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19,2019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과학과 SF 사이에서' 과학토크콘서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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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립과천과학관 천체투영관은 ‘과학토크콘서트’를 찾은 관객들로 가득찼다. 250개의 좌석 예매가 일찌감치 마감되는 등 2회째 맞는 과학토크콘서트(이하 토크콘서트)의 인기가 심상치 않았다. 

▲ 우리는 시공간에서 현재를 살아간다. 천체투영관의 이미지를 함께 보며 관객들은 우주와 현재의 모습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


첫 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토크콘서트도 과학과 SF 사이에서 팽팽하게 맞대결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명현 박사가 콘서트의 총 감독을 맡았고, 천문학자 이종필 박사와 ‘뉴논스톱’을 연출한 김민식 PD가 게스트로 초대돼 “시간여행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각각 반대표와 찬성표를 던지며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과학은 인과적 설명을 필요로 한다

이 박사는 이론적으로 ‘시간여행’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현재에서 미래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나뉘는데, 이를 통해 시간여행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는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시간이 천천히 가고 있다고 느낀다. 반면,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우주선에 비해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 마침내 우주여행을 하고 되돌아온 우주비행사는 미래의 지구 모습을 경험할 수도 있다.

곧이어 이 박사는 일반상대성이론에 근거한 또 다른 방법으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주에는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는데 블랙홀 근처는 중력이 워낙 강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그러므로 블랙홀 주위를 다녀와도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셈이다.

▲ 이종필 박사가 시간여행에 대해 과학자 입장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


그러나 이 박사는 ‘인과성’을 언급하며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과학은 사건과 사건 사이 벌어진 인과성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학문이다. 시간의 선후 관계를 따져 원인은 과거, 결과는 그 원인이 발생한 이후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원인과 결과는 시간의 흐름상 절대 역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

시간여행의 오류는 여기서 비롯된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대면한다는 것은 바로 인과성에 위배되는 현상이다. 과거로 돌아가 지금까지 겪어온 삶을 수정하며 더욱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론적으로 봤을 때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 박사의 입장이다.

시간 여행에 성공한 사람들

김 PD는 SF 매니아다. SF 소설에서 우주전쟁이 일어나면 실제로 먼 미래에 벌어질 것이라는 상상에 빠질 정도라고 하니, 그에게 ‘시간여행’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SF 진영에 선 김 PD는 과학적 결론을 부정하기보다는 김 PD가 생각하는 ‘시간여행’에 대해 설명했다.

▲ 과학과 SF는 모두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종필 박사와 김민식 PD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립과천과학관


‘시간여행’은 SF적 상상력으로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시간여행자’에 있었다. ‘시간여행자’란 옛날 사진 속에 등장한 현대인을 가리키며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이슈화 됐던 용어다. 김 PD는 ‘시간여행자’로 추측되는 사람이 등장한 사진 몇 가지를 보여주며 과연 이들이 ‘시간여행’에 성공한 사람이었을지 관객들에게 물었다.

김 PD는 시간여행에 성공한 사람은 사진 속에 우연히 연출된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100세 이상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호롱불로 밤을 지새던 시절부터 오늘날의 최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간의 스펙트럼을 겪어온 그들이야말로 시간여행에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김 PD는 “1960년대는 불과 50년 전이지만 그 당시에는 오늘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며 “그 어떤 상상을 하더라도 그것은 미래의 모든 모습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시간여행의 불가능함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PD는 우주에서 설명 가능한 시간여행을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해 지구에서도 가능함을 보였다. ”충분히 상상하고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봐라”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아는 것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

아인슈타인은 “아는 것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필 박사는 과학 문제집만 열심히 풀기보다는 해리포터처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SF소설을 읽길 권했다.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하며 김 PD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와 24살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했기 때문에 저는 아내가 10살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때로는 타임머신을 타고 아내의 10살 때의 모습을 보러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결혼한 후 저의 꿈을 이뤘습니다. 저는 딸을 보며 아내의 어릴 적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여행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입니다”

김 PD는 시트콤 연출가답게 기발한 상상력으로 미래와 과거의 시간여행을 모두 설명해 보이며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다음 공연을 기약했다. 

▲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궁금증을 해결하고, 학생들의 상상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립과천과학관


이번 콘서트에서는 ’니나노 난다’의 음악과 ‘이미지 헌터 빌리지’의 퍼포먼스로 공연장의 열기를 더했으며, ‘시간여행’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두 팀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들과 함께 참석한 손호용 씨(분당 서현동)는 “과학관 교육프로그램을 찾다 우연히 알게 돼 신청했다”며 “생각보다 수준높은 과학토크 콘서트였고, 과학과 SF의 적절한 배합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황리에 공연을 끝낸 과학토크콘서트는 곧이어 세 번째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쌍둥이 지구를 찾아라!’라는 주제로 오는 8월 17일 국립과천과학관 천체투영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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