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19,2019

유전자변형 모기, 찬반 논란

살포 실험 반대 서명운동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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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열대야와 더불어 한여름 밤에 사람들의 잠을 쫓는 또 하나의 불청객, 바로 모기다. 모기가 특히 두려운 것은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말라리아와 뇌염, 뎅기열 등의 질병을 전파시키기 때문이다.

▲ 질병을 예방하는 유전자변형 모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실험을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morgueFile free photo

과학자들은 이 같은 질병의 전염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기 위한 유전자변형 모기의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데, 최근 미국에서 유전자변형 모기의 살포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지역은 바로 플로리다주의 키웨스트 군도이다. 이곳은 지난 70여 년 동안 뎅기열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이지만, 3년 전부터 뎅기열이 유행하는 지역을 방문했던 여행객들이 드나들며 뎅기열 바이러스를 들여왔다.

마침 키웨스트에는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Aedes aegypti)가 대량으로 서식하고 있던 터라 2009년 이후 이 지역에서만 94명의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뎅기열이 급속히 퍼졌다.

그런 와중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옥시텍(Oxitec)이란 생명공학회사에서 뎅기열을 예방하는 유전자변형 모기의 현장실험을 키웨스트 군도에서 하고 싶다는 요청을 한 것.

뎅기열을 퍼트리기 전에 자손들 사망해

영국 에빙던에 본사를 둔 옥시텍은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정상적인 이집트 숲모기와 교배하여 자손은 낳지만 그 자손들이 뎅기열을 퍼트리기 전에 사망하는 유전자변형 모기를 개발한 회사이다.

그 기술의 비밀은 바로 항생제의 일종인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에 있다. 옥시텍은 모기 유충의 유전자를 조작해 생존을 위해서는 테트라사이클린이 반드시 필요하도록 만들었다.

테트라사이클린은 실험실에서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따라서 이처럼 실험실에서 길러진 유전자변형 수컷 모기가 야생에 방출돼 자연의 암컷 모기와 교배해 정상적으로 번식하게 될 경우, 그 자손들은 테트라사이클린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곧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체 모기의 숫자는 줄어들게 되는 것.

옥시텍의 유전자변형 모기는 이미 여러 곳에서 현장실험을 거친 바 있다. 지난 2010년 5월부터 8월까지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케이만 제도에서 유전자변형 수컷 모기 300만 마리가 최초로 야생에 방출됐다. 그 결과 해당지역의 모기 수가 8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에는 말레이시아의 사람이 살지 않는 숲지역에서도 유전자변형 모기의 방사 실험이 이뤄졌으며, 브라질의 주아제이루에도 방출해 1년 동안 이집트 숲모기의 개체 수를 85% 이상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뎅기열의 경우 알려진 백신이나 치료 약물이 없어 모기 퇴치만이 유일한 예방책이다. 더군다나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는 낮에 더욱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에 밤에 잘 때 치는 모기장의 효과도 볼 수 없다. 이때문에 현재 매년 5천만 명의 사람들이 전염되고 있어 감염 지역도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

상황이 이런데도 플로리다주의 주민들이 유전자변형 모기의 현장실험을 반대하는 이유는 유전자변형 모기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자변형 모기가 오히려 인간에게 해를 끼치고, 모기를 먹고사는 박쥐 같은 토종 동물을 굶주리게 할 수 있다는 것.

또 이집트 숲모기가 완전히 없어질 경우 더욱 치명적인 뎅기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등의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옥시텍 측은 알을 낳기 위해서 피를 빨아먹어야 하는 암컷과 달리 수컷 모기들은 주둥이에 찌르는 부분이 없어서 인간을 물지 않으므로 이 현장실험은 매우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또 유전자변형 모기가 보유하고 있는 DNA는 독성을 발휘하거나 알러지를 유발하지 않으므로 전혀 해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브라질 주민의 경우 옥시텍의 유전자변형 모기 실험을 열렬히 찬성했다는 사실이다. 브라질 주아제이루의 주민들도 처음부터 모두 실험을 찬성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주민들은 미국 플로리다 주민들이 제기한 것과 유사한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했던 것.

그러나 브라질에서의 현장실험을 이끌었던 상파울루 대학의 마가레스 카푸로 박사 연구진이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대화 및 언론을 통한 홍보에 힘쓴 결과 이 같은 반대 여론이 묻혀버렸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무정자증 수컷 모기

모기가 옮기는 질병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말라리아다. 해마다 2~3억명의 사람이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그중 10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때문에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유전자변형 모기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0년 미국 애리조나대학 연구팀이 만들어낸 유전자변형 모기이다. 말라리아의 원인이 되는 기생충이 모기의 체내에서 성장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했다. 모기의 수명은 더욱 짧아졌고, 변형된 유전자는 다음 자손에게도 전해진다.

현재 애리조나 연구팀은 이 유전자변형 모기가 야생 모기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수컷 말라리아 모기의 배아에 고환의 발생을 교란하는 RNA를 주입함으로써 정자를 생성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대학과 이탈리아의 연구진은 약 1만 개의 모기 배아에 RNA 간섭(RNAi) 기술을 이용해 고환의 발생을 교란하는 RNA를 일일이 주입하는 작업을 통해 무정자증 수컷 모기를 탄생시켰다.

기존에 수컷 모기의 불임을 유도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이었지만 방사선을 조사시킨 수컷 모기는 생존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짝짓기 경쟁에서 정상적인 수컷 모기에게 뒤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에 비해 RNA 간섭을 이용해 탄생한 불임 수컷 모기의 경우 정상적인 수컷과의 짝짓기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아 불임 수컷 모기와 교배한 암컷 모기의 74%가 알을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알은 정자가 없으므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

이 불임 수컷 모기를 자연에 살포하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이 필요한데, RNA 간섭 기술로 수컷 모기를 대량 생산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따라서 보다 효과적인 RNA 간섭 기술을 개발하거나 유전자변형 방법으로 불임 모기를 생산해야 한다.

지금 개발되고 있는 이 같은 말라리아 예방 유전자변형 모기의 경우에도 현장실험 시 미국 플로리다처럼 대대적인 반대 운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연구자들은 미리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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