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3,2019

‘인셉션’의 꿈 공유 가능할까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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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 꿈과 꿈 사이를 이동하며 무의식의 저변을 자극해 현실의 생각을 조종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인셉션’은 관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꿈’이라는,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깊이를 다룬 이 작품은 꿈을 조작해 생각을 주입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발상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영화산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지금, 우리 앞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하고 있다. ‘인셉션’의 코브,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존 앤더튼, ‘한니발’의 한니발 등 때론 기발하고, 때론 잔인무도한 주인공들이 감독에 의해 탄생하고 있다.

▲ 영화 ‘인셉션’은 꿈의 조작과 공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로 불리는 정재승 교수가 새로운 책을 출간했다. 자폐와 정신분열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뇌과학과 인간의 삶 영역을 다룬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라는 책이 바로 그것.

이 책은 그의 저서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의 ‘뇌과학’ 편으로 볼 수 있다. 전작이 영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과학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 책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현상을 우리 실생활과 연계, 뇌과학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자 한다.

작가가 책을 통해 언급하는 작품의 대부분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들이다. 특히 1장의 내용들은 ‘뇌’ 현상을 언급하고자 하는 작가와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흥미를 느낀 대중이 서로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 당사자가 갖는 제1의 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다중인격, 폭력성, 자폐 등의 ‘성향’ 혹은 ‘질환’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무수한 영화가 존재한다. 인격의 취약함을 가진 주인공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혹은 반대로 우리 안에 내재하고 있는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관객은 이들의 행동에 공감하고 그들의 사연에 빠져든다.

정재승은 바로 이러한 점을 정확하게 간파해 영화 주인공들의 행동패턴을 뇌과학과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다. ‘레인맨’의 레이먼드가 월요일마다 페퍼로니 피자를 먹는 이유에 대해 실질적인 방식으로 접근, 한때는 ‘관객’이었지만 현재는 ‘독자’인 대중들에게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를 경험케 하는 것이다.

‘아이다호’ 주인공의 기면발작

책의 큰 구분은 영화의 부류로 나뉘어 있고, 작은 구분은 각각의 작품으로 경계지어 있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들의 행동패턴과 이를 과학적 설명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해설에 궁금증 해소를 경험하는 독자들도 다수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기면발작 등의 현상을 한 단계 깊은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영화와 과학의 융합에 환호하는 독자에게 지적(知的)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기면증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영화 ‘아이다호’의 주인공으로부터 시작된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의 나락에 빠지는 청년, 기면발작으로 부랑자 신세인 자신의 현실을 도피하는 마이크는 잠에 빠진 순간 유일하게 따뜻한 엄마의 품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잠에 빠지는 과정은 그야말로 갑작스럽다. 황량한 도로 한복판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의식을 잃고 잠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품에 안긴 꿈을 꾼다.

이러한 기면발작은 현실에서도 가능한 것일까. 저자는 기면발작 환자가 기면상태에 빠졌을 때 곧바로 렘(REM) 수면 상태에 들어간다는 단서가 과학자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언급한다.

렘수면이란 호흡과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고, 뇌파는 빠르고 불규칙한 파형을 만드는 상태인데,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특징이 있어 ‘REM(rapid eye movement)’ 이라고 불린다. 의식은 없지만 마치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 특징을 보이며 우리가 꿈을 꾸는 때가 바로 렘수면 상태인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지난 몇 년간 많은 성과를 거뒀다. 1877년 베스트팔에 의해 기면발작과 탈력발작이 직계가족들에게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학계에 처음 보고된 이후, 현재 기면발작은 ‘가족병’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면발작 환자의 가까운 친족이 기면발작에 걸릴 위험도는 1~2퍼센트라는 조사가 있는데, 이는 일반인에 비해 10~40배나 높은 수치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의도치 않은 수면’이 아닌, ‘의도된 수면’ ‘인셉션’의 꿈 이야기로 가보자. 과연 꿈은 조작될 수 있는 것일까, 혹은 꿈의 공유는 가능한 것일까.

꿈의 스토리는 조작할 수 없어

저자는 ‘자각몽’의 개념으로 영화의 사건에 접근한다. 자각몽이란 ‘몸은 잠을 자고 있어 움직일 수 없지만 의식은 깨어 있어 마음껏 상상한 대로 꾸는 꿈’을 의미한다. 의식이 있는 가(假)수면 상태에서 꾸는 꿈이기에 기억도 오래 남게 된다. 저자는 자각몽을 조절하는 장치로 ‘노버 드리머’를 소개한다.
 
그 원리는 매우 간단한데 10Hz 전후의 알파파를 방출해 뇌를 렘수면 상태로 놓은 뒤 미리 저장된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제품의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아 자각몽과 비슷한 몽롱한 상태가 유도되긴 하지만 원하는 꿈을 제대로 꾸지는 못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꿈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지만, 저자는 현재 우리 기술은 꿈의 유도까지라고 말한다. 꿈의 스토리는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꿈의 공유는 어떠할까. 저자는 “만약 꿈을 꾸는 동안 뇌 속 신경세포들의 모든 활동을 정교하게 기록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것을 두 사람의 뇌에 연결시킬 수 있다면 원리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뇌에 꿈을 연결하는 장치는 뇌파 캡을 통해 가능하다. 전기적 활동을 일치시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꾸는 꿈을 상대방도 꿀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이 책은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호기심이 현실가능성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그 정도를 가늠하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과학이 과연 어디까지 왔는지 측정하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그 기술을 과연 대중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모의(模擬)라고도 볼 수 있다.

누구나 흥미를 가진 영화 속 주인공들을 과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구체화시켰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시도를 한 셈이다. 영화 주인공들을 책을 통해 다분히 과학적으로 만나는 경험은 독자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다.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 저자 정재승
- 출판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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