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2,2019

과학관에서 듣는 미래유망업종 특강

'나노기술 활용한 의료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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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너스페이스’라는 영화 보셨나요?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초소형 잠수함을 타고 생체 속으로 들어가 모험을 합니다. 당시엔 기발한 상상력이었지만, 이제 이런 여행이 실제로 가능한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바로 나노기술을 통해서요.”

지난 14일 국립중앙과학관이 주최한 ‘주말 저명과학자 초청 특강’에서 이태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겸 나노바이오융합연구단장이 강연을 진행했다. 이 단장은 ‘10대 미래 유망업종 특강’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 ‘나노융합기술로 만드는 꿈 같은 의료기술’이라는 주제로 청소년들과 만났다.

▲ 7월 14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진행된 ’10대 미래 유망업종 특강’에서 이태걸 단장이 강의를 진행 중이다. ⓒScience Times


현재 이태걸 단장은 나노기술을 활용한 의료기술의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나노란 무엇인지, 나노기술을 의료기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언급, 그동안 학교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내용들로 청소년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줬다.

나노, 암 치료와 만나면?

현재 나노는 과학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이슈다. 초정밀도를 요구하는 과학기술에 사용될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영역 구축과 그간 기존 학문분야에서 난제로 여겼던 분야에 투입될 수 있기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나노(nano)란 고대 그리스의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aos)’에서 유래된 단어로, 10억분의 1미터 길이를 뜻한다. 이는 머리카락의 1만분의 1이 되는 초미세 세계로 1나노보다 열 배 큰 것이 DNA, 백 배 큰 것이 박테리아일 정도로 매우 작은 단위다. 때문에 나노를 이용할 경우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는 암치료와 나노기술이 만날 경우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단장은 다가올 미래에는 부작용 없는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이뤄지는 항암치료는 암세포만이 아닌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므로 환자들이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의료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다.

▲ 7월 14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진행된 ’10대 미래 유망업종 특강’에서 이태걸 단장이 강의를 진행 중이다. ⓒScience Times


이태걸 단장은 “내가 하는 연구는 나노 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의사들이 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며 “연구가 성공적일 경우 암 치료에 사용되면 항암치료로 인한 부작용 없이 암 세포만 공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볼 수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연구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주사 등을 통해 나노 입자를 인체 속으로 주입시켜 정상 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공격해 치료하는 것으로, 동물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치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사를 통한 암 조직의 효과적 구분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CT나 MRI 등을 찍을 경우 사진은 흑백으로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사진이 컬러로 찍힌다면 암 조직을 구분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모든 분자는 각자 고유의 진동운동을 하고 질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색을 구별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자의 무게를 통한 컬러사진 촬영은 질량 이미징(imaging) 기술에 그 원리가 있다. 대장 조직을 촬영해보면 정상인의 대장조직과 대장암 환자의 대장조직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는데, 정상인의 경우 동그란 엠보싱 형태가 균일하게 나열된 반면 대장암 환자는 균등한 엠보싱 무늬가 없다.

이처럼 정상세포와 비정상세포의 조직 질량 이미지가 다르므로 암세포의 컬러 촬영이 가능하게 된다. 이 단장은 “암 치료의 효과적 치료를 위해 나노로봇을 구동하기 위한 톱니바퀴를 만들고 있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톱니바퀴로 집속된 전자빔으로 깎아 만든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노로봇을 만드는 데는 여러 가지 장애물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장애물은 배터리를 만드는 것으로 이 역시 현재 연구 중에 있다.

융합에 답이 있다

나노라는 과학분야와 암 치료라는 의료분야가 만나 질병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듯,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차원의 치료를 위해서는 ‘융합기술’이 필수적이다. 현재 과학기술의 융합이 주목받고 있는 것처럼 한 분야와 다른 한 분야의 조화를 통해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융합을 비빔밥에 비유하며 설명했다. 그는 “비빔밥은 잘 섞여야 제 맛이 나듯 융합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전혀 다른 분야를 조화롭게 섞어 이전에는 만날 수 없던 기술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비빔밥에 중요한 재료가 빠지면 제 맛이 안 나듯 융합도 이와 같다”고 전했다.

▲ 7월 14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진행된 ’10대 미래 유망업종 특강’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Science Times


이어 이 단장은 “비빔밥이 우리의 것으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음식이듯 융합기술 역시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로 잘 구현할 수 있다. 또 각각의 역할을 인정하고 잘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단장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융합기술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측정기술’과 ‘의료기술’이 모두 발전된 상태에서 두 기술을 제대로 접목할 경우 다양한 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강연인만큼 이 단장은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명 ‘융합맨’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분야의 융합을 선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문학과 외국어, 다른 사람과의 협동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며 “더불어 많은 독서와 풍부한 호기심 역시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잘 하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나의 경우 전공이 물리화학이다. 이는 화학 중에서도 물리와 가장 가까운 학문이므로 측정과 질량분석을 많이 한다. 때문에 전공분야를 활용해 병원의 전문의와 함께 머리를 맞대며 일을 하고 있다. 융합을 통해 일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단장은 “한 분야에 매진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분야와 융합할 경우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를 들은 이수정(엄사중‧3년) 학생은 “우리 가족 중에도 암으로 치료 받는 분이 계신다. 때문에 이번 강의를 듣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통해 어느 정도 진로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과학관에서 주최하는 ‘10대 미래유망업종 특강’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것으로 다양한 직업 가운데 어떤 분야가 자신과 잘 맞는지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

특히 강연의 유익함으로 인해 전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찾고 있으며, 이번 특강에도 부산과 서산, 충남 등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학관 측 관계자는 “강연 내용처럼 과학기술과 타 분야의 융합을 성사시키는 학생들이 많이 배출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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