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3,2019

사이비과학의 맹점을 파헤치다

마시모 피글리우치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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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수식하는 여러 용어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과학’이라는 수식어를 들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과학의 중요성이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들은 대중의 실생활에서 그 ‘능력’을 과감히 드러내기에 과학은 이 시대의 가장 ‘핫’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를 선도하는 트렌드에는 항상 아류가 붙게 마련이다. 이는 선도자의 권위에 기대어 자신의 생존을 영위하기 위한 것으로, 아류들은 때론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며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합리적 근거 없이 흐름에 편승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안겨주는 부작용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과학의 아류로 불리는 사이비과학 등에 대해 단호하게 펜을 든 작품이 출간됐다. 라이베리아 태생의 뉴욕시립대 철학교수 마시모 피글리우치의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가 바로 그것. 피글리우치는 창조론에 대한 열띤 비판가로 유명하며 과학교육을 지지하는 옹호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미 ‘진화를 부정하기’라는 책으로 독자들과 만난 그인 만큼, 이번 책 역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상상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과학과 비과학의 구별

UFO 존재에 대한 미디어의 역할, 과학과 허구를 혼돈하게 만드는 영화의 영향, 지적설계론(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 저자는 책을 통해 이러한 ‘비과학’ 혹은 ‘사이비과학’의 예를 들면서 과학과의 경계를 엄격히 한다. 이 책을 출간하며 독자들이 ‘과학과 사이비과학을 구별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듯, 과학의 본성과 한계, 논리적 오류, 믿음의 심리작용, 과학에 대한 정치와 미디어의 작용 등에 대한 부분까지 파고든다.

▲ 다중우주이론은 수학 이론의 결과물인 만큼 논리적 추론은 가능하지만 실증적으로 검증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과학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Science Times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전, 비과학에 대한 그의 태도는 매우 단호하다. 지구온난화 부정론 등 우리가 과학적이라 믿고 있는 비과학은 때론 사람들의 생명과 미래를 앗아가는 비수가 될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의 작품은 기존에 널리 만연된 사이비과학에 직접적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논쟁의 핵심에 있기를 자처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과학서적과는 다른 성격을 접할 수 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의 목적은 과학과 사이비과학을 구분하는 복잡한 지형도를 그리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과연 과학은 무엇이며 저자가 말하는 사이비과학이란 또 무엇일까.

그는 과학을 물리학, 화학, 분자생물학 등의 ‘경성과학’과 생태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등의 ‘연성과학’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이 심리학보다 더욱 과학적이고 견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1987년 내리 헤지스 교수의 실험을 예로 들며 “자연과학 연구결과가 사회과학 연구결과보다 두드러지게 일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

또한 과학에 꼭 실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체계적인 관찰과 가설의 구성, 검사로 과학의 영역에 자리 잡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천문학이든 생물학이든 혹은 물리학이든 그 기초는 모든 과학의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체계적으로 수집한 실증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이비과학 혹은 비과학의 범주에 다양한 것을 삽입시켰다. ’거의과학’ ‘미디어의 영향’ ‘정치의 영향’ ‘미신’ 등이 바로 그것으로 아주 자세하게 과학과 비과학의 영역을 구분한다.

특히 그는 ‘거의과학(almost science)’의 범주에 다중우주이론과 끈 이론,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 진화심리학 등을 삽입한다. 이 중 다중우주이론과 끈 이론은 수학 이론의 결과물인 만큼 논리적 추론은 가능하지만 실증적으로 검증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과학이 아닌 철학적 탐구에 가까운 활동이라고 말한다.

외계지적생명체탐사에 대한 그의 견해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분야는 그동안 수억 달러, 수백만 시간, 수십 년간의 조사가 진행됐지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론적 바탕이 빈약하므로 엄밀히 말해 과학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가 이론적 바탕이 빈약하다고 말하는 근거는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중심가설에 대한 실증적 증거와 검증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과학의 정의를 얼마나 날카롭게 내리고 있는지는 진화심리학에 대한 그의 견해를 통해 더욱 잘 알 수 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 역시 진화생물학의 합법적인 분과학문으로 보지 않고 ‘거의과학’에 해당하는 중간 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석한다.

UFO가 과학적이라고?

