게 되는데, 정절(貞節)의 여인 루크레티아는 절망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사실을 아버지, 남편에게 알린 후 자살하는데, 이 소식이 로마인들에 알려진다. 

얼마 후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 타르퀴니우스 왕가를 내쫓고, 이를 계기로 로마 공화제를 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전설은 세익스피어, 초서, 보티첼리, 렘브란트, 뒤러,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 많은 예술가들의 훌륭한 작품 소재가 됐다. 주제는 성폭력이었다.

나주 사건, 포괄적 의미 성폭력과 구분해야

1994년 제정·공포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폭력(sexual violence) 범주는 음행매개·음화제조·음화반포(淫畵頒布)·공연음란(公然淫亂), 추행 또는 간음을 목적으로 한 약취(略取)·유인(誘引)·매매, 강간·강제추행, 음란전화·성기노출 등을 포함하고 있다.

▲ 성폭력 사건이 늘어나면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사진은 미국의 국립성폭력정보센터(SVRC)홈페이지. 성폭력 상담과 힘께 성폭력과 관련된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성범죄가 있지만 가장 예민한 부분은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성관계다. ’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상대방의 사전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행위’를 말한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피해자들에게 큰 상처를 안기고 있다.

강제적인 성관계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가장 많은 유형으로 육체적인 폭력을 들 수 있다. 강한 힘으로 약한 힘을 가진 상대방을 제압하는 경우다. 그러나 몸으로 힘을 쓰지 않더라도 탁월한 지위,  흉기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공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영미 형법에서는 이런 강제적 행위를 ‘rape’란 말로 구분하고 있다. 포괄적인 의미의 ‘sexual violence’와 차별화하자는 것이다. ’rape’란 단어는 ‘빼앗다’ ‘강탈하다’란 의미의 라틴어 ‘rapere’에서 나온 말로 전쟁에서 이긴 군대가 점령지에서 마음대로 강도, 강간, 약탈 등을 자행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역사심리학자들은 이런 잔악한 행위가 고대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집단학살적인 범죄의식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치 있고 윤리적인 삶을 근본서부터 철저히 파괴하려는 매우 두려운 행위가 성폭력(rape) 안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정주부 성폭력 살해사건,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등 엽기적인 성범죄들은 ‘rape’로 표기되는 잔악한 성폭력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희생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이해하기 힘든 성폭력 범죄자들의 심리…

미 사법통계국(The Bureau of Justice Statistics)의 1999년 자료에 의하면 희생자의 91%가 여성이고, 남성은 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대부분 남성에 의한 폭력이지만 또 남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 사이에 성폭력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통계국은 동성 간의 성폭력 실제 사례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성폭력 범죄자들이 (피해자 입장에서) 나그네처럼 모르는 관계였던 경우보다 사전에 미리 알고 있었던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는 점이다. 낮선 사람에 의한 것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필리핀의 온라인 신문 ‘필리핀 스타’지는 지난 3월 뱅큇(Banquet) 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동 성추행(child abuse)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것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초까지 발생한 아동 성추행 사례가 너무 많아 주 전체가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뱅큇 주정부의 아동복지위원회가 서둘러 실태파악에 들어갔고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폭력적인 상황에서 강압적으로 성추행을 한 경우가 45건이었고, 가족·친척에 의한 경우가 26건, 아동들에게 음탕한 행동을 한 경우가 11건, 성적 행위를 갖자고 유혹한 경우가 33건이었다. 조사 결과 전체의 42%가 가해자·피해자 간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 나주에서 잠자던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고 모(23) 씨의 경우도 범행 대상을 미리 알았던 경우다. 경찰조사 결과 고 씨는 한 달 전 피해를 당한 A양의 언니를 지목한 후 집을 미리 찾아가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어른들 입장에서 이들 범죄자들의 이상한 심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차 조심, 불량식품 등을 먹지 말라고 충고할 수는 있지만 성폭행에 대한 충고는 하기 힘들다.

더구나 평소부터 잘 알고 있는 어른들을 주의하라고 하기는 더욱 힘들다. 자칫 누구를 조심하라고 했다가는 어린 아이들로부터 더 큰 의심을 사기가 십상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성폭력 범죄자의 심리성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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