저자는 사이비과학을 하나의 독립적인 장(章)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듯하다. 그가 사이비과학의 범주 안으로 구분한 내용은 ‘에이즈 부정론’ ‘점성술’ ‘UFO’ ‘초자연 현상’ 등이다. 실제로 ‘지구온난화 부정론’은 ‘지적설계론’과 함께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라고 부르는 대목이므로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 저자는 확실하게 관찰되고 가설이 검증된 것만이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Science Times


그는 사이비과학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으로 치부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극단적인 경우 사이비과학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으며, 한 사람과 그 가족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치명적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그릇된 생각은 많은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사이비과학으로 인해 죽음까지 내몰린 사례로 아프리카의 에이즈 부정론을 든다. 남아프리카의 경우 현재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발전과정에 있는 국가지만 인종 문제로 끊임없는 긴장과 복잡한 역사를 가진 나라답게 서구의료를 거부, 그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아프리카는 사람의 몸에 병이 생길 경우 서구 의료 기술보다 지역의 전통 해결책을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으로 전직 대통령 타보 음베키와 당시 보건장관이었던 만토 차발랄라 음시망의 경우 에이즈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약이 서구 제약회사의 교묘한 속임수라고 치부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에이즈 치료약을 자국에 퍼트리게 된 것이다. 가장 끔찍하게는 한 트럭운전사가 자신의 꿈에서 할아버지가 에이즈를 치료하는 혼합물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가게를 차린 후 약을 판매해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처럼 서양의학기술을 불신하는 제3세계에서 이 같은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의학에 대한 불신과 환상, 전통치료만을 고수하는 태도로 인해 많은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많은 사람들은 에이즈 부정론 외에도 샤머니즘과 UFO, 텔레파시, 점성술 등을 믿고 있다. 저자는 대중들이 이러한 초자연적 현상을 믿는 이유는 과학에 관한 이해가 빈약하고 비판적 사고를 행하기 어려울 때 자신들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사이비과학에 기댄다고 말한다.
 
피글리우치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점성술에 대해 “별자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고대 바빌로니아인이 확인한 별자리는 시각적 환영이라는 것이다. 특정한 별자리를 만드는 별들은 지구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그 별들을 하나로 묶는 요인은 결국 단순한 투사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는 맨해튼에서 달을 관찰하고서 달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바로 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점성술의 합리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언급한다.

UFO 역시 저자 입장에서는 심각한 사이비과학 중 하나다. 물론 UFO에 대한 믿음이 사람들을 자살의 희생자가 되게 하는 것은 아니나, 비판적 사고를 결여시키고 정서 불만족과 사이비 종교가 만연하는 데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므로 이 역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UFO에 대한 주장은 권위자에 기대거나 결과를 단언, 혹은 시류에 편승하는 방법 등으로 대중에게 호소하고 있는데, 과학적 비판사고로 많은 대중들이 이러한 의견에 호도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디어와 정치가 과학에 미친 영향

그에 따르면 미디어나 정치 역시 과학을 과학적이지 못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UFO에 대한 믿음도 미디어의 위력을 제대로 이용한 사례며 영화나 TV 프로그램은 과학과 비과학을 뒤죽박죽 섞어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미디어는 대중의 정확한 지식은 뒷전으로 한 채 거액의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비과학이 더욱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은 권위자의 목소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지난 1998년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신문 중 하나로 불리는 워싱턴 포스트에서 UFO에 관한 기사를 썼는데, 대중들은 집필자의 이력을 관찰하기보다 워싱턴 포스트라는 매체의 권위를 인정해 이러한 주장들은 쉽게 받아들였다. 때문에 저자는 어떤 권위 있어 보이는 의견이라 해도 그 권위를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되며 스스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배경지식에 관해 조사하는 등의 수고를 행하는 것 밖에 다른 지름길은 없다고 강조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대중지식인(과학자)의 몰락과 싱크탱크의 부상이 과학토론이 길을 잃고 있는 이유라고 말하며, 이로 인해 대학교육이 ‘고객’인 학생을 만족시키는 상품에 그쳐 진정한 지성인을 기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러나 과학이 최고의 학문이며 가장 객관화되고 믿을 만한 데이터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과학의 객관주의와 구성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시간과 자금 지원이 충분할 경우 세상에서 제기되는 어떠한 의미 있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겠으나 과학적 실수가 일상 사회로 나가면 인류 복지에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았다.

과연 과학은 무엇이며 비과학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러한 탐구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것과 함께 종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책을 다 읽는 순간이 그에 대한 고민의 시작으로 더 많은 토론의 발판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과학이 무엇인지 궁금했다면, 혹은 비과학에 대한 보다 명확한 견해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 저자 마시모 피글리우치
- 역자 노태복
- 출판사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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